와이즈발레단 'VITA' by 하승윤 / 대구학생문화센터 대공연장
2022. 08. 26. - 08. 27.
대구학생문화센터 대공연장
- 글 : 하승윤
대중적인 클래식발레는 친숙하기도 하고 익숙한 데 비해 창작발레라는 점과 ‘자연과 삶’이라는 주제가 해석이 어려울까 봐 걱정을 했는데 (김길용 단장님은 ‘이해를 못하면, 못하는 대로 괜찮다’ 하셨지만) 공연 1막을 보고는 기우였음을 알게 되었다.
와이즈발레단 'VITA' 공연 프로그램북 ⓒ 하승윤
내 걱정을 비웃듯 예상보다 안무가 직관적이었는데, ‘자연과 삶’이라는 주제를 음악으로 표현한 곡이 비발디의 <사계>라면, 몸으로 표현한 공연이 <VITA>였다.
공연을 시작하기 전에 와이즈발레단 단장님께서 안무가 주재만 선생님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함께 이 공연을 올리게 된 과정을 설명을 해주셨다.
과거 수석무용수로 활동하셨고, 현재는 뉴욕 컴플렉션발레단 예술부감독이자 전임안무가라는 것. 국내에서는 2018년 와이즈발레단과 신작 발표 후, 김길용 단장님이 직접 전막 공연을 함께하고 싶다고 요청하여, 자연이라는 주제와 비발디의 곡을 주제로 <VITA> 공연을 올리게 되었다는 것.
공연을 이틀 연속으로 관람했는데, ‘이틀 다 안 봤으면 어쩔 뻔 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정해진 바리에이션이 아닌 창작안무의 신선함,
오케스트라 연주 음악,
무대 조명장치,
강약과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무용수들의 역동적인 신체 표현.
이 모든 게 아름다움을 넘어 경이롭다는 느낌이 들었다.
생명ㆍ파괴ㆍ회복ㆍ환희를 주제로 구성된 안무는 비발디의 <사계> 음악에 관통시킨 것 같이 잘 어울렸으며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
대지,
얼음과 녹음,
자연,
음과 양,
씨앗의 발아,
파괴,
꽃의 개화,
생명력,
상생.
이러한 키워드를 안무를 통해 끊임없이 보여주는데, 이는 개화와 소멸이 있는 ‘자연스러움’이 탄생과 죽음이 있는 우리의 인생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는 메시지와 함께 인간과 자연은 각개의 존재가 아니라 상생해야 하는 존재임을 얘기하는 것 같았다.
또한 파괴된 환경과 회복이라는 주제는 2년째 코로나라는 질병을 겪고 망가진 우리의 모습과 그 속에서 다시 회복해 나아가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1장의 군무에서 발아되는 씨앗의 생명력이 느껴졌다면, 2장의 파드되에서는 생기, 생명, 사랑 속에 싹트는 에너지를 느꼈다.
자연의 훼손과 파괴 속에 괴로움의 시기가 끝나고,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움을 말하듯 생동감 있는 군무 속에 꽃가루가 날리는 피날레로 공연은 끝나는데 이는 회복기를 거쳐 환희의 시기를 맞게 될 거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로 보였다.
이 희망적 메시지가 있어서인지 클래식발레는 끝나고 보통 ‘와 멋있다, 예쁘다.’라는 생각을 하며 나오는데, 이 공연은 정말 공연에 몰입하여 무용수 분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를 그대로 흡수하고 나온 기분이었다.
와이즈발레단 'VITA' 8월 26일 커튼콜 장면 ⓒ 하승윤
자연이란 소재를 ‘VITA 인생’에 관통시킨 안무가님,
이 모든 걸 신체로 표현하고 에너지를 뿜어 내주신 무용수 분들과 와이즈발레단 관계자 분들,
오케스트라 연주로 풍부함을 더한 필하모니코리아연주단,
그 외 모든 공연 관계자 분들께 이런 멋진 공연을 기획해 주심에 감사드릴 뿐이다.
와이즈발레단 'VITA' 8월 27일 커튼콜 장면 ⓒ 하승윤
기분 좋은 만족감이나 감동 넘어, 나의 발레에 대한 시야를 넓혀준 공연이었다.
아직은 컨템포러리 발레를 다양하게 접하지 않아서 감동이 격할 수도 있지만, 정말 보고 나면 발레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꼭 한번 보시기를 추천해 드린다.
와이즈발레단 'VITA' 공연 프로그램북 ⓒ 하승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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