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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빛을 낼 준비가 된 젊은이들의 축제 ‘홀로춤’전

- 제1회 대구문화창작소 홀로춤전

 

제1회 대구문화창작소 홀로춤전

2022년 5월 21일 (토) 18:00 / 퍼팩토리소극장

 

- 주최 : 대구문화창작소

- 주관 : 홀로춤전운영위원회, 스테이지줌

- 글 : 김상우

- 기획/사진 : 대구문화창작소 이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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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mhn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28723

 

 

5월 21일. 길어진 해가 저물지 않은 저녁 6시, 재능있는 청년들이 걸어온 시간을 보여줄 무대가 대구 퍼팩토리소극장에서 열렸다.

올해 처음으로 개최된 제1회 홀로춤전은 팀 단위가 아닌 개인의 독무로만 구성된 대회로, 안무부터 무대 연출까지 무대의 모든 것을 개인의 역량에 맡긴다는 점이 특징적이었다.

퍼팩토리소극장 이재봉 대표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불편한 시대임에도 춤에 굶주린 청춘들이 오를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하고 싶다’라며 이번 대회를 개최했고, 한국무용, 현대무용, 발레 등 다양한 장르와 분위기의 여덟 작품이 예선을 통과해 본선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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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홀로춤전 동상(좌) 이현지, 동상(우) 권수진 ⓒ이재봉

 

 

1. 어나더어스 – 안무 이현지

불이 켜진 무대 위에 보이는 것은 공 하나. 홀로 놓인 공의 모습에서 쓸쓸함을 느낄 때쯤 무대로 올라온 무용수가 공을 들어 올리면서 무대는 암전되었다. 조명이 꺼지자, 공이 품고 있던 빛이 무대를 밝혔다.

이어서 무대 위로 굴러들어오는 각양각색의 공 조명들이 무대의 어둠을 밀어냈다. 펼쳐진 공들 가운데 선 무용수는 마치 커다란 별들 사이를 유영하는 것처럼 보였다. 수많은 별 중 어느 별에 다다라야 할지 고민이라도 하는 듯 춤을 추며 무대 위를 방황하던 그녀는 곧 공 하나를 들고 함께 춤추었다. 공, 아니 별과 교감하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듯했다.

무대의 끝에서는 흩어져있던 공을 가지런히 모은 무용수가 암전된 무대 위에서 내려가며 공들의 집합만을 남겨두었다. 무대의 시작과는 다르게, 모여있는 공들이 함께 빛을 내며 막을 내렸다. 소품의 색감에서 나오는 조명으로 마지막을 표현해 몰입도가 높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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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홀로춤전 금상(좌) 신민진, 은상(우) 김소정 ⓒ이재봉

 


2. 떠나려 하는 모든 이에게 – 안무 신민진

무대 위에 짙게 깔린 안개. 한 줄기 빛의 길 위에 선 무용수가 그 끝을 향해 달려간다. 안개의 세상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모습이 장엄한 음악과 어우러지면서 신비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곧 장단이 바뀌면서 빠른 템포에 맞춰 큰 동작을 보이더니, 작은 몸으로 무대 위를 쉬지 않고 누비면서 커다란 존재감을 표출했다.

계속해서 무언가를 갈구하는 듯이, 혹은 털어내는 듯이 춤사위를 이어나간 무용수는 이내 저무는 태양처럼 천천히 아래로 주저앉았고, 강렬한 빛 속에서 시작된 무대는 짙은 어둠에 물들어가며 끝을 알렸다. 전체적으로 춤과 연기력, 음악과의 조화가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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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홀로춤전 대상 monologue 몸부림1 안무 김동우 ⓒ이재봉

 


3. monologue : 몸부림1 – 안무 김동우

내리쬐는 태양 아래에서 온몸으로 햇볕을 받는 듯 엎드려 있는 무용수. 바닥에 축 처져 있던 그는 몸을 일으키며, 조금 전까지의 모습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곧은 자세로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리고 시작되는 그의 춤. 아니, 몸부림. 처음에는 자신의 몸을 활용해 여러 동작을 보여주던 그는 곧 몸 안에 갇혀 소용돌이치는 무언가를 내보내려는 것처럼 역동적인 춤을 발산했다.

줄곧 거침없이 에너지를 뿜어내던 그는 얼마 안 가서 천천히 자신이 서야 할 자리를 찾아가며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것은 힘겨웠던 몸부림 뒤에 찾아온 헐떡임 같기도 했고, 밖으로 내보냈던 그의 에너지를 되찾는 것 같기도 했으며, 마지막 몸부림 직전의 갈무리처럼 보이기도 했다.

주제의 표현에 집중한 움직임으로 자신을 표출하는 춤의 독백이 인상적인 무대였다.

 

 

4. Black & White – 안무 권수진
발레 하면 흔히들 많이 떠올리는 작품 중 하나가 바로 <백조의 호수>일 것이다. 실제로 본 적은 없더라도 제목을 보는 것만으로 그 멜로디만은 생생하게 귓가에 맴도는 대중적인 작품.

익숙한 음악과 함께 무대 위를 발레의 색으로 물들여가는 무용수. 그녀는 우아한 몸짓으로 사랑을 앓는 백조 오데트의 날갯짓을 무대라는 캔버스 위에 그려냈다.

하지만 그 분위기를 이어가지 않고, 동작을 마무리하며 차가운 바닥 위로 쓰러지는 무용수. 그리고 그와 함께 빛을 잃어가는 무대. 완전히 암전되며 음악도 함께 정적을 맞이했다. 곧이어 밝아진 무대에는 발레 슈즈 한 짝을 벗어던진 채 빛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던 무용수가 꼿꼿하게 서 있었다.

급격하게 비장해진 음악은 <백조의 호수>에 기반을 두고 있었으나 긴장감과 웅장함이 더해져 있었고, 무용수의 동작도 바로 전까지 보여주던 오데트의 날갯짓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발레라기보다는 현대무용에 가까운 춤은 지금껏 얽매여있던 것을 벗어던지고 자신이 추구하는 것을 꼿꼿하게, 자유롭게 걸어가고자 하는 열망이 드러났다.

안무 의도에 따른 작품 중의 토슈즈와 맨발, 현대무용과 발레가 공존하는 표현으로 두 장르의 혼합을 추구한 점이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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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홀로춤전 커튼콜 ⓒ이재봉

 

 

5. 모먼트 – 안무 김소정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어두운 무대 아래에서 울린다. 관객들은 조명이 켜지고 무용수의 모습이 드러나길 기다리며 무대를 응시한다. 피아노의 프레이즈가 귀에 익을 때쯤 조명이 켜진다.

천장이 아닌 바닥에서, 스태프가 아닌 무용수 본인의 손으로 켠 작은 등의 불빛. 그리고 그 앞에 앉아 기다란 머리카락을 뒤로 묶은 뒤 천천히 일어나는 무용수. 그녀가 준비한 작은 등에 의지해 무대가 시작되었다.

참 이상한 일이다. 공간을 가득 채운 빛보다 저 작은 빛 하나가 더 따스해 보이다니. 아마도 그 빛에서 느낀 것은 열의 온도가 아닌 무대 온도였고, 분위기의 온도였을 것이다.


그 따스한 분위기 속에서 천천히 자신의 동작을 펼쳐가는 무용수. 어쩐지 고독해 보이는 춤이 무르익어간다. 그리고 잠깐 동작을 멈추며 무대의 벽을 바라보고 선 무용수. 그때 무대 정면에 설치된 조명이 벽을 향해, 아니 그녀를 향해 서서히 빛을 쬐어주었다. 조명이 커지면서 그녀는 자신의 그림자를 마주 보았다.

조금 빨라진 템포의 음악. 그에 맞춰 분주해진 동작이 꺼지지 않는 생명의 활기를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음악이 다시 느려지면서 무용수 역시 천천히, 조심스럽게 움직임을 끝맺었다. 무대 정면의 조명이 먼저 꺼지고, 처음처럼 작은 불빛만이 남은 무대.

무용수가 하나 남은 불빛을 끄며 무대가 끝났다. 그녀는 자신의 손으로 무대를 켰으며, 자신의 손으로 무대를 껐다. 단 두 개의 조명만으로 인상적인 연출을 보여준 무대였다.

 

 

6. Poinsettia – 안무 김정은
무대 위로 빛이 들어오면서 웅크리고 앉은 무용수의 모습이 보인다. 고개를 숙이고,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무용수가 양손을 펼치며 몸짓을 시작한다. 그리고 이내 무용수에게서 예상치 못한 모습을 찾아낼 수 있었다.

천으로 눈을 가리고 있는 무용수. 무대에는 빛이 들어왔지만, 그녀는 여전히 어둠에 갇힌 채 춤을 추었다. 지금 어느 위치에 있는지, 동작이 어떤 모양새로 펼쳐졌는지 확인할 수단은 오로지 그녀의 몸에 새겨진 감각뿐.

그런데도 그녀는 팝 음악에 맞춰 세련되고 정밀한 동작을 이어나갔다. 보이지 않는다는 공포도, 틀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없는지, 아니면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약간의 주저함도 내비치지 않고 무대를 이끌어갔다. 본인 스스로 엄청난 몰입과 집중을 하는 것이 느껴졌다.

무대의 종반에서 두 눈을 가리고 있던 천을 벗겨내고 이제야 빛을 확인한 무용수는 더욱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으로 춤을 추었다. 어쩌면 그것은 눈이 보이게 되어 가졌던 자신감이 아닌, 보이지 않았던 순간을 잘 이겨냈기에 차오른 자신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7. ^H – 안무 백한결

전통 민요와 함께 시작된 무대. <새타령> 가락에 맞춰 느긋한 춤사위로 시선을 모았다. 자연스럽게 전통춤에 기반을 두고 있는 무대겠거니, 하며 이어질 고운 춤 선을 기다렸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갑자기 신시사이저 특유의 전자음이 난입하더니, 분위기를 전환하는 드럼 연주를 시작으로 빠른 음악으로 바뀌었다. 무용수 역시 조금 전까지의 느긋한 분위기는 벗어던지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가볍고 즐거운 춤사위를 선보였다.

익살스러운 베이스 소리 위로 경쾌한 음악이 어서 움직이라며 무용수를 재촉하는 듯했고, 무용수는 격류에 몸을 맡기듯 흥겹게 덩실거리며 보는 이도 추는 이도 즐거운 무대를 만들어냈다. 춤을 추는 내내 보이던 웃음이 진심으로 즐거워서 자신도 모르게 나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용수 스스로 몰입감이 높은 무대였다.

 

 

8. 거짓광대 – 안무 오동훈

빠르고 신명 나는 꽹과리와 장구 소리로 흥을 돋우는 무대. 당장이라도 무용수가 덩실거리며 춤을 출 것 같은 음악이지만, 무용수는 미동도 하지 않고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드디어 일어난 무용수는 천천히 주변에 늘어놓은 가면을 바라보더니 하나를 집어 얼굴에 썼고, 그 순간 음악이 멈추었다.

조용히, 조심스럽게 남은 가면들을 살펴보는 무용수. 곧 관객석으로 다가와 뭔가 말하고 싶은 듯이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는 관객이 답답하다는 듯이 다시 가면에게로 다가간 무용수는 다른 가면으로 바꿔 썼다.

그는 가면을 바꿔 쓸 때마다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행동했다. 어떤 가면은 조심스러웠고, 어떤 가면은 거칠었다. 가면이 아니라 성격을, 혹은 사람을 바꿔 쓰는 듯이 그는 가면에 따라 다른 사람이 되었다.

여러 가면을 쓰던 그는 익살스러운 음악이 나오자, 들고 있던 가면을 내려놓았다. 대신 보이지 않는 가면을 쓰는 동작을 하더니, 그 역시 익살스럽고 우스꽝스러운 춤으로 무대를 누볐다. 춤을 추었다가, 뱀 흉내를 내었다가, 넘어질 듯 말 듯 휘청거리며 여러 볼거리를 제공하는 모습이 저잣거리의 광대를 연상시켰다.

그렇게 흥겨운 무대를 선보이던 그는 음악이 끝나자 즐거웠던 꿈에서 깬 듯이 얼굴을 더듬었고, 서둘러 가면 하나를 찢으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흥겨움만이 아니라 인간의 페르소나에 대한 고찰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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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홀로춤전 출연자 단체사진 ⓒ이재봉

 


여운이 남는 무대도 있었고, 즐거워서 함께 어깨를 들썩거리는 무대나 감성에 젖게 되는 무대도 있었다. 무대의 분위기는 달랐지만, 모두 자신의 역량을 남김없이 발산한 멋진 무대였다.

 

무대 위에서 의지할 사람은 오로지 자신뿐이라는 사실에 긴장되기도 할 테지만, 무대 위에서 빛나는 사람도 오직 한 사람. 참가자들은 그 순간만큼은 누구보다도 빛날 수 있는 무대에서 준비해 온 모든 것을 보여주었다.

앞으로도 꾸준히 열정을 펼치며 발전할 그들의 모습과 한국무용의 미래가 기대되는 공연이었다.

 

이날 경연에서 (안무 김동우)이 대상을 받았고, 이어서 금상에 <떠나려 하는 모든 이에게>(안무 신민진), 은상에 <모먼트>(안무 김소정), 동상에 <어나더 어스>(안무 이현지)와 (안무 권수진)가 공동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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