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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사진=무록

카이로스댄스컴퍼니의 X세대 예찬, '나팔바지 X세대 엄빠의 가요 톱 텐'

 

카이로스 '나팔바지 - X세대 엄빠의 가요톱텐'

2023년 11월 25일 / 서구문화회관 공연장

 

- 글 : 서경혜

- 진행 : 대구문화창작소 이재봉

 


어두운 객석에서 알록달록한 야광막대가 마구 흔들린다. 공연의 시작 전부터 무언가를 환호하는 관객들의 모습이 적극적이다. 카이로스댄스컴퍼니의 공연 '나팔바지 X세대 엄빠의 가요 톱 텐'을 보기 위해서다. X세대.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려운, 종잡을 수 없는 신세대로 90년대를 풍미했지만, 이제는 뒷방 늙은이가 되어가는 세대. 잊혀진줄 알았던 그 단어가 익숙한 듯 생경하다.

 

막이 오르자, 푸른 어둠 속에 한 무용수가 격렬하게 춤을 추어 보인다. 조명이 밝아오자, 춤 연습을 하는 여학생이 아빠의 걱정 섞인 핀잔을 받는 설정이 연출된다. 춤을 놓고 딸아이와 실랑이를 벌이는 아빠는 왕년에 한 댄스 하시던 X세대의 주인공. '라떼는(나 때는)~'으로 시작하는 자랑 섞인 회상의 목소리와 함께 88서울올림픽 시기의 TV 화면이 빛바랜 영상으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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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시계 돌체가 9시를 알리고, 라면만 먹고 달렸던 임춘애가 올림픽에서 성화 봉송을 한다. 김수녕, 유남규, 그리피스 조이너, 크리스틴 오토 등 88올림픽 스타들의 모습이 이어지고, 금지약물 복용으로 금메달이 박탈된 벤 존슨의 모습도 스쳐지난다. 1988년도라면 학교에서 연일 상모 쓴 호돌이를 그려댄 기억이 있는 나로서도 그들의 모습이 상당히 친숙하고 반가웠다. 영상이 빠르게 흐르는 동안 하얀 수트를 입은 무용수가 그 앞에서 시간의 흐름을 춤춘다.

 

이윽고 가슴 두근거리는 그 음악, 코리아나의 '손에 손잡고'가 흐르고, 객석에서 푸른 깃발을 든 무용수들이 2열로 등장해 깃발춤을 춘다. 물결처럼 움직이는 푸른 펄럭임을 보고 있자니, 학창시절 전국체전이나 큰 행사가 있을 때 카드섹션을 연습했던 기억이 새록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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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가 바뀌자 누군가에겐 고고장 혹은 로라장(롤러장)의 그라운드와 디스코텍의 무대가 뒤섞여 연출된다. 무용수가 굳이 롤러를 타고 나오지 않아도 Lodon Boys의 'Harlem Desire'는 X세대에게 까맣게 잊고 있던 로라장의 추억을 생생하게 불러일으킨다. 무용수들은 손가락을 들어 허공을 찌르고 짝다리를 짚으며 엉덩이를 까딱까딱 흔든다. 90년대의 아빠는 바로 그 디스코텍에서 여학생을 만난다.

 

이번 주 가요 톱 텐에서 1위를 차지한 곡은 소방차의 '그녀에게 전해주오'다. 번들거리는 보라색 새틴블라우스에 밑위가 한없이 늘어진 검정색 배기바지를 입은 삼인방이, 극성 소녀팬들의 무대 난입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를 이쪽 손에서 저쪽 손으로 던져 옮기며 굳건히 노래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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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기는 따분하지만, 리듬 속에 김완선의 그 관능적인 춤을 따라하기는 너무나 즐거웠던 시간. 그 즈음 90년대의 사회상이 다시 한번 영상으로 스쳐지난다. 공사현장에서 작업 전 준비운동을 하는 인부들의 모습, 기숙사의 식당, 대입학력고사를 치르는 수험생의 모습, 서태지와 아이들의 공연실황...

 

그 시절, 댄스음악만 인기를 끌었던 것은 아니다. 발라드 가수 신승훈은 90년대에 왕성한 활동을 펼쳐 '발라드의 황제'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신승훈으로 분한 무용수가 '미소 속에 비친 그대'를 부르는 동안, 줄무늬 드레스를 입은 두 명의 백댄서가 다리를 찢고 치마를 펄럭이며 당시 방송무대의 분위기를 재연해낸다. 객석에서 '오빠!'하는 함성이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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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가 끝나자, 90년대 중후반 반짝 인기몰이를 했던 무선호출기 삐삐에 관한 영상이 펼쳐진다. "486(사랑해)" "8282(빨리빨리)" 이런 메시지를 받고는 부리나케 공중전화로 달려가 메시지를 확인하는 모습. 때로는 그 메시지를 듣기가 초조하고 떨리고, 애를 태우며 연락을 기다리던 그런 순간이 내 속에서 불거진다.

 

"안개빛 조명은 흐트러진 내 몸을 감싸고..." 소울 가득한 보이스로 시작해, 이보다 더 신날 수 없는 힙합으로 돌변하는 곡. 현진영의 '흐린 기억 속에 그대'와 함께 헐렁한 바지에 루즈한 후드티 차림의 무용수들이 "현진영 고! 진영 고!"를 춤춘다. 하얀 수트에 긴 털목도리가 달린 럭셔리 코트를 오픈해서 걸쳐입은 남성팬이 저 혼자서 한껏 분위기를 잡으며 그들의 춤을 따라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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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찍한 인형처럼 차려입은 무용수가 상수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사이버 캐릭터처럼 움직인다. 백스크린에는 "일촌등록하러 왔어요"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그려져 있고, 낯익은 캐릭터들이 공간에서 분주히 움직인다. 일촌맺기가 그리도 중요했던 세계, 싸이월드의 추억이 휴식처럼 지나간다. 이윽고 흔들리는 봉에 지탱하여 빙글빙글 봉춤을 추는 무용수의 모습이, 뚜껑을 열면 멜로디와 함께 춤을 추는 멜로디 상자 속 인형을 연상시킨다.

 

룰라의 '날개 잃은 천사'가 흐를 땐 "사바 사바 사바" 덩달아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이어진 곡 '잘못된 만남'에서는 김건모로 분한 무용수가 노래를 시작하기도 전에 오두방정으로 몸을 흔들다가 선글라스가 벗겨지는 헤프닝을 연출한다. 백댄서들이 관객을 부추기고, 가요 톱 텐에 심취한 관객들이 무용수와 함께 어울려 춤판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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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는 막바지에 이르고, 딸내미의 복고 소환에 아빠는 싸이가 된다. 기실 X세대에게 나팔바지라면 바닥에 쓸릴듯이 밑단이 넓고 길게 늘어진 부츠컷 패션을 먼저 떠올릴테지만, 무대에선 싸이의 '나팔바지'와 함께 아빠와 딸이 세대를 아우르는 댄스 한마당을 연출한다. 마치 콘서트장처럼 무대가 마무리되자 앵콜을 외치는 객석의 외침에 다시금 무용수와 관객이 한데 뒤섞인다. "X세대여 수고했어!"라고 어깨를 토닥이는 치어링(cheering)같은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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