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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사진=무록

당신의 삶을 추다 'Craetive Dance 올댓스테이지' by 윤재향 / 퍼팩토리소극장

 

 

첫 비행이 죽음이 될 수 있으나, 어린 송골매는 / 절벽의 꽃을 따는 것으로 비행연습을 한다 / 근육은 날자마자 / 고독으로 오므라든다 / 날개 밑에 부풀어 오르는 하늘과 / 전율 사이 / 꽃이 거기 있어서 / 絶海孤島, / 내려꽂혔다 / 솟구친다 / 근육이 오므라졌다 / 펴지는 이 쾌감 / (중략) / 상공에 날개를 활짝 펴고 / 외침이 절해를 찢어놓으며 / 저녁 하늘에 날라다 퍼낸 꽃물이 몇 동이일까 / 천길 절벽 아래 / 꽃파도가 인다 

 

이 시는 박형준 시인의 「춤」이다. 저마다의 삶 속에는 저마다의 춤이 있다. 춤이란, 실로 춤을 추고자 하는 동작은 같으나, 사람의 근육과 신체 구조에 따라 춤을 토해내는 방식은 모두 조금씩 다르다.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달리 보이기도 하는 것이, 언뜻 달리 보이지만 실은 모두 같은 곳을 향해 손과 발을 내뻗는 일이 어쩌면 우리의 삶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이기도 한다. 사는 동안 행복을 향해 손 내밀고 결국은 죽음을 향해 걸어가야 하는 우리의 삶, 우리는 모두 사는 동안 춤추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날개를 펼쳐 아찔한 비행을 시작하는 젊은 청춘들. 가끔 마주하기 두려운 절벽 앞에 두 발을 딛고 선다. 보다, 드높고 먼 곳을 향해 날아오를 때면 가슴 속을 울렁이게 만드는 전율을 얻기도 하지만 종종 그 끝에는 고독한 혼자만의 외침이 흔적처럼 남아있기도 한다.

 

그래, 삶이란 어쩌면 각기의 고독을 마주하는 순간의 연속일지도 모르지.‘불안’속에서 ‘고독’으로 오므라들지만, 천길 절벽 아래 이는 꽃파도라는 ‘희망’을 보기 위한 끝없는 ‘도전’. 이를테면, 당신의 삶이 그렇고 우리의 삶이 그렇다.
 


- 하쿠나마타타

 

조용하고 어두운 무대 위 고요한 새벽을 깨우는 노크처럼 발소리가 들려온다. 정적을 희미하게 메우는 발소리. 의식을 치르는 듯 살랑살랑 몸을 움직였다 기도를 하는 남자와 내리는 비를 맞고 땅을 세게 밟으며 무언가를 온 힘 다해 끌어당기는 또 다른 남자, 여자는 불안 속에서 벗어나려는 듯 간절하게 자신의 팔을 잡아당겨 반대편으로 이끈다. 


걱정 가득한 암흑 속에서 꿈틀거리는 세 사람은 같은 동작을 쉼 없이 반복한다. 이어 남자의 휘파람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세 사람은 여전히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반복적 행위를 이어나간다. 이윽고, 한자리에 모인 세 사람의 머리 위로 비춰오는 햇살. 스케이트를 타듯, 가벼운 몸동작으로 다가오는 한 여자. 이제 네 사람은 봄날 가벼운 몸짓의 바람이 된다.


하지만 무대 곡, Lord Huron, Allison Ponthier - I Lied는 어딘가 모르게 쓸쓸하다. 양손을 가슴에 모은 채 근심을 쓸어내리듯 둥글게 원을 그리며 괜찮다, 괜찮다 스스로 되뇌고 있다. 정적이고 반복적이었던 동작들의 활동 범위와 반경이 넓어지면서 이들의 움직임에는 날카롭고 예민한‘각’이 부드러운‘곡선’으로 바뀌어 간다. 세 사람이 네 사람이 되고, 발소리와 휘파람 소리만 가득했던 무대에 음악이 흐르면서 반복의 행위는 사라지고 새로운 동작들이 생겨난다. 얼굴을 감싸 쥔 채 가득 차오른 근심을 누르며 내일의 나와 거울 속의 나 같은 당신에 대한 걱정으로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그렇게 몇 번의 파도가 지나간 자리. 쉼 없이 이어지는 삶의 달리기 속에서 시간이 흐른다. 끝을 향해 달려가는 무대, 그 중앙에서 배를 움켜쥐고 마음껏 웃어 보이는 세 사람. 시선을 의식한 웃음들. 나머지 한 사람의 독백 웃음 속에 울음이 뒤섞인 고뇌가 담겨 있다. 사람들을 의식한 가짜 기쁨이 지나고 나면 비로소 혼자일 때 나를 감싸는 고독과 불안이 드러난다.


점점 끝나가는 음악, 몸을 감싸 안고 전율을 느끼는 순간, 발의 박자에 맞춰 이어지는 격렬한 몸짓 안에 미래에 대한 이유 모를 두려움이 깃들어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기어코 당당히 앞으로 걸어 나오고 만다. 하쿠나마타타, 불안으로 가득 찬 내게, 내가 전하는 메시지이다.

 


- 등산

 

저 산의 정상에는 무엇이 있을까, 앞으로 내가 넘어가야 할 산이 얼마나 많은지, 이대로 걸어가면 산의 정상에 도달할 수는 있는지 궁금하지만, 알 길은 없다. 다만, 어떤 길 위에서는 내 등을 미는 무언가에 의해 내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그것은 사람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나일 수도 있고 너일 수도 있다. 누군가의 도움의 손길일 수도 있고, 책임감의 무게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으로 인해 나는 천천히 앞으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몸을 일으켜다 다시 주저앉는 두 사람이 있다. 둘은 무도의 몸짓으로 강약을 조절한다. 경사진 오르막길에서 온 힘을 다해 움직였다가 느슨한 바람에는 온몸을 맡긴다. 한 생애를 등반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저 정도의 의지와 쉼은 필요한 법이다. 


서로의 등 뒤에서 서로를 밀고, 밀어주던 두 사람은 어느새 격한 몸동작으로 서로를 향해 대치하며 사투를 벌인다. 나 자신과의 의지에 대한 나 혼자만의 사투이기도 하고, 산을 먼저 오르고 정상을 차지하기 위한 두 사람의 사투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절경을 내려다보기 위해 산기슭의 돌부리를 넘고, 산자락의 물을 건너는 일은 당연하다. 가끔은 넘어지기하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기도 하지만 유토피아를 향한 욕망과 기대는 살아가는 모든 이의 본능과도 같은 것이다. 


결국, 정상에 도달하지 못한 채 쓰러지고 마는 한 사람. 그리고 남은 한 사람은 정상을 향해 조금 더 걸어간다. 과연 저들은 둘일까, 아니면, 하나일까. 


삶이란 산을 등반하는 것은 오롯이 나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하고, 이곳에 남겨진 모든 우리와의 격투이기도 하니 저들은 둘일 수도 있고 하나일 수도 있겠다. 

 

 

- 유영
 
파란 물결이 이는 곳, 초록 그물 속으로 물고기가 헤엄쳐온다. 넓은 바닷속, 자유로운 유영을 결박하는 그물 안으로 들어서는 한 마리 물고기. 바다의 품속을 가로지르려던 갈망의 꿈이 촘촘한 녹색 그물 안에 잡힌 것이다. 이윽고, 세 마리의 물고기는 하나의 그물 속에 얽힌다. 이곳이 어딘지, 어떻게 이곳을 빠져나가야 하는지 도무지 그들은 알지 못할 것이다. 그물 속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지만 도리어 격한 움직임은 그들을 더욱 견고하게 얽맬 뿐이다. 살기 위한 몸부림이 때로는 자신을 더욱 가두는 덫이 되기도 하는 것처럼.


그물 속에 갇힌 물고기들은 어항이나 수족관으로 옮겨질 것이다. 대부분의 물고기들이 그런 절차를 밟는다. 그물 속 삶은 나와 비슷한 물고기들이 가득한 속박의 울타리이자 이 사회의 현실이기도 하다. 그물 안과 밖을 넘나드는 저 물고기는 아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유는 어디에 있는 것인지, 내가 어느 곳에 있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뇌 말이다.


이어서, 물속에서 전해지는 파동이 퍼진다. 웅-웅- 몽환적인 음악, 그리고 빨리지는 템포 속 물고기는 바다 이곳저곳을 마음껏 유영한다. 깊이 뻗어대는 손과 발과 흐느적거리는 움직임 속에 무언가를 애타게 찾고 있는 간절함이 보이기도 한다. 홀로 느끼는 바닷속 여유와 자유, 울타리 속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들과 함께 감당해야 할 규제와 구속. 그 중간쯤을 헤매며 혼돈에 빠진 것도 같다. 


결국, 물고기의 몸의 반은 수족관 안, 반은 바다에 두고 미동이 없다. 현실과 이상의 경계에 몸을 걸치고 숨을 잃어가는 것이다. 


고향을 향한 그리움을 담은 음악의 선율 아래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저들의 현란한 몸짓은 물속을 가르는 바닷속 마지막 춤이 된다. 그 끝에서 녹색 그물에 엉킨 셋은 수족관 위에서 깊은 잠속에 빠지고 만다. 그 마지막 모습은 애타게 이상을 찾아가지만, 현실이라는 벽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 생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얼굴일 것이다.

 


- 누가 내 머리에 약 탔어?

 

수풀 속 엉킨 손이 허공을 향해 움직인다. 그 속을 헤치고 나온 한 여자의 불안정한 미소. 
몸을 숨겼던 수풀 속 다른 누군가 꿈틀대기 시작한다. 둘은 바닥을 기어 다니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운다. 한 사람의 자아와 그 사람의 영혼을 조종하는 또 다른 자신. 약에 취한 사람의 움직임에 의지는 찾아볼 수 없다. 희망과 행복을 찾기 위해 시작한 약이 결국 나 자신을 파편으로 조각내고 있는 모습이다. 


하늘을 향해 공을 던지는 듯한 모습은 마치 허공에 희망을 던지는 모습과도 같다. 약에 의존한 나는 빠져나올 수 없는 어떤 놀이 속에 빠진 영혼이 되어만 간다. 잡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온전치 못한 나만이 한없이 비틀거릴 뿐이다. 분주한 움직임이 자신의 목을 가득 조여온다. 벗어나고픈 마음과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의 벽이 기괴하게 마주칠 뿐이다.
두 사람은 두 손끝을 모아 무언가 만든다. 마치 조개의 입을 형상화한 것 같기도 하다. 반짝이는 진주를 찾기 위해 힘을 다해 조개의 입을 열지만, 진주는 보이지 않는다. 자세히 보면 저 두 손의 형상은 만개하려다 다시 오므라드는 한 송이의 꽃 같기도 하다. 열어보려 애를 써도 닫히기만 하는, 만개를 위해 애써도 오므라들기만 하는 절망의 시나리오 말이다.


그로테스크한 웃음은 기쁨보다 슬픔에 가깝다. 벗어나려 아무리 노력을 해봐도 이제는 정말 벗어날 수가 없는 약에 취한 이의 결말. 새처럼 날아가고 싶은 욕망을 가득 담아 날갯짓을 해봐도 하늘을 날아오르는 흉내만 낼 뿐, 여전히 그곳은 땅 위이다.


행복과 불행이 구분되지 않는 삶 속에서 나는 나에게 마취총을 겨눈다. 잘 살고 싶었던 마음이 실은 나를 절망과 죽음에 빠뜨리게 되었던 일이라는 것을, 내 총구의 끝에 조준된 대상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 자신이었다는 것을 나는 영원히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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