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춤과 전통의 눈높이를 맞추다
'한국춤더함+ 제4회 렉처퍼포먼스 한국춤 전통의 의미를 열다'
한국춤더함+ 제4회 렉처퍼포먼스
- 한국춤 전통의 의미를 알다
2024년 10월 20일 (일) 오후 6시 /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
- 글 : 최윤정
- 진행/사진 : 대구문화창작소 이재봉
가을임에도 더위가 만연했던 10월 20일, 대구 비슬홀에서는 관객과 전문 무용수가 함께하는 '한국춤더함+ 제4회 렉처퍼포먼스 한국춤 전통의 의미를 열다'가 상연되었다.
정은주, 주현미, 조연우 세 명의 무용수가 한국 춤과 무용이 일반 관객들에게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발표와 함께 무대를 선보였다.
춤더함 공연은 일방적으로 관람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객석과 무대가 함께 소통하는 것이 일부분으로 구성되어 관객들의 전반적인 관심과 흥미를 사로잡았다.
'무용 교육의 다양한 놀이 방법 탐색에 관한 연구'
- 정은주
'무용 교육의 다양한 놀이 방법 탐색에 관한 연구'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정은주 발표자는 아이들이 어려움 없이 접할 수 있는 간단한 움직임과 한국 전통 놀이 중 하나인 비석 치기를 엮어, 무용에 대한 접근성을 낮추었다.
그중에서도 '움직임'이라는 요소를 활용하여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었고, 발표자는 끊임없이 관객과 소통하여 집중력을 끌어올리고 흥미를 느끼게끔 유도하였다.
시각적 자료와 청각적 자료를 적절히 활용하여 이해가 수월하게 이루어졌고, 한 자리에서 정지해 있는 비이동 움직임에서 공간을 인지하고 활동하는 이동 움직임까지 점진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다.
연구 결과를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을 일으켜 세워 함께 움직이며 아이들과 상호작용하고, 몸을 움직여보는 경험을 통해 '무용'이라는 개념을 아이들의의 눈높이에 맞추었다.
이 연구에서 무용은 다가가기 어려운 거창한 예술이 아니라, 일상에서 손과 발을 움직이며 공간을 인지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예술로 다가간다. 더불어 아이들이 스스로 신체를 움직이고 상상력을 발휘하여 정서적, 사회적으로 발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발표가 되었다.
'유사한 역사 속, 다르게 꽃피운 한국과 아프리카의 전통춤'
- 주현미
어느 부족의 음악이 무대 가득 울려 퍼진다. 다듬어지지 않은 야생이 펼쳐지고 거칠고 투박하지만 화려하고 빠른 움직임이 전개된다. 이는 아프리카 전통춤과 타악팀으로, 발표에 앞서 두 번째 무대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짐작할 수 있게끔 한다.
주현미 무용수는 식민 지배라는 공통된 역사를 지닌 채, 전해져 내려오는 전통춤이 어떻게 다른지, 또 어느 지점이 같은지 비교하며 얘기한다. 이 비교 대상들의 개념이 한 점에 모이며 발표 주제가 명확해지고, 폭발적인 에너지와 흥분 상태로 이어지는 아프리카 전통춤 '얀사'와 정중동의 미를 품은 한국의 전통춤 '살풀이춤'이 전개될 준비를 마쳤다.
극과 극인 것처럼 느껴지는 두 개의 움직임은 완전히 다르면서도 내포하고자 하는 방향이 같아 묘한 통일감을 불러일으킨다. '얀사'는 화려한 색을 띠는 아홉 명의 아이를 기리기 위한 스카프를 허리에 매고, 빨간색의 말 채찍을 들어 허공에 내려친다. 빠르게 휘두르는 움직임과 짝- 하는 소리에 공기가 갈라지고, 그 틈에서 생명력이 발생한다.
'얀사'와 '살풀이춤'의 연결은 색채의 제거로 이루어진다. 화려한 옷을 걸친 한 남자가 들어와 무용수가 매단 스카프와 말채찍을 가져간다. 원색으로 가득 찼던 무대는 어느새 하얀색만 남겨 소담한 미를 드러냈다.
살풀이춤은 빠르게 몰아쳤던 얀사와 달리 묵직하게 시작한다. 일정하게 내리쳤던 말채찍과 달리, 비정형적인 곡선을 그려내는 명주 천이 손끝을 따라 허공에 나부낀다. 무용수는 조심스러운 손짓으로 명주 천을 얼렀다 맺으며 그녀의 한을 담아낸다.
얀사와 같은 리듬 위에서도 채찍 대신 발을 내디뎌 한국 전통춤의 면모를 확연하게 드러낸다. 화려하고 빠르게 넋을 기리는 얀사와 조심스러우면서도 금세 천과 함께 어우러져 신명을 타고나는 살풀이춤이 차례대로 이어지며 같은 방향성에 다른 표현 방식을 체감할 수 있었다.
농악을 기반으로 한 설소고춤의 춤사위 특징
- 조연우
설소고춤은 세 무대 중 가장 교과서적인 발표와 무대였다. 공연에 앞서 소개한 설소고춤의 특징은 무대를 감상하는 재미를 더하고, 장르를 구성하고 있는 동작의 명칭과 설명에 짧은 시범을 더해 관객들의 이해를 도왔다. 관객들에게 알려준 리액션이나 지식으로 인해 무대 중간중간 추임새가 터져 나오기도 했고, 직접 관람하며 배움을 되새기는 과정에서 오는 즐거움이 객석을 가득 메웠다.
설소고춤은 동작이 시원하고 빠르다가도 이내 속도를 늦춰 우아한 미를 강조한다. 소고를 아래로 잡고 치맛자락을 살포시 잡고 있다가, 팔을 위로 번쩍 들어 올리는 순간 안으로 모여들던 에너지가 밖으로 터져나간다. 앉았다 일어서고, 빙글빙글 돌며 가락 사이를 이을 때도 이들이 가진 생명력은 한자리에서 머물지 않는다.
무용수들의 사이를 가득 채우고 무대 너머에 있는 관객에게까지 신명을 전달해 준다. 큰 걸음으로 무대를 가로지르고, 서로의 뒤를 쫓아 잠시 무대 밖으로 빠졌다가 명쾌한 타악 소리와 함께 다시 돌아온다. 한정된 공간을 누비면서도 안팎 모두를 아울러 쾌활하고 활기찬 소고 소리가 공연장 가득 울려 퍼졌다.
우도설소고춤은 농악 안에서 놀던 소고놀이인 우도농악과 황재기 소고춤이 합쳐져 '우도설소고춤'이라는 하나의 장르가 만들어진 것이라 농사를 연상케 하는 움직임도 보였다. 발표는 장단별로, 춤사위별로 나누어 기본 구성을 소개하는 것에 많은 시간을 들였는데, 그 때문인지 더 교육적인 측면에서 볼 수 있었던 공연이었다.
세 개의 발표와 무대는 전부 관객과의 소통을 전제하고 공연되었다. 친절한 설명과 눈길을 사로잡는 무대는 일반적인 공연보다 집중하여 감상할 수 있었고, 이것은 무대가 익숙지 않은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간다.
사전에 개념을 접하고 이후 직접 그 공연을 관람하며 앞서 배운 내용을 곱씹을 수 있었다. 낯설지 않으면서 실생활에 가깝도록, 더불어 교육적으로 유익한 무대를 선보인 '한국춤더함+ 제4회 렉처퍼포먼스 한국춤 전통의 의미를 열다'는 큰 박수 속에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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