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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사진=무록

젊은 창작 춤 상자 또 열렸다
경연은 곧 배움의 장 ‘제2회 전국홀춤창작대전’

 

제2회 전국홀춤창작대전

2023년 6월 11일 / 퍼팩토리소극장

 

- 글 : 김리윤

- 사진/진행 : 대구문화창작소 이재봉

 

 

경연의 장이 곧 배움의 장이 된 의미 있는 창작 상자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지난 6월 11일 오후 6시 퍼팩토리소극장에서는 제2회 전국홀춤창작대전이 개최됐다. 대한국민예술협회와 대구문화창작소 주최, 전국홀춤창작대전운영위원회 주관, 한국문화혜술위원회 후원으로 펼쳐졌다. 만 19~39세 젊은 무용인을 대상으로 참가 자격이 제한된 행사에는 주제와 몸짓에 대한 고민이 담길 6~7분 길이의 창작이 무대에 올랐다. 이날 총 여덟 작품이 선보였다. 명칭에서 보듯 참가자들은 혼자서 안무하고 출연까지 하는 자신만의 야심 가득한 서사를 드러냈다. 


주최 측은 공정한 심사를 위해 참가자 프로필은 물론 심사위원 명단까지 사전 비공개 처리했다. 심사위원과 참가자의 프로필이 소개된 팸플릿은 경연이 갈무리된 후 배포했다. 이전까지 출연자에게는 심사위원이, 심사위원단에게는 출연자의 프로필을 온전히 가렸다.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각 작품 소개 화면에 참가자 이름이 아예 뺐다. 홍보 포스터의 참가자 이름은 영문 이니셜로 대신했다. 단, 각 참가자의 개별 홍보는 허용했다. 심사를 위해 별도로 준비한 심사지에는 참가자의 작품 제목, 안무 의도, 작품 내용만 제공했다. 심사위원 명단도 커튼콜까지 마친 후 소개했다. 그야말로 블라인드 심사에 걸맞게 심혈을 기울였다.


심사는 김소영 클라라발레학원 원장, 김평수 (사)한국민예총 이사장, 박지원 한양대 박사과정, 선유라 댄스컴퍼니 썬엔프렌즈 대표, 이경화 (사)대한무용협회 부산지회 이사, 이재봉 퍼팩토리소극장 대표, 이해원 전주교육대학교 외래교수, 전은수 서울대학교 외래교수, 정명지 전북대 학교 초빙교수, 현선화 바르무용단예술감독 등이 맡았다. 순위는 10명의 심사위원 평가에서 각 작품에 대한 최고점과 최저점을 뺀 나머지 8명의 점수를 합산한 총점으로 가려졌다. 


심사위원들은 총평에서 “전국에서 활동하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감상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작품 의도와 내용이 춤의 움직임에 얼마나 잘 묻어나는지에 대해 중점을 두었다. 안무자가 어떠한 표현과 움직임 등으로 작품 내용과 의도를 담아낼까 하는 설렘을 가지며 연기력과 작품성, 연출력 등을 살폈다. 참가자와 심사위원 모두 느끼고 배우는 장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 젊은 무용인들이 창작활동을 펼칠 장을 마련해준 주최 측과 참가자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심사 결과 대상은 작품 ‘Dear. Peter’를 무대에 올린 박지현이 차지했다. 대상 수장자에게는 상금 50만원과 상장이 주어졌다. 금상은 작품 ‘아수라’를 보여준 조동혁이 받았다. 상금 30만원과 상장이 수여됐다. 은상은 ‘allbet’로 주의를 끈 문아현에게 돌아갔다. 역시 상장, 상금 20만원이 지급됐다. 마지막으로 동상은 ‘콕’ 박준영과 ‘별탈북춤’ 류현정이 수상, 상장을 안았다. 다음은 수상작에 대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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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피터에게' ⓒ이재봉

 

“불안과의 공존 이토록 어려운가!”
대상 Dear. Peter(안무/출연 박지현)

 

구노의 아베마리아가 흘러나오고 박지현이 등장한다. 검은 민소매에 무릎 약간 아래에 내려오는 얇고 검은 바지를 입고 뼈가 하나도 없는 연체동물처럼 움직인다. 누가 툭 건드렸을 때 두려운 나머지 오로지 생존을 위해 몸 전체를 하염없이 비트는 모양새다. 얼굴을 감싸고 어쩔 줄 몰라 허우적거리고 사지를 위아래로 거침없이 흔든다. 등을 바닥에 대었다가 벌떡 일어나 좌우 비대칭 되는 자세를 보여주며 무너지지 않으려 애쓴다. 움직임은 부드럽고 섬세하지만 뼈 마디마디의 움직임이 참으로 애절하다. 신체 구석구석을 다시 배열하려는 것처럼 고통이 느껴진다.


박지현은 시 ‘피터에게’에서 착안하여 안무를 꾸몄다. “움직이는 모두는 계속해서 노화하고 몸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다. 각자가 지닌 고통과 불안을 공감하고 싶고 불안과 공존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인식해보려 한다.”는 의도와 아울러 “작업에서는 불편한 세포, 불안감을 유발하는 요소를 피터라고 이름 지었다. 피터에게 말을 거는 듯이 만지고 털어내며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심사위원들은 “불안이라는 요소(피터)를 움직임에 섬세하게 녹여냈고 자연스러운 연결이 좋았다. 안무 과정의 체계성이 작품에 잘 드러났다. 느닷없이 마주치는 ‘피터’는 반갑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피할 수 없는 삶의 부분이다. 불편, 불안에 피터라는 이름을 붙인 발상이 참신하다. 안무자의 ‘피터’는 김춘수의 ‘꽃’이었다.”고 호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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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혁 '아수라' ⓒ이재봉


“저 깊은 욕망에서 어찌 벗어날까”
금상 아수라(안무/출연 조동혁)

 

거친 호흡소리와 흡사한 소리를 뱉어내는 음악과 함께 하얀 반팔 티셔츠에 흰 바지를 입은 조동혁이 무대 중앙에 선다. 이어 마치 누군가에게 대항하는 무도인처럼 현란한 움직임을 이리저리 펼치며 자신의 몸 안팎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절실하게 표현한다.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내면의 세계와 언제든 마주할 현실의 세계에서 만나는 다양한 감정을 현대무용으로 힘있게 풀어낸다. 뒹굴기도 하고 뛰기도 하고 구르기도 하고 버둥대기도 한다. 누워서 한 손을 들어 무언가를 쫓는가 하면 위를 향해 발끝을 튕기면서 비슷한 힘의 창과 방패가 서로를 방어하는 모양을 보여준다. 감정의 혼란에 틈이 느껴지지 않을 즈음 답답한지 윗옷을 훌렁 벗어 던진다. 그리곤 이리저리 헤맨다. 스스로가 들어간 그 길을 자유롭게 빠져나오고 싶은 듯.  


이 작품은 ‘무의식과 의식 사이 감정들을 스스로 자각하고 통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통제하는 과정 안에서 경험하지 못한 감정들을 마주함으로써 일어나는 복잡한 상태를 춤으로 표현했다. 


조동혁은 작품 내용에서 “욕망에서 벗어나고, 받아들고자 하는 내 에고의 충돌이다. 무의식적인 감정들이 소용돌이칠 때 나는 온전히 멈춰 섰다.”고 밝혔다.  


심사위원들은 “무용수의 독특한 움직임이 매끄럽게 연결됐다. 관절을 이용한 현대무용의 역동적인 움직임이 잘 표현됐다. 장면 전환이 인상적이다. 몸짓의 단절성과 연결성으로 차이를 두었다. 조명도 적절히 사용했다. 추상적인 주제로 그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완급과 강약 조절이 보는 이가 긴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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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아현 'allbet' ⓒ이재봉


스마트한 시대에 맞는 춤으로
은상 allbet(안무/출연 문아현)

 
미래에서 만난 발레의 정의다. 문아현은 새로운 창작의 옷을 입히기 위해 발레에 대한 고정관념을 지워버린다. 2323년 제1장 백조의 호수, 2324년 제2장 돈키호테 중 포인, 2325년 제3장 지젤 중 의상 등 기록 영상을 내걸며 기억 저편의 발레에 새로운 정의를 씌운다. ‘춤’ = ‘빌레(ballet)’ = ‘올벳(allbet)’. ‘춤추다는 뜻을 가졌다는 것 외에 어떤 기록도 남아 있지 않다면 과거의 발레는 어떤 모습이었을까?’를 전제로 색다른 의미를 찾아보려는 것이다.


“기록을 시작합니다,”는 음성과 함께 무용수는 그해에 해당되는 주제의 발레를 하나하나 보여준다. 무대 뒤에서 발레복을 가지고 나와 기록을 쌓듯 가운데에 포개며 고전발레의 형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인식을 전하기 위해 노력한다. 기대 때문인지 조명은 그다지 어둡지 않다. 움직임도 비교적 가볍다. 통통 튀지는 않지만 연한 발걸음은 바닥을 캔버스로 만든다. 완성된 그림은 창작의 희망이다. 


문아현은 “지금의 발레도 현시대에 맞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스마트폰, OTT, 코로나19 등 모든 것이 급격히 변화되는 현실에서 예전의 것, 과거의 사례를 재연하고 재창작한 것에서만 만족하고 있는 것이 맞을까? 라는 고민을 시작으로 창작활동을 구상해보려 했다.”고 안무 의도를 표했다. 


심사위원들은 “발레의 새로운 정의라는 아이디어가 좋다. 틀을 깨고자 하는 도전 의식과 작품에 대한 노력이 보인다. 소극장에 알맞은 디지털 미디어를 기반으로 내레이션의 수행적 움직임이 조화로웠다. 2023년 우리가 알고 있는 발레 흔적이 사라진 미래 어느 시점, 발레를 새롭게 정의하고 기록하려는 20대의 엉뚱한 시도에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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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콕' ⓒ이재봉

 

“누가 뭐라 해도 나다운 모습으로”
동상 콕(안무/출연 박준영)

 

박준영이 무대 중앙에 모습을 나타낸다. 옷이 재밌다. 정글 탐사에 나선 사람처럼 노란 반팔셔츠와 반바지에 목이 긴 흰 양말을 신었다. 양손에는 배드민턴 라켓과 셔틀콕을 들었다. 이 뭐지 하는 호기심이 자리 잡기도 전 셔틀콕을 바닥에 놓고 주변을 빙빙 돈다. 한 손으로 집어 공중으로 든다. 이어 느닷없이 바닥에 툭 떨어뜨리더니 이내 주워 머리 위로 올린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 다시 바닥으로 내팽개치고 어느새 손아귀에 넣는다. 셔틀콕의 수난은 계속된다. 라켓으로 몇 번이나 치는 시늉을 하더니 이번에는 저만치 던져버린다. 아제는 라켓으로 자신의 몸을 사정없이 휘두르는 동작을 반복한다. 라켓과 셔틀콕을 사이에 두고 무용수의 갈등은 움직임으로 계속된다.


‘콕’은 배드민턴 경기에 사용되는 공인 셔틀콕에서 따온 말이다. 타인의 인식에 강한 첫인상이 마치 날카로운 가시처럼 ‘콕’ 박힌다는 의미도 있다. 


“사람마다 각자 타인에게서 보이게 되는 자신의 모습이 있다. 타인이 바라본 나, 쉽게 판단하고 가볍게 뱉은 말들과 행동이지만 너무나 깊게 ‘콕’ 박혀버린 내 모습. 비호감, 사회성 결여, 이상함, 외로움, 불쌍함 등 타인이 인식해버린 단편적인 나의 모습을 신경 쓰지 않고 그저 나 자신이 나답게, 타인을 바라보는 인상은 상관없이 자신의 모습을 그저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야 한다.” 후자에 무게를 두고 안무를 구상한 박준영의 의지가 엿보이는 작품내용이다. 


심사위원들은 “독창성이 눈에 띈다. 오브제를 이용한 다양한 활용으로 움직임을 연구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연기와 동작이 작품에 잘 녹아있다. 많이 고민한 과정이 보였다. 자아를 찾는 모습이 서정적으로 그려졌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편안하게 잘 표현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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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정 '별탈북춤' ⓒ이재봉

 

“세상의 편견 해학적인 춤으로”
별탈북춤(안무/출연 류현정) 


조명이 둥글게 들어오고 꽹과리 소리가 이어진다. 여기에 해학 넘치는 나발이 합세한다. 커튼 뒤에서 탈을 뒤집어쓰고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류현정이 아주 뒤뚱거리며 불빛에 다가선다. 등이 곱사처럼 불룩하고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손을 떨고 다리를 떨고 얼굴을 떤다. 


보기에도 기이한데 동작은 더욱 기이하다. 온몸을 발발 떠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떨리는 손으로 여기저기 마구 긁어댄다. 바닥에 엎드린 채 좌우로 흔들다가 비틀거리며 일어나 사지를 비비 꼰다. 그 상태로 공간을 누비는데 아슬아슬하다. 


장단이 빨라지면서 무용수의 몸짓이 달라진다. 등에 묶인 작은 북이 바닥으로 뚝 떨어지고 무용수는 손과 발로 북을 거침없이 두드린다. 묘한 가운데 한바탕 신명이 날개를 단다.  


류현정은 작품 내용에 대해 “별탈북춤은 오광대 중 문둥이춤을 모티브로 제작했다. 장애에 대한 불편한 시선과 편견을 비애의 춤으로 표현하는 이 춤은 단순히 비틀어진 신체를 비하하는 것이 아닌 누구에게나 있는 ‘일상 속 정서적 빈곤’과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불편’에 대한 이야기를 춤으로 표현한 것이다. 궁극적으로 편견을 극복하고 해학적인 춤사위로 신명적 해소를 이뤄내는 과정을 담고 있다.”고 풀어냈다.


심사위원들은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신체 표현력이 돋보인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장애라는 소재를 맛깔스러운 춤사위로 나타낸 것이 좋았다. 천형을 신명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문둥춤을 해체, 재해석하고 재구성한 표현 방식이 인상 깊었다. 전통춤과 창작품의 경계가 어디인가 하는 고루한 논의도 떠올랐다. 불편한 몸을 정신적 희열로 승화시키는 춤이 나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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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를 겸한 여덟 출연자의 '제2회 전국홀춤창작대전' 기념촬영 ⓒ이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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