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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X대만 국제현대무용교류전 ‘DIVERSITY’
- 데시그나래무브먼트X피와이댄스 공동 기획공연
- 현대인들의 치열함과 그들에게 전하는 계도적 전언

 

한국X대만 국제현대무용교류전 ‘DIVERSITY’
2022년 12월 23일 / 대구예술발전소 수창홀

 

- 글 : 이선영
- 진행 : 대구문화창작소 이재봉

 

 

 

한국과 대만의 예술가들이 참여한 한국X대만 국제현대무용교류전 ‘DIVERSITY’가 지난 12월 23일 대구예술발전소 수창홀에서 열렸다. 데시그나래무브먼트(Designare Movement)와 피와이댄스(PYDANCE)가 공동으로 기획한 다이버시티(DIVERSITY)는 대만 타이페이를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현대무용단 Hung Dance와의 교류를 중심으로 개최되었다. 

 

‘DIVERSITY(다양성)’라는 주제로 ‘Formless Erosion’, ‘명왕성’, ‘dating abuse episode’, Scent of the body’ 네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공연은 한국과 대만의 어떤 다양한 주제와 춤을 선보일지 기대되었다. 

 

 

 

Formless Erosion - 대만 HUNG DANCE / 안무 홍충라이

 

무형 침식(Formless Erosion). 우리는 우리가 알 수 없는 수많은 무형 침식을 통해 형성된 자연을 본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타난 대지, 그 속에 피어난 자연과 인류, 사랑. 

점점 밝아오는 무대 중앙에 무성하게 얽히고설켜 살아가는 숲속의 자연처럼 힘껏 껴안은 두 무용수가 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고 꽃이 피고 지는 자연의 섭리를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인간의 사랑과 자연을 느끼기도, 서로의 몸을 때리기도 한다. 

 

두 명의 무용수를 향해 비추던 하나의 조명은 어느덧 둘로 나뉘었고, 무용수도 떨어지게 되었다. 하나처럼 보이던 둘은 떨어지는 듯하다 다시 돌아가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조각을 하듯 다른 무용수를 두드리며 고통스럽게 한다. 인간은 자연의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이다. 자연을 떼려야 뗄 수 없는 인간이지만, 그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고 계속해서 고통스럽게 한다.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에 신음하는 산처럼 관객석을 향해 들리지 않는 포효를 했다. 그런 자연의 외침은 인간에게 다다르지 못한다. 계속해서 때리고 다시 조각을 맞춰 겉모습만 그럴듯하게 만든다. 

 

반복되는 행위 속에 서로 하나가 되어 껴안았던 몸짓이 아닌 발밑에 웅크린 자연과 그 위를 밟고 서 있는 인간의 모습이 동상처럼 굳어버린 채다. 

 

 

 

명왕성 - 한국 PYDANCE / 안무 도지원

 

명왕성은 태양계의 아홉 번째 행성이었으나 2006년 행성의 기준이 수정되며 왜행성으로 분류되었다. 태양계에서는 퇴출당했지만, 명왕성은 여전히 그 자리 그대로다. 어쩌면 명왕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리의 마음이 그 존재를 왈가왈부하는 것이 아닐까. 존재하는 그대로의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리의 마음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안무가의 말처럼 그저 온전하게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기대하며 무대 감상했다. 

 

두 명의 무용수가 행성이 공전하듯 일정한 소리와 일정하게 몸으로 원을 그린다. 움직임은 점진적으로 커지고, 어긋나며 원을 그리던 두 사람은 한 움직임이 된다. 태양계에 포함되어 행성들과 공전하는 우리에게 익숙한 명왕성이었다. 인간의 시선에 비친 명왕성은 그 행성의 쓰임이 다한 듯 무용수가 쓰러진다. 

 

인간은 어떠한 존재를 정의하고 규칙과 규율을 만들어 살아간다. 그러한 인간에 의해 명왕성은 태양계가 되었다가 왜행성이 되었다가 정의된다. 

 

수많은 어린아이가 별을 보기 위해 만들었던 손 망원경을 이젠 명왕성이 그 시선으로 관객석을 향해 인간을 바라본다. 꾸짖듯이 계속해서 얼굴과 시선이 떨어지지 않고 바라본다. 그리고는 나는 여전히 건재하고 있는 행성이라는 듯 공전을 한다. 

 

 


dating abuse episode - 한국 SUMOVE / 안무 박수열

 

하루에도 몇 번씩 데이트폭력(dating abuse) 관련 뉴스가 들린다. 뉴스나 기사로는 물리적 폭력과 피해가 있는 데이트폭력에 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물리적인 폭력만이 폭력일까. 우리의 삶 속에 스며들어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폭력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상대방의 인간관계를 사랑이라는 이유를 들어 단속하려 들고, 옷차림에 대해 제한하려는 행동은 연인 간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상대방의 심리를 이용해 끊임없이 통제하고 억압하려 할 때 우리는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를 쓴다. 이 일이 계속해서 반복된다면 폭력을 행사해도 가스라이팅을 당한 피해자는 모든 일의 원인을 자신으로 생각하기에 폭력이라는 행위를 인지하지 못한다. 

 

지난 정진우무용단의 New Modern People에서 본 작품이다. 지난번과 달리 무대 단차가 없는 공연장에서 가까이 보게 되어 두 무용수의 표정과 표현이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데이트폭력이라는 주제로 물질적 형태뿐만이 아닌 정서와 정신마저 통제하는 폭력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벗어나려 하는 여자 무용수를 힘으로 제압하고 계속 무언가를 속삭이며 벗어나지 못하게 막는다. 

 

태초에 애정, 사랑의 감정으로 시작된 관계는 끝은 죽음이었다. 한때 미디어에서는 강제로 끌고 가 차에 태우거나, 벽치기 후 강제로 스킨십하는 등 상대를 통제하고 물리적인 힘을 가하는 장면을 로맨틱하게 묘사하기도 했다. 폭력의 피해자자 폭력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사랑이라는 단어로 치부하고 단념하기에는 좀 더 경각심을 가지고 바라봐야 할 문제이다. 

 

 


Scent of the body - 한국 Designare Movement / 안무 유호식

 

핀 조명 아래에 한 명의 무용수가 단전으로부터의 깊은 한숨을 내뱉는다. 동작 하나하나 느리고 섬세하게 손과 발끝까지 힘 있는 모습이다. 마치 무언가를 널리 퍼뜨리려는 행위로 보인다. 계속해서 내뱉고, 들이마신다. 진중하고 무거운 숨은 한숨은 무언가 노력한 뒤 내뱉는 그 한숨, 열심히 했다는 실증이다.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의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자신의 마땅히 해야 할 일인 열심히 춤을 추는 무용수 노력, 성취하고자 하는 것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다. 그 땀방울이 관객석에 전해질 때까지 노력한다. 마침내 노력의 끝에 다다른 것처럼 관객석에 조명이 비추어진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단연 무대의 마무리이다. 상의, 하의를 탈의하고는 꽃잎이 가득 든 바구니를 천천히 뒤집어쓴다. 그렇게 몇 번의 반복이 끝나고 무대는 온통 꽃향기로 가득 찼다. 무용수의 땀방울과 노력이 아름다운 꽃으로 열매를 맺어 그 위에 누운 무용수는 누구보다 행복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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