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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사진=무록

무용예술로 승화된 우리시대 청년들의 고민과 염원, 2022 '달서현대춤페스티벌'

 

2022 달서현대춤페스티벌

2022년 12월 2일 / 달서아트센터 청룡홀

 

- 글 : 서경혜
- 사진/진행 : 대구문화창작소 이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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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mhn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42442

 

 

2022 '달서현대춤페스티벌'이 지난 12월 2일 대구 달서아트센터 청룡홀에서 개최되었다. 달서아트센터가 주최하고 동 센터와 (사)대한무용협회 대구광역시지회가 공동주관한 이 행사는 차세대 젊은 무용인들에게 창작활동의 동기를 부여하고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되어 온 지역 축제로, 올해 3회를 맞이했다.

 

금년 무대는, 올해 국내에서 개최된 각종 무용제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은 청년 무용인들의 작품이 초청되어, 우리시대 신진세대가 추구하는 현대무용의 경향을 파악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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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MUV프로젝트 '이질적인 인(人)' / 안무 최연진 ⓒ대구문화창작소 이재봉

 


이질적 인(人) / 진MUV 프로젝트 (안무 최연진)

 

조명이 없는 어두운 무대, 한 구석에 엎드려 있는 무용수는 다리를 하늘로 치켜든 채 꿈틀거린다. 하얀 백스크린에 반사된 옅은 빛 아래에서 꿈틀거리던 몸은 무대 반대편에 놓여있는 인형 무리로 간신히 다가간다. 

 

그들의 모습을 잠시 들여다보던 무용수는 그들과 비슷한 모양새로 움직임을 취해본다. 바닥에 앉은 채 키 작은 모습으로, 줄에 매달린 인형처럼 몸을 꺾으며 춤을 춘다. 그러나 춤추고 싶은 무용수와 다르게 요지부동인 인형의 무리. 심사가 틀린 무용수는 인형을 하나씩 넘어뜨리고 멀찍이 밀어낸다. 

 

자신의 몸을 꼭두각시 인형의 움직임으로 묘사함으로써 인형들을 의인화해 낸 작품, '이질적 인(人)'. 무용수가 연기하는 존재는 구부정하고 뒤틀린 움직임이 어딘가 남다른 모양새를 지녀 무리에 선뜻 섞이지를 못한다. 

 

이윽고, 결단과 행동을 종용하는 분위기의 음악이 시작되고, 무용수는 드디어 기립한다. 몸은 일으켜 세웠지만 그녀의 팔 다리는 여전히 굳어있어 춤은 조종 당하는 인형의 움직임처럼 부자연스럽다.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제약을 받는 듯한 그녀의 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무리를 향한다. 

 

인간 집단이 투영된 인형의 무리는 곧 상자의 가장자리에 세워져 키가 커진다. 무용수는 그들 사이에도 끼어보려 하지만 인형들은 무용수의 관심에 아랑곳없이 저희끼리 번갈아가며 춤을 춘다. 백스크린에 그림자로 비친 그 모습은 마치 주류에 외면당하는 비주류의 절규처럼 애처로운 환영을 불러일으킨다. 무용수의 간절함과 절규의 몸짓을 사이에 두고 저희끼리 속닥이는 주류 무리의 그림자.

 

음악이 멈추자, 무용수는 그토록 선망의 대상이었던 인형 하나를 자기 앞에 가져다 놓는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의미 없이 몸을 흔드는 속이 빈 자동인형에 불과한 것. 이제 그녀도 미운오리새끼가 차라리 백조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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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D '다음 [칸]' / 안무 김도연 ⓒ대구문화창작소 이재봉

 


다음 [칸] / KD.D (안무 김도연)
 
무대 한 가운데, 조명이 만드는 다리가 있고, 그 위를 조심히 건너가려는 무용수가 있다. 한 발을 높이 치켜 들고 양 팔을 옆으로 쭉 뻗은 그 모습은 위태로움을 품고 있지만, 몸의 균형을 잃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움과 다리 앞에 있을지도 모를 위험을 상당히 경계하는 모습이다.

 

그러는 사이 다른 무용수들이 측면에서 다리로 접근해온다. 엉금엉금 기어서 오기도 하고 그저 지나치기도 한다. 기어온 무용수의 몸은 먼저 나아가던 무용수의 정진에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미래에의 도전을 소재로 한 작품 '다음 [칸]'은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삶'이라는 여정에 쉼 없는 도전과 정진만이 희망적인 내일을 약속할 수 있다는 생각을 젊은 호흡으로 그려낸다. 

 

어느새 다리는 복사가 된 듯이 두 개가 되고, 그 위에서 무용수들이 삼삼오오 무리 지어 춤을 춘다. 다리의 경계가 허물어진 뒤에는 다섯 무용수의 움직임이 훨씬 더 자유로워지면서 실험적이고 과감해진다. 팔과 몸으로 허공을 마구 휘저으면서 무언가를 바라고, 내 주변의 세상을 한껏 흡수하려는 듯한 몸짓이다.

 

그들의 춤을 눈으로 따라가다 보면, 에너지로 발산되는 그 어떤 고민스러움이 공간에 가득 들어차 있음을 느끼게 된다. 저마다의 마음 속에 불안하게 자리잡고 있는 '다리' 위를 따로, 또 같이 활보하는 움직임. 그것은 마치 생명력이라는 물감을 찍은 붓이 과감한 터치로 공간을 완성해나가는 환상을 경험케 한다.

 

조명으로 다리를 지어낸 무대연출과 함께, 알 수 없는 내일에 대한 고민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젊음의 춤동작이 풋풋한 감상을 남기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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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네스발레단 '회상回想, 회상回翔' / 안무 전지연 ⓒ대구문화창작소 이재봉

 


회상回想, 회상回翔 / 쥬네스 발레단 (안무 전지연)

 

쥬네스 발레단의 '회상回想, 회상回翔'은 2022 대구경북발레페스티벌에서 먼저 만났던 작품이다. '세 발레리나 각자의 사랑의 추억'이라는 부제가 어울릴 법한 이 옴니버스 발레 작품은, 스모크한 탱고 선율과 더불어 불과 십분 남짓의 시간 안에 여러 서사와 서정을 담아낸 연출력이 인상적인 작품.

 

다시 만난 그들의 춤에서는 한층 더 농익은 연기를 볼 수 있었는데, 발레리노에게 의지하여 회전을 하는 동작은 바퀴마다 속도감에 차이를 두어 한결 더 우아하게 느껴졌고, 리프팅 동작과 이어지는 동작들에서는 중력을 무력화시키는 듯한 가벼움과 부드러움으로 무대를 조각해내는 기술이 돋보였다. 

 

마치 존재하지도 않았던 과거를 상상해내듯이, 사뿐한 발자국 소리도 없이 과거를 회상(回想)해내는 그들의 춤, 그러나 회상(回翔)을 위한 달음질로 떨쳐보려 했던 과거는 어느새 한층 들어 올려진 공간에서조차 메아리쳐 돌아온다. 오, 지난날의 내 사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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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스크루 '뿌리 뽑힌 뿔' / 안무 장민주 ⓒ대구문화창작소 이재봉

 


뿌리 뽑힌 뿔 / 루카스 크루 (안무 장민주)

 

복면이 달린 시스루 볼레로를 입은 무용수가 어둠 속에서 나타난다. 사방으로 머리를 에워싼 복면과 상의의 넓은 소매통이 머리와 팔의 크기를 한껏 부풀린 모습. 엉덩이로, 사지로, 바닥을 기며 어슬렁 거리는 몸짓은 네 발의 코끼리를 연기하는 것이다. 

 

느린 박자의 규칙적인 음이 들려오는 고즈넉한 사운드에 맞추어 한가로이 노니는 것 같았던 코끼리. 댕 댕 종소리가 들려오자 귀를 막고 쓰러지며 소리로부터 달아나려 한다.

상아를 얻기 위해 코끼리 밀렵이 성행한 아프리카에서 상아 없는 코끼리가 태어나기 시작한 작금의 시대상을 풍자한 작품 '뿌리 뽑힌 뿔'. 우리에겐 그저 댕 댕 종소리에 불과할 소리가 코끼리들에겐 생명을 위협하는 죽음의 소리가 되었다. 

 

우수한 유전자를 바꾸어서라도 생존을 해야 했던 코끼리. 바뀐 모습으로 밀렵꾼의 표적은 피하게 됐지만 달라진 모습에 방황하는 종(種). 복면과 볼레로를 벗어 던진 코끼리는 자존심 잃은 외모에 또 다시 고통받고 절규한다. 

 

팔 다리의 동작과 간단한 의상으로 코끼리의 생태를 드러낸 표현력이 돋보인 작품은, 스스로 생태계 교란을 촉발시키는 인간군상에게 삶에 있어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이 땅의 자연을 마구 소진할 권리인가, 잘 관리해 나아갈 의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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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시케피지컬시어터 '전염' / 공동안무 ⓒ대구문화창작소 이재봉

 


傳染 전염 / 프시케 피지컬 시어터 (공동안무 프시케 피지컬 시어터)

 

무대 중앙, 조명 아래로 살색의 몸집을 한 무용수가 걸어 나와 바닥에 놓여있는 KF마스크를 집어 든다. 얼굴에 쓰려나 싶었는데, 이쪽 저쪽 주위를 살피더니 고이 접어 감춘다. 

빠르고 흥겨운 비트의 팝이 흐르자 무용수는 비로소 춤을 추기 시작한다. 경련이 일듯이 손을 파르르 떨기도 하고, 무언가를 털어내려는 듯 경솔히 머리를 흔든다. 종종 걸음을 치고 팔을 휘휘 돌리고, 손을 둘둘 말아 회전시킨다. 다른 무용수들도 하나 둘 나타났다 사라지며 저마다의 몸짓으로 같은 류의 살색 개체를 그려낸다. 

 

우리는 지난 3년 동안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전염의 공포를 경험했다. 그러나 작품 '傳染 전염'은 우리 안에 뿌리내린 부정적 인식의 바이러스가 아닌, 다시금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긍정의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싶은 듯하다. 그러기에 마스크 따위 애초에 필요치 않았던 것. 

 

음악이 점점 빨라지면서 이십여 명의 무리가 한꺼번에 뛰어나와 일종에 희망 바이러스 파티를 연다. 누워있는 개체의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바이러스도 있고, 전염의 과부하를 일으킨 듯 실려 나가는 개체도 있다. 무질서하게 삼삼오오 모여 서로 머리를 털고 손뼉을 치고, 단체로 어깨동무를 하고 소리를 지르며 빙글빙글 돌기도 한다. 

 

요란스럽게 꿈틀거리며 개체를 잠식하는 바이러스의 생리적 행태를 해학을 담아 유쾌하게 그려낸 작품. 보기 드물게 21명에 이르는 다인무를 통해 서로 안고 엉키고 호흡하면서 '함께 한다'는 것의 가치를 느껴보게 하는 작품이다. 지난 3년간 바이러스로 인해 생사의 고민을 함께 했다면, 이제는 평화와 안녕으로 같이 나아갈 바이러스를 기꺼이 맞이하자고.

 

 


이렇게 2022 '달서현대춤페스티벌'에서는 동시대 젊은이들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고민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설령 조금은 더디고 서툴더라도 내일에의 희망을 가득 품고, 더불어 사는 삶에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그들의 행보에 무용예술의 미래도 한껏 밝아 보임을 나는 직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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