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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사진=무록

춤으로 전하는 한여름밤의 꿈 이야기들 '첫' MXW(엠바이더블유)

 

대구애서 시리즈 8 - 엠바이더블유 '첫'

2023년 7월 16일 / 퍼팩토리소극장

 

- 글 : 서경혜

- 사진/진행 : 대구문화창작소 이재봉

 


MXW(엠바이더블유)의 The 1st DIA Project : 6carat of 4C '첫' 공연이 지난 7월 16일 대구 퍼팩토리소극장에서 열렸다. DIA Project란 작품의 특성을 다이아몬드에 비유함을 의미한 것으로, Carat(캐럿), Clarity(클래리티), Color(컬러), Cut(컷)을 프로젝트의 방향으로 삼아 작품을 구성했다고 엠바이더블유 대표 최우현은 밝혔다. 아이디어와 재미와 메세지가 골고루 결합된 콩트같은 여섯 개의 작품들이 정말 다이아몬드 비유에 어울리도록 반짝반짝 빛나는 시간이었다. 이번 공연은 대구애서愛書 여덟 번째 시리즈로 대구문화창작소가 주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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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 하나, 1 ver. ⓒ사진 이재봉

 

 

유일 하나, 1 ver. / 안무 최우현


알아들을 수 없는 중얼거림들이 귓가를 침입한다. 신체 곳곳에 야광장치를 붙인 무용수가 어둠 속에서 춤을 춘다. 춤이 어떤 특별한 것을 형상화 한 것 같지는 않다. 그저 보는이의 기분에 따라 그것은 전자발찌를 찬 사람의 자유에의 갈망처럼 보이기도 하고, 혹은 밤마실 나온 산중 호랑이의 희번덕이는 눈빛같기도 하다.


야광장치는 상완, 무릎밑, 발목, 손가락 끝마디 등 무용수의 신체에서 대개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부분에 채워져있다. 어둠을 가르는 노랑, 파랑, 초록, 핑크, 색색의 불빛들이 몸에 숨은 곳의 움직임을 드러낸다. 별로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던 부분, 요소들이 한 사람의 신체를 구성하고, 그로써 라이트아트 한 편을 탄생시킨다. 주목받지 못한 부분이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되는 기회. 마치 모니터를 벗어난, 살아 움직이는 비디오아트 한 편을 보는 듯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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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5년 몽중선유夢中仙遊 ⓒ사진 이재봉

 

 

1585년 몽중선유夢中仙遊 / 안무 최우현


붉고 푸른 옷을 입은 두 선녀(仙女)가 춤을 춘다. 비밀을 품은 듯한 요염함이 서려있는 춤은, 두 무용수가 서로의 팔을 쭉 뻗어 맞대니 마치 다정한 봉황 한 쌍이 노니는 모습같기도 하다. 정함도 다함도 없이 언제까지나 어여쁨을 뽐내는 춤. 보지도 못한 선녀들의 춤이란 이런 것인가 싶다.


'1585년 몽중선유夢中仙遊'. 작품명을 미루어 보아 난설헌 허氏가 '몽유광상산(夢遊廣桑山)' 작시를 할 무렵에 꾸었다는 꿈을 춤추어 보인 듯하다. 시는 시대를 앞서간 불운한 여류시인이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내용을 담고있다고 해 쓸쓸함을 안기는 작품이다. 족쇄같은 현실을 벗어날 수 없어 그저 꿈 꿀 수밖에 없었던 시인의 세계. 아름다운 선녀들의 춤을 볼수록 안타까운 마음도 커져간다.


안무자가 꿈꾸어 본 춤을 보며 생각한다. 내게 만일 신선의 인연이 있어 광상산에 간다면 어떤 시를 지을까? 삼복(三伏) 더위에 광상산에 오르니, 꿀즙 흐르는 선도(仙桃) 한 광주리 따 먹고 이 무더위나 잊을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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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사유 ⓒ사진 이재봉

 

 

반가사유 / 안무 윤민정


목탁소리에 에워싸인 산새들의 지저귐이 영롱하다. 유독 다리가 긴 새 한 마리가 한쪽 다리를 틀고 앉아있다. 그것이 타조인지 오리인지는 중요치 않지만 꽥꽥 소리를 낸다. 멀찌감치 떨어져 오리의 동정을 살피던 무용수는 슬그머니 일어나더니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다. '사유란 이런 것이야. 자고로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처럼 포즈가 멋있어야 하는 법이거든!' 그 움직임은 나름대로 스무드하고 잔뜩 멋을 부렸지만, 관절의 마디마디가 꺾여있어 마치 로봇의 춤처럼 보인다.


오리에게 인간의 법을 가르쳐주는 로봇의 몸짓. 진지하지만 어딘가 우스꽝스러운. 인공지능이랍시고 인간의 두뇌를 흉내낸 알고리즘이란 과연 인간의 것보다 더 완벽하다 할 것인지... 타악소리와 함께 음악이 흐른다. 단지 입력된 방법을 이래 저래 취해보이며 오리에게 연설을 이어가는 로봇. 사고(思考)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만물 위에 군림하고 우등하다 생각하는 인간의 행태를, 오리에게 사유하는 법을 알려주는 로봇이란 설정을 통해 상당히 위트있게 냉소하는 작품이다.


계속해서 들려오는 사운드 "기타는 춤을 추고 자꾸만 구름 위를 걷네~" 이 말도 안되는 문장을 로봇은 과연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윤민정의 반가사유 시즌2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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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위로 ⓒ사진 이재봉

 

 

수면;위로 / 안무 박정현, 배서연, 오수미, 최은진


바닥에 쪼그리고 앉은 네 명의 무용수가 고개를 숙이고 앞뒤로 몸을 울렁인다. 무언가 뜻대로 되지않음에 좌절스러운 모습처럼. 외마디 비명같은 현의 소리가 또한 암울하다. 한없이 가라앉기만 하던 침체된 몸짓이 급기야 입에서 연기를 뿜어낸다. 환각에 젖은 몸이 자유로이 물 속을 유영한다. 때로는 수중의 기포소리가 제약처럼 다리를 끌어당긴다. 그러나 오히려 소리와 함께 몸은 위로 위로 솟아오른다. 마치 능력의 한계를 잊은 듯이, 현실의 벽 너머로 탈출한 듯이.


모든것이 불분명하기만 한 아득함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을 때, 한 줄기 광명을 찾아헤매는 심중(心中)의 환각상태가, 꿈결의 춤처럼 펼쳐지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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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사진 이재봉

 

 

나무 / 안무 고은정


"나무가 춤을 추면 바람이 불고 나무가 잠잠하면 바람도 자오"

프로그램은 작품 설명을 시 한 수로 대신한다. 무용수의 춤은 '나를 내버려둬'하는 나무일까 '나를 따라와'하는 바람일까. 그저 너의 잠을 깨울까 몸을 낮추고 숨을 죽인다. 뒤꿈치를 들고 반걸음 반걸음 내디딘다. 나무의 근처에도 가지 못했지만, 이 쯤이면 나무의 맘 속 깊이 자리매김하지 않았을까, 그 바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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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각이 이올에게 ⓒ사진 이재봉

 

 

굴각屈閣이 이올彝兀에게 / 안무 최우현


갓 쓴 선비가 음침한 산중을 헤맨다. 범의 먹잇감을 본 창귀의 눈빛이 심상찮다. 호랑이에게 잡아먹힌 뒤 호랑이의 시중을 들며 다른 먹잇감을 꾀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귀신 창귀. 범이 한 번 사람을 먹으면 창귀는 굴각이 되고, 두 번 사람을 먹으면 이올이 되는데, 창귀는 다른 사람이 먹혀 새로운 창귀가 되어야만 범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고. 작품은 굴각이 나그네를 꾀어 범에게 올리는 과정을 안예은의 '창귀' 노래에 맞추어 신명나게 춤춘다.


을씨년스러운 이야기가 녹아있는 아크로바틱(acrobatic) 사운드는 거부할 수 없는 기이한 신명을 뿜어낸다. 나그네도 창귀에 홀리어 그만 얼쑤절쑤 춤을 추는 설정이 서글프면서도 재미 있다. 이올이 굴각의 부채를 대범하게 받아 쥐는 마지막 장면이 세 번째 창귀 이야기를 기대하게 한다. 춤으로 만나는 옛날옛적에 설화 한마당처럼, 여름밤 즐기기에 더없이 흥미진진한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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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후 기념촬영 ⓒ사진 이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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