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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사진 찍다 무용에 빠져 自費로 월간지까지 제작"

- 대구지역 첫 무용 전문지 '춤판 춤북' 이재봉 발행인
- 춤 공연정보 총망라…月 3천부 1년째 전국 무료 배포

 

글 : 김수영 기자

 

100621 / 영남일보 원문 바로가기

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100621.010220837380001

 

 

이재봉6_400px.jpg

월간 무용전문지 '춤판 춤북'을 만들어 전국에 무료 배포하고 있는 이재봉씨.

 

대구지역 무용인들 사이에 요즘 월간 무용전문지 '춤판 춤북'이 화제다. 지역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무용전문지인 데다 무료로 배포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월간지는 기본적인 공연정보 외에 괜찮은 공연의 경우 주역 인터뷰, 작품 제작과정 등도 자세히 소개한다. 콩쿠르, 워크숍 등의 정보도 알뜰하게 실었다.

 

월간지 발행인 또한 눈길을 끈다. 무용과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 자신의 돈을 써가며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춤판 춤북 발행인 이재봉씨(36·디자인에이전시 '기대닷컴' 대표)도 "내가 무용전문지까지 만들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고 말한다. "원래 컴퓨터 관련 일을 했는데 우연히 사진에 빠지게 됐습니다. 취미 삼아 전국의 축제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니다가 축제 때 자주 공연되는 무용을 보고는 또다른 세상을 만난 듯한 기분이 들었지요. 그때부터 전국 공연장에 오르는 무용작품을 쫓아다녔습니다."

 

무용사진을 찍으면서 힘든 일도 많았다. 공연장에서 함부로 사진을 찍을 수 없기 때문에 쫓겨나는 일이 다반사였다. 하지만 자주 공연장을 들락거리다보니 젊은 무용수들을 하나 둘 사귀기 시작했다. 이것이 계기가 됐다. 이 대표는 "열심히 공연준비하면서 홍보까지 무용가들이 직접 해야돼 너무 안타까웠다. 아예 홍보의 필요성과 방법을 몰라 못하는 사람도 많았다"며 "이들에게 무엇인가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공연을 알려주는 무용전문 홈페이지를 지난해 4월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곤란한 상황이 생겼다. 무용가들 상당수가 컴퓨터를 이용하지 않는 것이었다. 애써 만든 홈페이지를 보는 사람이 없으니 무용가들에게 도움이 될 리 없다. 그래서 2개월 뒤 다시 만든 것이 춤판 춤북이다. 이 대표는 대학의 무용학과와 무용 관련 기관 및 단체, 국립·시립무용단, 한국무용협회 전국 지회 등에 우편발송하고 있다. 처음 1천부로 시작한 것이 현재 3천부로 늘었다. 3천부 기준 월 제작비가 500만원이다. 물론 전액 이 대표가 부담한다. 그는 "제작비는 부담스럽지만 최근 월간지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아져 그래도 뿌듯함을 느낀다"고 밝힌다.

 

발행 초기, 배포할 곳의 주소를 겨우 알아내 보냈는데, 유가지인 줄 알고 되돌려보내거나 보내지 말라고 전화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올봄부턴 감사의 전화나 광고해달라며 광고비까지 주는 무용단체들이 생겼다.

 

그래도 그의 꿈은 아직 멀었다. "무용정보를 제작시간 때문에 80~90%밖에 싣지 못하는데 이를 100%까지 끌어올리는 것과 전국 초·중·고까지 월간지를 보내는 것이 꿈입니다. 어릴 때부터 무용공연을 자주 접하는 것이 결국 무용인구의 저변을 넓히는 토대가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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