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장에서 만나보는 발레와의 밀접 교감 '해설이 있는 발레 갈라'
- 제32회 퍼팩토리2030예술극장
제32회 퍼팩토리2030예술극장 - 루스발레컴퍼니 '해설이 있는 발레 갈라'
2022년 9월 4일 (일) 17:00 / 퍼팩토리소극장
- 주최 : 대구문화창작소, 스테이지줌
- 주관 : 루스발레컴퍼니
- 글 : 서경혜
- 기획/사진 : 대구문화창작소 이재봉
지난 9월 4일, 루스발레컴퍼니의 <해설이 있는 발레 갈라> 무대가 대구 퍼팩토리소극장에서 펼쳐졌다.
루스발레컴퍼니는 클래식 발레, 컨템포러리 발레와 캐릭터댄스를 중심으로 발레의 대중화를 지향하며, 대구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 중인 예술 단체이다.
우리가 발레를 보는 이유라면, 무엇보다 인체가 표현할 수 있는 선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날의 발레 갈라는 어쩌면 우리가 기대했던 길게 쭉 뻗은 선의 미학보다는, 다채로운 의상과 함께 이야기들 속 춤의 하이라이트 파티를 즐기듯이 유쾌하고 사랑스러웠다고 할까!
마치 발레 춤의 단막극 같은 연출이 늘어짐 없이 콤팩트하게 펼쳐지는데, 내레이션으로 작품정보까지 톡톡 깃들여 주니 감상이 쉽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이날 프로그램은 총 2부로 편성, 1부는 캐릭터댄스 ‘Barre’, '곱사등이 망아지' 중 프레스코, '지젤' 1막 중 패전트 파드되, 동물의 사육제 13번 '백조' 연주, '로렌시아' 중 플라멩코로 구성되었고, 2부는 '돈키호테' 1막 중 스페인광장, '돈키호테' 3막 중 파드되, '해적' 중 오달리스크 3인무, 호두까기 인형 중 ‘꽃의 왈츠’ 연주, 조지 발란신 안무의 유니온 잭이 차례로 연출되었다.
소극장에서 보는 발레 공연도 그러하지만, 여러 나라의 민속무용이 발레화 된 캐릭터댄스를 지방의 소극장에서 접할 수 있다는 것이 생소하면서, 공연 전부터 상당히 기대가 되었다.
나의 그런 속마음을 꿰뚫기라도 한 듯, 바(Barre)와 가지런히 선 세 명의 무용수가 익숙한 듯 참신함이 느껴지는 스텝의 캐릭터댄스로 첫 무대를 열어 주었다.
발레의 종주국인 이탈리아뿐 아니라, 하체의 경쾌한 스텝을 이용하는 러시아, 헝가리, 스페인, 폴란드 등의 민속춤에서 그 특징을 살려 내어 구성한 춤.
안정감 있는 수평봉에 무게중심을 나눈 채,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발랄한 리듬에 맞추어 두 발을 구르고 두드리고 밀고 끌고 당기고 그리고 휘저으면서, 어쩌면 발이 땅을 디딜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춤으로 보여준 무대였다고 할까!
해설에서도 루스컴퍼니의 마스코트 작품이라 설명할 만큼 그들을 특징짓는 캐릭터댄스 Barre를 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나도 바를 짚고 멋진 스텝을 배워보는 기분에 빠져들었다.
‘어라? 재미있는 발레네’ 싶은 신선함으로, 뮤지컬 영화에서 멋진 노래 한 곡조 듣고 난 후의 기분처럼 주의가 상기되자, 이어서는 벽화 속 아름다운 네 명의 여인들이 마법에서 풀린 듯이 자유롭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발레리나들이 ‘발끝 서기’로 빠르게 동동 구르는 소리를 내며 벽화에서 빠져나오는 모습이 시청각의 신비로움으로 무대를 물들이더니, 제각각 연회장을 장식하는 요정들처럼 우아한 춤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마술 채찍의 힘이 다하자 여인들은 사라지고, 남녀 무용수가 경쾌하고 웅장한 음악과 함께 나타나 춤을 추기 시작했다. 왕과 왕비로 뽑힌 농부커플.
이 파드되에서는 발레리노의 양손에 의지하여 발레리나가 제자리에서 회전하는 아름다운 동작이 여러 번 연출되었는데, 처음에는 왕이 된 커플의 초조함이 보이는 듯했지마는, 곧 둘이 하나가 되어 마치 한 마리의 여왕새를 구현해내는 듯한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연출해 보이며, 그것은 페이크였노라고 애교를 부리는 것 같았다.
진심으로 축제를 즐기는 듯한 발레리나의 즐거운 표정은 보는 이의 기분도 들띄웠고, 커플은 따로 또 같이 역동적인 춤을 보여주었는데, 특히 솔로에서 발레리노의 발은 땅에 닿을 줄을 모르고 공중을 걷고 뛰는 듯이 멋스러운 춤을 보여주었다.
이어서 바이올린과 첼로 앙상블로 연주된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백조’를 들을 땐, 마치 ‘빈사의 백조’ 작품을 귀로 보는 듯한 착각에 잠시 빠지기도 했다.
스페인의 정열이 러시아의 클래식 발레로 재구성된 플라멩코 춤을 끝으로 어느새 1부의 막이 내리고, 2부에서도 스페인광장으로 초대되었다.
투우사와 스페인 여인들의 흥겨운 춤. 부채와 템버린을 소품으로 한 무대가 왁자지껄한 축제의 장을 연출하는 가운데, 부채를 나부끼는 여인들의 모습에는 귓속말로 소곤대는 듯, 거드름을 피우는 듯, 때론 멋진 투우사의 시선을 끌고 싶은 듯, 여인들의 은근한 욕망과 즐거움이 깃들어 있었다.
이어서 무대에 오른 이발사 바질과 키트리의 결혼식 파드되는 금번 공연의 하이라이트 무대였는데, 커플이 각각 레드와 블랙의 색 대비가 강렬한 의상을 차려입고, 서로를 향한 신뢰와 사랑의 표현을 매력적인 발레 춤으로 서약하는 것이었다.
마치 하나의 조각품인 양, 미동도 없이 신비로움을 가득 품은 자태로 바질에게 몸을 내맡겨 회전하는 키트리의 모습은, 그 어떤 시련이 닥쳐와도 나를 곱게 지켜 달라는 신부의 염원을 담은 듯 인상적이었고, 또한 바질이 키트리를 머리 위로 번쩍 들어올리는 리프트 동작은 비로소 커플의 맹세가 완성되는 듯이 기억에 남는 장면.
사랑스럽고도 우아한 젊은 남녀의 결혼식이 끝나자, 경쾌함과 화려함으로 무장한 세 명의 오달리스크가 나타나 3인무를 선보였다.
각자의 솔로를 통해, 허공에서 두 발을 부딪히며 이동하는 동작과, 몸을 회전하면서 이동하는 동작 등을 보여주며 공간에 율동성을 부여하는 발레 본연의 멋스러움을 상기시켜 주었다.
이어, 첼로와 바이올린의 다정함과 담백함이 돋보였던 ‘꽃의 왈츠’ 연주가 흐른 후, 세일러 복장을 한 해군들이 경쾌하게 나타나 어느새 피날레를 장식한다.
세 명의 남자 해군이 유쾌하고 힘 있는 다리 동작을 선보이며 대미의 흥을 북돋우면서, 헤엄을 치는 동작은 상당히 코믹 발랄하게 그려졌는데, 이어 등장한 다섯 명의 여자 해군이 물결을 가르며 헤엄치는 모습은 앙증맞으면서도 우아한 느낌을 주어, 남자 해군의 춤과는 또 다른 재미와 아름다움을 보여 주었다.
루스발레컴퍼니의 <해설이 있는 발레 갈라>.
아홉 명의 무용수와 두 명의 뮤지션이 이끌어내는 춤과 음악의 옴니버스 작품을 통해, 어렵지 않은 친숙한 발레로 대중에게 다가가겠다는 의도가 물씬 느껴지는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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