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대구국제무용제, 그 첫째 날
2022. 11. 06. (일) 19:30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
- 글 : 하승윤
- 사진/진행 : 대구문화창작소 이재봉
국가애도기간으로 3일간의 일정이 2일간으로 조율되었다. 무용수 분들을 비롯한 관계자 분들이 많은 혼란을 겪었을 걸로 짐작이 되었다.
오랜 시간 준비한 모든 무용수들이 무대에 선 모습을 볼 수 없는 아쉬움이 컸기에, 변경된 일정에도 불구하고 함께한 작품에 더 큰 박수를 보냈다.
제24회 대구국제무용제, 그 첫째 날인 11월 6일에는 다섯 팀이 무대에 올랐다.
Square House Creations 'My Vimana, Godspeed! ⓒ대구문화창작소 이재봉
1. 이탈리아, 이스라엘 / Square House Creations <"My Vimana, Godspeed!">
각자가 가진 삶의 그릇은 다르지만 스스로 탐구를 통해 존재의 이유와 삶의 목적을 찾기 위한 여정을 담은 작품이었다.
남녀 무용수가 함께 여행하고, 고뇌하고 다시 일어서는 것을 반복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삶의 목적을 찾고 있었다.
Good luck’s dance company '대당성세' ⓒ대구문화창작소 이재봉
2. 중국 / 운수좋은무용단 <대당성세>
민속춤이 가미된 까닭이었을까? 중국의 색이 강하게 느껴지는 무대였다. 의상, 화장 그리고 헤어까지 옛 중국의 떠올리게 했다. 선녀들의 하늘하늘 실루엣이 드러나는 의상이 조명을 받아 무용수의 춤선과 신체 라인이 그림자로 보이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김용걸댄스시어터 'La Stravaganza' ⓒ대구문화창작소 이재봉
3. 한국 / 김용걸댄스시어터 <La Stravaganza>
안토니오 비발디의 곡 <La Stravaganza> 뜻은 ‘기묘함’. 곡에 맞춰 강렬하면서도 섬세한 무용수들의 춤을 볼 수 있었다.
현대무용의 역동적인 표현으로 에너지가 넘치는 춤이었을 뿐 아니라 조명을 활용하여 명암 대비와 실루엣, 다이나믹한 효과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무대였다. 같은 무용이라도 클래식 발레에는 없는 역동적인 움직임과 신체 표현을 볼 수 있다는 점이 현대무용의 매력인 것 같다.
예전에 클래식발레를 전공하는 학생이 컨템포러리 작품을 준비하면서 찍은 인터뷰 영상에서 ‘힘을 쓰는 방향이나 움직임이 달라서 힘들었다’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이 작품의 안무를 맡은 안무가 김용걸 예술감독님은 국립발레단에서 활동하시고 파리 오페라발레단에서도 활동 경력이 있으시던데 그래서 그런지 이 작품은 분명히 클래식발레의 동작이 보이면서도 표현은 현대무용의 움직임으로 표현된 점이 재미있었다.
이 작품을 보고 김용걸댄스시어터의 남은 작품이 궁금해서 대구국제무용제 8일 공연도 보기로 정했다.
Mizuki Taka 'Doldrums' ⓒ대구문화창작소 이재봉
4. 일본 / Mizuki Taka <Doldrums>
예전에도 배경음 없이 춤만 보여주는 공연을 본 적이 있었다. 이 작품도 음악 없이 춤으로만 이루어진 작품이었다. 관객의 오감이 오로지 무용수에게만 집중되어 몸짓, 호흡, 표정 등에 더욱 부담을 많이 느낄 것 같았다.
혼자서 무대를 끌어가는 모습이 염려스러우면서도 당당한 내면에 마음을 놓았다.
이 미즈키 타카 무용수의 작품 창작 테마는 인간의 깊숙한 곳에 있는 말로 잘 표현할 수 없는 충동이나 공백을 춤으로 표현하는 작품이 많다고 한다.
‘개인의 체험을 살리는 솟구치는 즉흥표현을 중요하게 여기는 무용수’라는 프로그램북의 소개 글이 이번 작품과 잘 어울렸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불안함을 이끌어가는 극의 강단이 공존하는 무대였다.
신창호 X 케이아츠 'No Comment' ⓒ대구문화창작소 이재봉
5. 한국 / 신창호 X K ARTS무용단 <No Comment>
국내 우수 안무가의 레퍼토리를 보유하고 있는 팀으로 유럽과 북미 공연에도 초청된 작품!
제목은 ‘노 코멘트’였지만, 때로는 침묵이 설명보다 더 많은 의미를 전달해 주듯이 이 무대 또한 너무나 큰 임팩트를 줬다.
추상적이지만 화려한 퍼포먼스가 너무 멋있는 무대였다. 남녀 무용수의 파드되, 연기와 감정표현이 필요한 클래식 작품과 달리 ‘현대무용 + 남성 무용수들’로만 꾸려진 무대는 확실히 파워풀한 에너지가 넘치는 공연이다.
무대 안쪽에서 전력으로 뛰어나오다가 무대 끝에서 아슬아슬하게 멈추는 장면에서는 감탄했다. ‘어떻게 저렇게 힘을 조절해서 깔끔하게 멈출까?’
무용수 한 분 한 분의 아우라가 느껴지는 춤이었다. 국내의 이런 우수한 무용수 분들과 작품들이 해외에서도 더 많이 (이미 충분히 유명할지도) 알려지길 바란다.
내가 좋아하는 클래식발레는 무대에서 그림자가 지는 일이 별로 없다. <백조의 호수>나 <지젤>과 같이 차분하고 어두운 분위기에서 차가운 느낌의 조명을 쓰더라도 무대에 명암이 생기지는 않는데, 이번 공연을 통해 조명장치의 활용에도 관심이 가게 되었다. 조명을 이용한 연출을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인 것 같다.
다른 나라의 무용수와 한자리에서 보니, 한국 무용수 분들 개개인의 기량이 정말 훌륭하고, 무대 퍼포먼스도 더 화려하고 멋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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