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스타들과 함께 춤을 ‘2022 대구경북발레페스티벌’
- 지역의 발레공연문화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사)한국발레협회 대구경북지회가 주최
- 클래식, 창작발레와 라이징유스스타즈(Rising Youth Stars)
- 스페셜 게스트로 국립발레단 이재우, 심현희 출연
발레스타와 함께하는 2022 대구경북발레페스티벌
2022년 10월 30일 / 어울아트센터 함지홀
- 글 : 서경혜
- 사진/진행 : 대구문화창작소 이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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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mhn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38030
2022 대구경북발레페스티벌이 지난 10월 30일 대구 어울아트센터 함지홀에서 개최되었다. 페스티벌은 지역발레공연예술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사)한국발레협회 대구경북지회가 주최하는 행사로 올해 9회를 맞이했다.
금번 공연에서는 클래식 발레작품 외에 창작발레 섹션과, 미래의 발레 주역이 될 라이징 유스 스타즈(Rising Youth Stars) 섹션이 마련되었고, 이재우, 심현희 등의 국립발레단 주역 무용수들이 스페셜 게스트로 참여해 격조 높은 무대와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사했다.
시월을 마감하는 가을밤의 발레 단상을 잠시 회상해본다.
겐자노의 꽃축제 / 아트발레단 (재안무 정재엽)
탬버린을 든 여섯 명의 발레리나가 로맨틱 튜튜를 입고 등장한다. 허리 부분에만 빨갛게 장식된 새하얀 보디스에 옅은 핑크빛이 그라데이션 된 스커트는 의상 자체만으로도 한 송이 꽃과 같은 청순한 아가씨들을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윽고 사냥꾼인 파울로와 로자, 한 쌍의 연인이 등장한다. 조금은 조심스러운 듯이 사뿐사뿐 가벼운 로자의 스텝에 비해, 공중에서 두 번씩 발을 휘저으면서 잠시도 발을 가만두지 않고 현란한 하체의 동작을 선보인 파울로의 춤이 상당히 돋보인 무대였다. 경쾌한 스텝과 함께 발레리노의 너풀거리는 블라우스 소맷자락은, 마치 바람을 가르며 사냥감을 쫓는 사냥꾼의 모습을 십분 표현해내는 듯이 멋스러웠다.
저마다 한 떨기 꽃송이 같은 여섯 발레리나는 중간중간 등장하여 커플에게 로맨틱한 분위기를 제공하는 무대장치가 되어준다. 커플이 노니는 꽃밭이 되어주기도 하고, 사랑스런 커플을 부러워하는 처녀들의 모습을 연기하는 것 같기도 하다.
커플의 춤은 때로는 꽃에 앉은 작은 새 모양으로 귀엽고 앙증맞게 사랑을 노래한다. 특히 연인이 같은 모양으로 허공에서 두 번씩 발을 휘젓는 스텝을 선보이는 장면은 인상적이었고, 둘이 어깨동무를 한 채 스텝을 밟는 장면은 달콤한 꽃을 찾아 날아든 한 쌍의 나비를 보는 것마냥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
페스티벌의 첫 무대를 연 아트발레단의 '겐자노의 꽃축제'는 오귀스트 부르농빌의 작품을 정재엽 안무자가 재안무 한 작품으로,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이유홍이 특별출연하여 날쌔고 늠름한 사냥꾼 파울로 역을 연기했다.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중 오로라 바리에이션 / 라이징 유스 스타즈 - 김유주
우수한 기량으로 미래의 발레 주역으로 떠오르는 학생들로 꾸며지는 '라이징 유스 스타즈(Rising Youth Stars)' 섹션.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중 오로라 공주의 독무를 연기한 김유주의 춤은, 빠르거나 현란하지 않은 스텝이지만 쭉쭉 뻗은 거침 없는 동작으로 발레가 지니는 우아함을 물씬 자아내 큰 박수를 받았다.
코펠리아 3막 스와닐다 프란츠의 결혼식 중 Waltz of the Hours / 대구시티발레단 (재안무 우혜영)
'코펠리아'는 춤추는 인형 코펠리아를 사람으로 착각한 연인에게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노래한 희극발레 작품이다.
극의 주인공은 단연 스와닐다와 프란츠 커플이지만 작품의 제목은 인형에 불과한 '코펠리아'. 과학의 발달과 인성의 부재, 외모지상주의 등을 풍자한 해학적 분위기가 주류를 이루는 작품으로, 대구시티발레단은 이번 페스티벌에서 3막의 스와닐다와 프란츠의 결혼식 중 레오 들리브의 '시간의 왈츠' 음악에 맞추어 추는 군무를 선보였다.
노랑, 분홍, 보라, 파랑 색상의 의상을 단체로 차려입은 발레리나들이 무대를 가득 메운다. 3막, 대단원의 무대인 만큼 화려한 색채가 이뤄내는 다채로운 군무가 끊임없는 볼거리를 선사해주는 가운데, 부분 부분 무용수들의 기술이 톡톡 돋보인 무대였다.
회상回想, 회상回翔 / 쥬네스발레단 (안무 전지연)
1막, 애잔한 탱고선율이 흐르고, 레드와 블랙이 결합된 강렬한 의상의 발레리나가 뒷걸음으로 등장한다. 열심히 책을 보던 그녀 앞에 '그'가 나타난다. 학창시절의 풋풋하고 순수했던 첫사랑의 한때를 추억하는 듯이 커플의 춤은 애틋하다. 그에게 몸을 의지한 채 다양한 동작들을 부드럽게 연결시키는 모습은 마치 짧은 사랑의 순간들을 하나의 시퀀스로 아름답게 회상(回想)해내는 것 같다.
2막, 다시 탱고선율이 흐르고, 키톤 스타일의 검은 드레스를 입은 발레리나가 뒷걸음으로 등장한다. 의자에 지탱한 채 추는 그녀의 춤은 어느 불금의 밤, 바(bar)에서 만난 그를 유혹하고 싶은 것처럼 뇌쇄적이다. '그'가 나타나고 그녀에게 구애한다. 성숙한 커플의 춤은 지나침도 부족함도 없이 서로를 애정한다.
3막, 또다시 탱고선율이 흐르고, 엠파이어 스타일의 검은 드레스를 입은 발레리나가 뒷걸음으로 등장한다. 맨발인 그녀의 움직임은 몸부림을 품고 있다. 급기야 머리를 풀어헤치고 두 남자 사이를 이리저리 헤집고 다닌다. 한 사람에게 안주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더 좋고 더 높은 것을 갈구하는 듯한 그녀의 욕망은 방황이 되어 '그들'까지도 고통스럽게 한다.
음악은 바뀌어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 가장 격정적인 Presto 부분이 흐르고, 앞서 등장했던 다섯 무용수들이 모두 나와 회상(回翔)의 춤을 춘다. 저마다의 모습으로, 때론 같은 모양의 군무로 무대를 잠식하는 회상의 춤은, 마지막 두 쌍의 리프트 동작에서 깜짝스럽게도 다시금 회상(回想)의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들어올려진 그녀들이 허공에서라도 움켜잡아 보고 싶었던 바로 그 순간들을 말이다.
백조의 호수 중 흑조 바리에이션 / 라이징 유스 스타즈 – 손윤주
'라이징 유스 스타즈(Rising Youth Stars)' 섹션의 두 번째 무대를 장식한 손윤주는, 연륜이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차분한 분위기와 우아한 팔 동작을 과시하며, 흑조 오딜이 변장하여 지그프리드 왕자를 유혹하는 몸짓을 훌륭하게 연기했다.
레이몬다 그랑파클래식 / 대구경북유스발레단 (재안무 정경표)
백작의 딸 레이몬다와 귀족 기사 장 드 브리엔의 결혼식 장면이 올려졌다.
역경을 이겨내고 맞이한 결혼식을 축하하는 하객 커플들의 춤 사이에서 레이몬다의 즐거운 회전이 돋보였다. 이어 네 명의 어린 발레리나들이 또각또각 발끝소리를 내며 경쾌한 춤을 선보여, 사랑스러운 축하연의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브리엔이 공중에서 연속으로 회전하는 동작에서는 어려운 결투를 이겨내고 사랑하는 피앙새를 지켜낸 신랑의 기쁨을 물씬 느낄 수 있었다.
'레이몬다'는 헝가리 민속무용을 바탕으로 안무된 작품인 만큼 민속적 색채가 다분한 작품. 음악의 속도에 따라 점점 더 빨라지는 하체의 경쾌한 스텝이 장관을 이루는 대단원의 군무는 언제 봐도 정말 흥겹고 멋지다.
돈키호테 3막 중 그랑파드되 /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이재우, 솔리스트 심현희
이발사 바질과 키트리의 결혼식 파드되는 발레 갈라의 단골 레퍼토리. 금번 페스티벌의 마지막 무대에서는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이자 국내 최장신 발레리노로 유명한 이재우가 바질 역을 맡았고, 동 발레단 솔리스트로 활약 중인 심현희가 키트리 역을 맡아 호흡을 맞췄다.
검은 타이즈와 조끼에 소맷단을 걷어 올린 흰 셔츠 차림의 바질은 결혼식 복장임에도 활동적인 남성미가 물씬 풍겨났고, 긴 팔과 다리의 우월한 신체 조건은 그저 한 번 뻗은 팔 동작만으로도 무대를 꽉 채워내 관객들의 시선을 압도한다.
발레리나가 발레리노에게 지탱하여 추는 아다지오 부분에서는 동작의 이어짐이 매우 유연하게 물 흐르듯이 흘러갔고, 특히 리프트 높이가 상당히 높으면서도 깔끔하게 이루어져 흔히 볼 수 없는 진풍경을 경험케 했다. 한쪽 다리를 높이 든 채로 잠시 정지하는 동작에서도 한 치의 흔들림을 느낄 수 없었고, 특히 키트리가 두 다리만으로 바질의 몸에 매달려 둘이 하나의 조형물과 같은 동작을 이루는 장면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심현희의 흔들림 없는 키트리는 너무나 사랑스럽고, 특히 한 발만을 바닥에 짚고 32회전을 연속 회전하는 푸에테는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보기 드물게 완벽한 호흡을 과시한 두 무용수의 무대는 금번 페스티벌에서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선사해주었다. 대구경북 발레의 내일도 이 무용수들의 물오른 기량만큼이나 끊임없이 비상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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