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로 뻗어나가는 시선,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움직임, 제3회 대한민국 안무대전
제3회 대한민국안무대전
2026년 3월 22일 (일) 18:00 / 달성예술극장
- 글 : 최윤정
- 진행/사진 : 대구문화창작소 이재봉
26세 이상의 대한민국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제3회 대한민국 안무대전>. 연이어 7월에 개최되었던 안무대전이 올해는 3월에 진행되었다. 규칙과 조화, 서사를 담은 무대들이 주를 이루었고 총 여섯 개의 무대가 예선 없이 본선에 올랐다. 조금씩 온화해지는 날씨에 달성예술극장은 여전히 따뜻한 온기를 품고 새로운 탄생을 맞이하였다. 온라인으로 심사가 진행되어 공연 당시, 아직 전체적인 공연의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기에 미지수의 설렘을 품은 대한민국 안무대전의 시작이 어둠과 함께 찾아왔다.


움직임으로 만든 조화와 규칙 ‘Composition with Red Blue and Yellow
– 프시케댄스시어터’ / 안무 이예림
각자 서 있던 자리에서 상대와의 접촉 없이 독립된 움직임이 행해진다. 상호작용을 하는 것 같으면서도, 전혀 관계없는 행동들이다. 이 그림은 기묘한 불협화음과 같다. 조화가 이루어지려는 순간, 맞지 않는 음을 연주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이어지던 행위는 새의 지저귐과 함께 정적을 맞이한다. 고요하게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 아래, 입을 벌린 채 고개를 들어 떨어지는 물을 갈구하는 것 같다. 벌어진 턱을 자발적으로 닫지 않고 양손으로 머리와 턱을 감싸 쥐어 오므리는 동작은 인간보다 수동적인 형태로 비친다. 동시에 이들의 행동은 원시적으로 변한다. ‘움직이는 것’만을 목적으로 두고 있는 사람들이 무대를 장악하던 순간, 조명이 꺼진다. 다시 밝아오다가도 이내 다시 어두워진다. 그렇게 점멸을 반복하는 동안 그들의 상태는 시시각각 달라진다. 어울림보다 감각과 광기에 집착하는 움직임은 무의식을 끌어올려 의식적으로 동화되기를 거부하였다.
Piet Mondrian의 작품 <Composition with Red Blue and Yellow>은 이 작품의 제목이자 모티브이다.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그리고 검정과 흰색. 분명 비어 있는 곳이 있으나 여백으로 느껴지지 않고, 검은색 선으로 공간의 분리가 이루어지면서도 멀리서 보면 그저 하나의 '면'으로 느껴진다. 독립적인 색으로 존재하면서 동시에 조화를 이루는 것. 이 무대는 그것을 움직임으로 모방하고자 하였다. 각자의 개체로 존재하면서 하나로 비치게끔, 일정하지 않은 그들만의 규칙을 정립해 나간다.


내세의 경계에서 내딛는 희망의 내딛음 ‘내면의 걸음'
– Oneday Project / 안무 배주현, 이예운
어깨에 달린, 하얗고 기다란 베일이 길게 늘어진다. 무대를 가로질러 놓인 베일은 하나의 경계를 상징한다. 삶과 죽음, 이승과 저승을 구분하는 흰 천의 안과 밖으로 두 무용수는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이는 두 세계가 이어지고 있음을 관통하는 것이며, 그곳에 비치는 '나'의 두 가지 형상이다. 불가침의 영역처럼 자리하고 있던 선이 사람의 손에 의해 훼손되었을 때 비로소 두 세계의 의식적인 경계 또한 희미해진다. 규율이 무너진 세상에서 이곳은 곧 저승으로 변질된다. 현실과는 다른 곳에 홀로 남은 영혼은 이승 혹은 천국, 이곳과는 다른 무언가를 향해 다가가려 하지만 제지당한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다가간다. 빛이 내리꽂히는, 산 자의 세상을 위해 한 걸음을 옮긴다. 다시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좇아. 이 지옥을 넘어.
베일을 들고 들어오는 것 자체로 죽음을 형상화한다. 검은 옷에 하얀 천이기에 이것이 죽음과 삶을 다루었다는 것을 직감한다. 어깨에 매달려 있던 '삶'이 바닥에 내려앉을 때, 그것은 하나의 경계이자 표식으로 자리한다. 저승과 이승이 분리되었을 때 평온하던 움직임은 그 상징이 흐트러지자, 이내 이지를 상실하고 욕망에 흔들리고 만다. 하얀 선이 사라진 이곳은 완전한 이승이 아니라 불완전한 저승이다. 그 위에는 무엇이 있을까. 극락 혹은 이승. 어디인지 알 수 없는 곳을 향해 걸어간다.


사람의 온기가 파고들어 채워지는 상처 ‘이어지는 틈'
– PROJECT JY / 안무 제갈준해
고통스러운 듯 온몸을 쥐어뜯는 자해행위는 한 사람의 저지로 멈춘다. 그러나 자신을 해치는 행위는 계속되고, 상처는 계속해서 덧난다. 도망치고 다시 끌어안는다. 깨져버린 틈을 어떻게든 이어 붙이겠다는 의지다. 도와주려 하는 손길에 그것을 뿌리치려는 손길이 계속해서 맞물린다. 이 안에서 두 무용수는 서로의 균열을 마주한다. 완벽한 줄 알았던 사람의 속에서 빈 공간을 보았고, 스스로를 상처입히던 행위가 엉망이 된 마음임을 알았다. 그들은 이제 그 이질적인 엇갈림을 서로의 온기로 가득 채우기 위해 살과 살을 맞붙인다. 위치는 상반되었다. 그러나 다시 그들의 손이 마주 잡힌다. 서로의 몸이 곡선을 타고 흘러내린다. 명상과도 같은 정양이 시작된다. 안정을 향해 갈구하는 몸짓은 평화를 찾은 걸음걸이 위에 더해진다. 그들이 메운 균열 위를 밟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얼핏 보면 일방적인 구원으로 보인다. 자해를 하는 사람을 말리는 사람의 포지션이기에. 그러나 그에게도 균열은 있다. 각기 다른 형태일 뿐, 그들이 가진 불안정은 유사하다. 피와 진물이 잔뜩 묻어져 나오는 물리적인 틈과, 찢기고 헤져 상처로 자리하는 벌어짐. 두 사람은 다가가고, 밀어내고, 부딪히는 행위를 통해 서로의 아픔을 목도하고 자신을 돌아본다. 그리고 갈라진 사이를 채우기 위해 조심스럽게 서로의 손을 맞잡는다. 온기를 나누고, 호흡이 섞인 사이 구멍이라 생각했던 곳은 타인의 손길로 메워진다.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멍울이 회복된다.


불편함을 낯설게 바라보기 ‘No'
– 댄스프로젝트 진(眞) / 안무 가진진
가장 처음 마주한 장면은,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서서히 옆으로 쓰러지는 것이다. 암전. 다시 불이 켜졌을 때 목격한 것은 방향만 다를 뿐이지 앞선 것과 동일한 장면이다. 반복되는 명멸 속에서 이들은 같은 자세로 시작하여 다른 전개를 펼친다. 모든 움직임은 계산된 충동으로 이루어진다. 상호 반응하지 않은 채, 각자 독립된 개체로 존재한다. 이야기의 흐름도, 그들의 행위도, 존재 자체도 하나로 정립되지 않는다. 무대 전체가 깔끔한 마감과는 별개의 테마로 이루어져 있다. 물리적인 외부 자극 없이 움직임과 방향이 바뀌는 이들의 무대는 고장 난 텔레비전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동작은 반복되고, 아무런 의미가 떠오르게 하지 않는다. 그들의 첫 번째 접촉은 손과 손을 맞잡은 채, 입체주의 화가들이 그렸을 법한 사람의 형상을 나타낼 때이다. 아무런 충격도, 자극도 없는 접촉을 마지막으로 다시 해체된다. 그 끝은 공연의 막이다.
불이 꺼지고, 다시 켜진다. 또다시 암전. 이렇게 반복되는 시작은 관객에게 이것이 어떤 의도인지 명확하게 전달되기를 바란다. 조심스레 시도한 결과는 다시 제자리. 몇 차례나 되돌아간 시작에서 마침내 모두의 움직임이 시작되었을 때, 그 전개는 이질적인 불편함으로 자리한다. 모두의 움직임은 유기적인 관계를 맺지 않는다. 그저 충동적인 자신의 호흡대로, 서로의 움직임이 하나의 결을 이룰 때까지 즉흥을 가장한 기다림이 지속된다. 이들의 모든 움직임은 정리되기보다 산만하다. 장난감 같은 움직임으로 이질감을 완화하고, 그럼으로써 계속 나아간다. 이 불편함이 깨질 때까지.


아득한 추억의 안에서 빠져나오기 ‘기억 속 도깨비 나라'
– Ron_Project / 안무 이지율
물가에 앉은 어린아이의 형상이 보인다. 과장된 행동과 표정, 이내 웅크리고 돌아누운 모습과 충동, 익숙하지 않은 근육의 움직임이 아이를 연상케 한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 뒤로 지나가던 사람은 되돌아오는 길에 그녀를 마주하고는 왠지 모를 기시감을 느낀다. 아이의 행동을 따라 하기도 하고, 그녀를 기다리면서 지켜본다. 그러다 이들의 움직임이 공명한 순간, 둘은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고, 만났다. 이 섬 안에서 아이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아무리 빠르게 달려도 뒤로 물러날 뿐이다. 앞서 나가지 않는 사람과, 나아갈 수 없는 사람. 거대한 물웅덩이 앞에서 청년은 과거를 본다. 이 환상과 같은 꿈을 깨고 나오는 것에는 고통과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수 없다는 미련이 동반된다. 그러나 어린 날의 환상이 떠나가고, 튕기듯 내버려진 현실에서 과거의 흔적을 본다. 고개를 들어 자신이 빠져나온 현실을 본다. 마치 아까의 도깨비를 볼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이 곳에는 아무런 온기도 남아 있지 않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은 엄마의 품에서 벗어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청년의 눈앞에 나타난 존재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한 도깨비인지, 그저 과거의 환상인지 모호하게 남는다. 어딘가 눈에 익은 움직임들은 금세 몸에 익고, 낯선 생명체에서 익숙한 온기가 느껴진다. 이곳은 '내'가 만들어낸 기억의 섬이다. 어른이 되는 게 무서워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한 안식처. 그러나 이곳에서 마음은 안식을 찾을지언정 몸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섬을 벗어나면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일까. 그러나 아이는 사라졌다. 성장해야 할, 어른이 되기 직전의 청년만 남겨두고.


하얗게 물들어버린 세상은 거대한 밀실이다 ‘물의 기억'
– I.D_Project / 안무 김서현
깊은 심해에서 들려오는 물소리, 그 안을 부유하는 것은 비닐 안에 갇힌 생명체이다. 그의 맞은편에는 폐플라스틱이 가득 든 그물을 발목에 매달고 기어가는 생물이 있다. 플라스틱이 만든 족쇄 안에서 두 생명은 죽어간다. 육지로 올라가지 못하고, 눈과 코가 가려진 채 계속해서 가라앉고 있다. 격렬하게, 때로는 물살을 역류하며 손과 발을 힘차게 뻗어보지만, 소리 없이 부서질 뿐이다. 낡은 플라스틱이 든 그물을 끌고 와서는 그것을 품는다. 그 행동은 곧 희생으로 이어져 스티로폼 박스 위에 정신을 잃은 채로 발견된다. 모두 이 물속에서 살아남기를 희망하지만, 이 하얀 박스가 서로의 시야와 숨통을 틀어막아 살아가기 힘겹게 만든다. 공존하기 위해 몸부림치면서도 스티로폼 상자를 그물 안에 집어넣고, 혼자 모든 것을 짊어진 채 바깥으로 향한다. 그곳이 어디인지는 알려주지 않고서.
무심코 버려버린 폐플라스틱은 하얗고 투명한 색을 띤다. 사용할 때는 편리하기만 했던 물건들은 바다로 흘러 들어가 해양생물들의 숨통을 조이고, 이내 다시 돌아와 인간의 생명을 틀어막는다. 바다에 가라앉은 두 사람은 플라스틱에 발목이 휘감겼고, 비닐에 갇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들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해양 생태계는 거대한 밀실과도 같다. 갈수록 숨을 쉬기 어렵고, 시야를 차단당해 좁은 공간만을 세상 전부라고 인식하게 하며, 나갈 수 없다. 이 행동들은 지상이 아닌 수면 아래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그것이 인간에게 돌아오지 않으리란 법이 있을까. 이것은 단순한 근미래가 아니다. 지금부터 바꿔 나가야 할 현재의 문제이다.

이번 제3회 대한민국 안무대전은 권효원, 김나연, 엄선민, 이시연, 이재봉, 장현진. 정한별, 주세나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하였으며, 지난 3월 23일 결과가 발표되었다. 종합 부문에서 아쉽게도 대상은 선정되지 않았으며, 금상에 ’Ron_Project <기억 속 도깨비 나라> - 안무 이지율‘, 은상에 ’댄스프로젝트 진(眞) <No> - 안무 가진진‘, ’I.D_projectt <물의 기억> - 안무 김서현‘, ’프시케댄스시어터 <Composition with Red Blue and Yellow>‘, 동상에 ’PROJECT JY <이어지는 틈> - 안무 제갈준해‘, 장려상에 ’Oneday Project <내면의 걸음> - 안무 배주현, 이예운‘이 선정되었다.
작품 부문에 있어서는 최우수작품상 ’Ron_Project <기억 속 도깨비 나라> - 안무 이지율‘이 영예를 차지하였고, 우수작품상에는 ’댄스프로젝트 진(眞) <No> - 안무 가진진‘, ’I.D_project <물의 기억> - 안무 김서현‘, ’프시케댄스시어터 <Composition with Red Blue and Yellow> - 안무 이예림‘이 어깨를 나란히 하였다. 달스타 그랜드 프릭스 또한 공석이었으며, 특별상에 ’댄스프로젝트 진(眞) <No> - 안무 가진진‘이 수상하였다.
개인 무용수 부문에서 최우수무용수상에는 ’이지율 - Ron_Project <기억 속 도깨비 나라>‘, 우수 무용수 상에는 ’제갈준해 - PROJECT JY <이어지는 틈>‘가 이름을 올림으로써 제3회 대한민국 안무대전이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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