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눈, 지금까지와 다른 시야로 보는 세상 ‘NUN’
대구문화창작소 제43회 달스타2030예술극장
2025년 4월 26일 (토) 오후 18:00 / 달성예술극장
- 글 : 최윤정
- 진행/사진 : 대구문화창작소 이재봉
United Fingers
NUN
- 안무 : 서정빈
- 출연 : 양채원, 이예지, 박성현, 류음비, 정수현, 김예령, 서정빈
어느새 완연한 봄 날씨인 4월 26일, 달성예술극장에서는 무용에 대한 새로운 개념이 꿈틀대고 있었다.
가장 기초의 트레이닝 동작에서 발생한 새로운 감정과 이론을 정립해 개념을 만들고, 예술이 쇠퇴하는 현시대에서 또 하나의 시도를 마주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공연장이 어두워지는 오후 6시, 무대의 왼편 구석에서 6명의 무용수가 나타났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이 아닌 새로운 것에서 오는 경험, 그리고 관객에게 그것을 오롯이 전달하기까지의 여정을 표현한 유나이티드 핑거스 <NUN>의 막이 올랐다.
간단한 리듬에 몸을 맡긴 무용수들은 단순히 움직이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연속되는 동작에 생명을 불어넣어 무채색이었던 무대가 서서히 살아난다. 무용수 개인은 자신이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나타낸다.
각자의 언어를 특정한 동작 안에 불어넣고, 그 행위들은 무용수들 서로가 아닌 관객의 시선을 받으며 행해진다. 무대 앞, 뒤를 응시하며 걸어가는 무용수들 사이에서 행위를 실행하기에, 그들은 같이 있음에도 각자가 가진 외로움이 드러난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빛을 향해가고, 공간 위로 산란하는 빛의 입자를 음미한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모두가 빛을 향해 걸어가던 도중, 낙오자가 발생한다. 동떨어진 그는 발작을 일으키고, 이지를 상실한 채 바닥으로 쓰러진다. 그러나 그녀를 도와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평온하게 환한 빛을 따라가다가도 한순간에 모두가 낙오자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그 시선은 차갑고 냉혹하며 강한 비난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다 빛을 향하던 무리가 아닌 그 속에서 걸어 나온 한 사람이 그녀를 붙들어 올린다. 하지만 그것을 도움의 손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강압적으로 그녀를 붙잡아 올리고, 다시 짓밟는다. 이 폭력적인 행위의 반복에서, 낙오자가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는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빛이 아닌, 타인을 탐미하고 그사이에 균열을 조장한다.
이들은 몸의 움직임으로, 행동으로 세상을 알고자 하는 욕망이 강하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갈구하지만, 그 물음은 아무런 색을 띠지 않는다. 때문에 이들이 입은 옷의 색깔은 아무것도 없는 검은색이다. 검은 옷으로 등장한 채 빛을 탐내던 사람들은 갈등과 질문을 통해 어느새 하나의 색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모두가 한꺼번에 검은색을 탈피하는 것은 아니다. 한 사람씩, 순차적으로 자연의 색을 찾아간다.
나름의 답을 찾은 사람들은 빛의 반대에서 반복되는 움직임으로 세상을 알아가려 한다. 같은 행동을 되풀이하다 빛의 반대로 하나 둘씩, 한정된 세상에서 빠져나간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한 사람이 빛의 방향으로 퇴장한다. 더 많은 것을 알아가고자 하는 욕심은 다수의 사람과 같아지는 것을 외면하며 마무리된다.
몸의 모든 감각을 열어젖힌다. 한순간에 들어오는 정보과 감정을 걸러내지 않은 채, 고스란히 움직임 안에 담아낸다. 무릎으로, 어깨로, 손가락으로 보는 세상은 각 위치에 따라 느껴지는 것이 다르다. 상호 관계가 없는 듯하면서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 각자 한 신체씩을 가지고 모두가 모이면 한 사람의 몸 자체를 구성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전달과 움직이는 행위 자체에 치중한 움직임은 실험적으로 느껴지며 유나이티드 핑거스라는 집단이 겪은 탐구의 시간을 고스란히 전달하려는 흔적이 보였다. 이들이 보여주는 움직임의 결과는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의 신체 기관 중 하나인 ‘눈’으로만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말하는 무대는 시선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관객은 그 사이에서 순수한 움직임을 확인하고 그것을 체득하는 것에서 느끼지 못했던 다른 감각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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