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 낭만, 고전의 조화 '2024 대구 경북 발레 페스티벌'
2024 대구경북발레페스티벌
- 발레스타와 함께하는
- 클래식발레와 창작발레가 함께하는 발레갈라콘서트
2024년 11월 17일 (일) 17:00 / 대구오페라하우스
- 글 : 최윤정
- 진행/사진 : 대구문화창작소 이재봉
11월 17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상연된 '2024 대구경북발레페스티벌'은 청소년과 성인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아우르는 무대를 보여주었다. 사단법인 한국발레협회 대구경북지회장 우혜영은 지역 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무용수들의 자리를 마련하고, 발레의 매력과 건재함을 알리는 데 공연의 의미를 두었다.
아트발레단 '코펠리아'
- 재안무 정재엽
- 객원출연 나대한, 주예진
마을 주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평화로운 일상을 나타낸다. 아무런 갈등도, 불안도 없는 마을에는 즐겁게 뛰노는 주민만이 존재한다. 스완힐다는 그의 약혼자인 프란츠와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스완힐다가 뛰어오르면, 프란츠는 그 밑에서 단단하게 받칠 준비를 한다. 두 사람의 합이 달콤한 연인을 그려낼 때쯤, 프란츠는 혼자만의 생각에 빠진다.
그는 이미 다른 사람을 마음에 품고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혼자만의 세레나데와 고백을 감출 생각이 없다. 이어 스완힐다의 독무는 여자의 질투를 여실히 드러낸다. 그러면서도 두 사람은 서로를 원한다. 마을 사람들은 두 사람의 사정을 모른 채 여전히 잔잔한 호수 같다. 그 아래, 파동을 몰고 올 불안을 품은 채 무대는 마무리된다.
대구발레시어터 '레 실피드'
- 안무 안미진
- 객원출연 박정호
백색의 튜튜를 입고서 어떠한 스토리도 없지만, 이들의 움직임에서는 무용수의 감정이 드러난다. '공기의 정령'을 의미하는 레 실피드는 가볍고 유연한 몸놀림으로 표현된다. 가볍고 우아한 몸놀림으로 관객을 정령들의 세계로 초대하는 무용수들은 새벽 호수 위 안개에 섞인 공기처럼 시원하고 촉촉한 기분을 들게 한다.
무대 위에서 움직이는 인간 이외의 존재들에게는 사람에게서 존재하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존재하지는 않지만, 인간이 생각하는 '자연' 속 공기의 모습을 표방하는 것에 있어서는 훌륭하게 작용한다.
데시그나레 무브먼트 'Overlapping Point'
- 안무 박현아
실루엣으로 보이는 움직임은 발레를 해체하여 그 찰나의 순간에서 가벼운 움직임들의 집합처럼 보였다. 조명이 서서히 아래로 내려와 무용수를 비추면, 발레의 스탭을 하고서 본 적 없는 움직임을 창조해 낸다. 이어 빛이 만들어낸 작은 사각형 안에서 하나의 사각형으로 겹친다. 겹친 지점에서 이들이 행하는 것은 단순한 움직임의 나열이다.
기지개를 펴고, 양손을 잡아 흔들고, 어깨를 쭉 펴는 등의 동작은 하나의 칼군무로 이루어진다. 무용수들의 움직임에 매료되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공간이 커졌다. 더 넓어진 공간의 겹침에 무용수들은 반대편으로 달려 나간다. 그럼에도 공간이다. 공간은 끊임없이 바뀌어 간다. 모양을 달리하고, 농도를 달리한다. 그 외에는 전무 無이다. 움직이며 살아간다. 겹친 공간에서, 움직인다.
장수경발레단 '돈키호테 2막'
- 재안무 장수경
돈키호테의 꿈속을 재구성한 무대 위 공간은 환상과 다름없다. 여러 명의 무용수가 일렬로 대형을 갖추며 그사이를 노니는 어린 요정의 등장은 관객의 의심과 생각의 여지를 완전히 잡아버렸다.
역동적으로 움직이다가도 곧잘 멈춰 서서 무대의 일부가 되어버리는 무용수들은 꿈속에서 마주하는 그림처럼 아름답고 신비롭다. 단체의 대열을 그림처럼 그려내어 하나의 명화를 보는 듯했다.
국립발레단 '그랑파클래식'
- 출연 허서명, 김민정
서사 없이 이어지는 남녀 두 무용수의 파드되가 이어진다. 두 사람이 함께하는 화려한 기술들이 이어지고, 아름다운 움직임의 결합이 재생된다. 쌍둥이 같은 모습으로 동일한 동작을, 믿음을 가지고 다른 동작을 취하며 이들의 움직임은 미동 없는 호수처럼 평화롭게 진행된다.
이어 서로의 독무는 앞서 조화를 이루었던 파드되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혼자서 무대를 채우는 움직임들은 조금 더 무용수에게 집중할 수 있게끔 한다. 두 사람, 독무의 연속 다음에 다시 조화를 이루는 무대는 우아한 인사와 함께 마무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