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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사진=무록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 홀로 서는 무대 ‘제3회 전국 홀춤창작대전’

 

제3회 전국홀춤창작대전

2024년 8월 25일 (일) 오후 6시 / 달성예술극장

 

- 글 : 최윤정

- 진행/사진 : 대구문화창작소 이재봉

 

 

지난 8월 25일, 넓은 무대에 온전히 홀로 주인공이 되는 무대, ‘제3회 전국 홀춤창작대전’이 상연되었다. 개개인이 가진 각자의 이야기, 표현하고자 하는 생각이 개성 있는 움직임을 통해 관객들에게 보여졌다. 빠르고 경쾌한 움직임부터, 느리고 무거운 움직임까지 다양한 무대가 선보여지며 관객들의 집중이 모인다. 무용수들만큼이나 긴장한 관객들이 좌중을 메우고, 홀로 선 무대가 시작된다. 각자가 하고 싶은 말을 오롯이 혼자 할 수 있는 무대의 막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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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것, 움직이는 것, 표현하는 것 ‘이동 耳動’

- 안무/출연 김지수


숨소리가 가득 섞인 허밍이 들린다. 무용수는 규칙적으로 내뱉어지는 숨소리에 맞춰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숨소리가 잦아들면 움직임도 잦아들고, 숨소리가 커지면 움직임도 커진다. 숨소리 가득한 음악과 표현적인 움직임이 어울려 주술과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끌려가는 듯하면서도 강렬한 자아가 돋보인다. 소리를 움직임으로 출력해 내고, 그 과정에서 힘과 움직임이 격렬하게 충돌한다. 마침내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 움직임과 표현이 멈춘다. 그녀가 찾아낸 진리의 끝이다. 


귀 이 耳, 움직일 동 動. 말이 아닌 소리가 들린다. 명확한 언어가 아닌, 상대의 의중 모를 숨소리에 귀가 기민하게 반응한다. 무용수는 온몸으로 그 숨소리에 반응한다. 약하게, 강하게, 크게, 작게. 그것이 전부다. 귀로 들어온 소리는 그 소리를 듣고, 들은 그대로를 표현한다. 무용수는 삶의 진리를 먼 곳에서 찾지 않는다. 손 뻗으면 잡을 수 있고, 일상을 살면서 늘 접하는 기회에서 진리를 찾는다. 듣고, 표현한다. 또다시 듣고, 움직인다. 그녀의 진리는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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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과 사랑, 그리움의 뒤섞임 ‘한낮의 비바람 같은 당신 편지 한 장 두고 떠났네’

- 안무/출연 김송희


방 한 칸에 갇혀 누군가를 절실히 그리워한다. 새벽바람에 흔들리는 것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김광석의 노래가 울려 퍼지고, 방 한 칸에서 미련을 가득 풀어내는 무용수가 보인다. 사무치는 감정은 괴로움으로 다가온다. 스스로를 괴롭히기도 하고, 모든 에너지가 밖으로 방출되었다가 다시 자신에게로 모인다. 이 무대 위에서 표현되는 모든 언어의 목적어는 자기 자신이다. 사랑, 미련, 그리움, 고통은 짙은 감정을 뱉어낸다. 끈적하고 짙은 색의 사랑이 무용수를 붙든다. 결국 그 끝은 다시 기다림으로 돌아간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여자의 사랑은 칠흑같이 어둡고 깊다. 그러나 사랑의 목적지는 이곳에 존재하지 않는다. 작게 속삭여지는 사랑은 길을 잃고 떠돈다. 무용수의 손짓에 짙은 사랑이 담겼다가 이내 흩어진다. 갈 곳을 잃은 사랑은 결속력이 없다. 온전한 형태를 띠지 못하고 한순간의 감정으로 발산된다. 그 한순간이 켜켜이 쌓이다 보면 지치고 무뎌진다. 그리움에 잠식된다. 짙은 사랑은 그리움을 동반한다. 여자는 수도 없이 되뇌인다. 사랑이 아니었음을. 그러나 다시 돌아간다. 자신이 붙들었던 감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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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의 성장, 본질로의 회귀 ‘집으로 가는 길’

- 안무/출연 김경민


풍선을 가지고 노는 그는 철없이 해맑은 어린아이의 모습이다. 풍선은 손에서, 발에서, 무용수의 온몸을 타고 이동한다. 유일한 장난감인 듯, 풍선을 가지고 놀다가 불안한 표정으로 풍선을 터뜨리곤 급하게 자리를 뜬다. 어린아이의 순수함을 벗어던지고 사회인이 된 모습은 긴장한 티가 역력하다. 외부의 압박으로 인해 계속 주저앉지만 정신 차리려 노력한다. 면접과 생업은 청년이 다시 어린 시절의 순수한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게 한다. 구르고, 떨어지고, 고통을 선사한다. 의자에서 떨어진 무용수는 지팡이처럼 의자를 짚고 일어선다. 안식을 취하고자 의자에 앉으려 하지만, 계속해서 미끄러지고 튕겨 한 순간도 마음 편히 쉬지 못한다. 제자리에 있을 수 없다. 종막에 이르러서야 지친 몸을 뉘였다. '나' 자체로 이르는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어린아이에서 청년을 지나, 어른으로. 의자는 무용수의 ‘본질’이다. 그저 옆에 방치해두기만 하던 어린아이는 본질을 깨닫지 못해도 행복할 수 있다. 세상과 자기 자신만의 존재로 웃음과 기쁨을 향유할 수 있다. 그러나 성장은 웃음과 행복을 앗아간다. 가장 순수한 '나'와 가까웠던 본질은 청년을 넘어뜨리고, 청년의 고통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꿋꿋하게 서 있다. 가장 지쳤을 때도, 본질은 자신에게 도달하려는 청년을 끊임없이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다. 본질은 불안과 고통 속 그 가운데에 있지만 그걸 찾기란 쉽지 않다. 무용수는 어린아이의 미성숙한 본질은 잊었다. 그리고, 단단한 자신을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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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지 못한 것, 볼 수 있는 것, 돌아봐야 할 것 ‘뒤로 걷는 순간’

- 안무/출연 유은선


천천히 뒤로 기어가는 행위에서 위태로운 흔들림이 느껴진다. 곧이어 앞을 향해 걸어가지만, 그 형태는 정상적이지 않다. 손에 걸리는 건은 아무것도 없지만 허공으로 손을 뻗어 격렬하게 몸부림치며 저항한다. 외부의 힘은 뒤로 시선을 돌리려 하지만, 그녀의 의지는 과거를 거부한다. 들리지 않는 몸부림은 뒤를 향한다. 에너지는 내부를 향한다. 격렬한 몸부림은 외부로 뻗어나가지 못하고 계속해서 안에 머문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동시에 무대에 가뒀다. 지나쳐온 시간을 뒤로하고 현재를 밟으며 미래로 나아간다.


뒤로 걷는 행위는 ‘되돌아간다’는 행위의 시각적 표현이다. 과거는 돌아갈 수 없는 순간이다. 되돌아가는 것은, 이미 지난 과거를 곱씹는다는 것이다. 반성, 회개, 새로운 도약을 위해 한발, 한 발 뒤로 내디딘다. 몸을 틀어 시선이 뒤를 향하면 그곳에는 지나가고 없는 과거라는 환상이 무용수를 기다린다. 과거는 변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잘못도, 추억도 그대로 남아있다. 이전의 순간을 느낀다. 새로이 느끼는 것과, 이미 지나쳐온 감정이 공존한다.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조금 더 앞선 미래로 한 발을 내디딘다. 비로소 다시 출발점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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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된 욕망, 차오르는 욕심 ‘탐_하다’

- 안무/출연 이정민


단순하고 반복되는 박자에 맞춰 움직인다. 섬세하게, 때로는 급진적으로. 때를 기다렸다가 계산적으로 움직인다. 고요한 무대 위로 긴장감이 넘실거린다. 사냥 직전의 짐승처럼 무용수는 때를 노린다. 한순간의 쾌락을 위한 것 같기도 하지만, 그곳으로 향하는 길은 적막하다. 둔탁하고 커다란 움직임에서 사냥감을 관찰하듯 조심스러운 사냥꾼의 모습까지, 욕심은 시시각각으로 사람을 변하게 한다. 억누르고 감춰둔 욕망은 끝을 모르고 자라난다. 결국 터져버린 내면이 마구잡이로 갈구한다. 고요가 찾아온다. 욕망의 끝이다. 


탐한다. 욕심을, 숨을, 때를 탐한다. 무용수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탐한다. 욕심을 과하게 표출하거나 눈에 띄게 드러내지 않는다. 탐할지언정, 그 욕망을 꾹꾹 눌러 담아 정적인 형태를 이룬다. 그러나 해소하지 못한 욕망은 더 깊게, 더 많은 탐욕을 불러일으킨다. 과도한 욕심과 절제는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지만, 그 지점에서 상충하는 시너지가 더 큰 에너지를 발산한다. 끝을 모르던 탐욕은 비로소 원하던 것을 쟁취하고서야 사그라든다. 그러나 끝을 모르는 욕망이 해소되었을 때, 그 자리엔 새로운 탐욕이 눈을 뜬다. 탐욕의 끊임없는 반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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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계투성이인 사람들의 자기 항변 ‘의지박약자의 핑계들’

- 안무/출연 이예림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다가 스스로 입을 틀어막는다. 그러나 입 밖으로 터져 나오는 말을 온전히 막지 못한다. 마치 자신의 입을 막는 손이 제어되지 않는 듯, 그녀의 입과 손은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다. 그 둘이 일치되는 순간에, 그녀는 아이 같은 소유욕과 과장된 표현을 선보인다. 스스로를 공격하는 광대 같은 움직임도 함께이다. 그녀의 마음과 의식은 같은 뜻을 전하지 않는다. 이것이 그녀의 핑계이자 자기항변이다.


의지는 어디서 나오는가. 무엇을 기준으로 나약하다고 판단되는가. 독자적인 결단력의 부족, 스스로 해내지 못하는 노력의 부재, 턱없이 모자란 끈기, 그것들이 모여 '의지박약'이라 불린다. 무용수는 의지박약자의 우유부단한 모습을 우습게 표현한다. 어린아이처럼 보이기도 하는 모습으로 의지박약의 이유를 설득하려 한다. 그러나 핑계는 그녀를 대변하는 이유가 되지 못한다. 핑계는 끝까지 핑계로 남을 뿐이다. 그녀의 ‘이유’는 계속된다. 의지박약자의 변명이 한없이 길어진다. 그것조차 그저 핑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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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의 표면을 보다, 보았다 ‘THE SEEN’

- 안무/출연 오가은


여유 있고 느린 움직임이 중앙으로 뻗어나간다. 텅 빈 무대에는 의지 할 곳이 없다. 혼자 헤쳐 나가야 한다. 거꾸로 서서 세상을 짊어져 보았다. 얼마 버티지 못하고 고꾸라졌다. 온몸으로 땅을 느끼고, 허공을 헤집는다. 에너지를 쌓아두지 않고 끊임없이 외부로 방출한다. 갈 곳 없는 몸뚱이를 바깥에 있던 에너지가 받쳐준다. 온 무대를 휩쓸며 사용한 그녀는 무대 위 보이지 않는 벽을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 시간이 갈수록 그녀가 쌓아 올린 에너지는 견고해진다. 


무대는 거대한 지도이다. 그녀의 발이 닿는 곳은 어디든 될 수 있고, 그곳에서 ‘나’를 찾을 수 있다. 거울은 언제나 현재를 담아낸다. 과거와 미래는 비출 수 없다. 거울에 비치는 나는 때로는 지쳐 보이고, 때로는 활기차 보인다. 다시 나아간다. 상이 맺히지 않는 곳에서 전진한다. 이미 보았던 이전의 ‘나’를 생각한다. 과거에서 안주하지 않고, 현재에서 멈추지 않는다. 더 멀리 도약한다. 무대의 끝과 끝을 연결한다. 그곳에서 ‘나’는 거울에 비친 그대로의 ‘나’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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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의 끝자락에서 각자의 주제들이 개성 있는 무대로 펼쳐졌고, 총 7개의 무대, 7명의 무용수가 각자의 무대에서 주인공으로 자리했다. 대한국민예술협회와 대구문화창작소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 공연은 혼자 만들어 혼자 추는 춤 이야기를 세상에 선보이고, 오늘의 무대를 발판 삼아 더 큰 움직임으로 나아가고자 하여 기획되었다.

 

그 중 '의지박약자의 핑계들'(이예림)이 영예의 대상을 거머쥐었고, '집으로 가는 길'(김경민), '탐_하다'(이정민), 'THE SEEN'(오가은)이 금상을 수상하였다. 이어 '뒤로 걷는 순간'(유은선), '이동'(김지수), '한낮의 비바람 같은 당신 편지 한 장 두고 떠났네'(김송희)가 동상을 받음으로써 '제3회 전국홀춤창작대회'가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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