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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사진=무록

내 손에서 태어난 움직임의 연속 '제1회 대한민국 창작안무대전'

 

제1회 대한민국창작안무대전

2024년 7월 14일 (일) 오후 6시 / 달성예술극장

 

- 글 : 최윤정

- 진행/사진 : 대구문화창작소 이재봉

 

 

7월 14일 오후 6시, 달성예술극장에는 묘한 긴장감이 맴돈다. 5명의 심사위원석이 객석 중앙에 있고, 양옆으로 참가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찾아온 관객들이 공연장을 메웠다. 비가 오다가 그치는 이상한 날씨였음에도 참가자들은 이런 하늘의 변덕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각자의 작품에 몰두했다. 음악이 나오고 자신이 디자인한 조명이 자신이 창작해 낸 움직임 위로 쏟아지는 순간, 이들이 사랑하는 일은 타인의 앞에 가감 없이 내비쳐지게 된다. 어둠 속에서 첫 번째 무대의 무용수들이 걸어 나온다. '제1회 대한민국 창작안무대전'의 막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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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O Dance project

공동안무 박주영, 신채원

출연 박주영, 신채원, 전희수


무대 중앙에 놓인 세 개의 페도라, 식당처럼 시끌시끌한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오고. 페도라를 집어 들고 머리에 씌워지는 순간 불이 꺼진다. 다시 조명 불이 들어오면 그 자리엔 세 명의 무용수가 페도라를 쓰고 앉아 있다. 우아한 느낌을 주면서도 모던하다는 감상을 지울 수 없다. 같은 줄에 연결된 마리오네트처럼 일관된 움직임을 선보이며 칼같은 절도를 지킨다. 토슈즈를 신은 발끝으로 그리는 회전은 유연하고, 어지러운 음악 위를 쪼개는 발끝은 섬세하다. 다시금 페도라를 손에 든 이들은 처음을 시작했던 자리에서 끝으로 향한다. 암전되고 다시 그 자리에 불이 켜지면, 언제 무용수가 있었냐는 듯 페도라 세 개만이 덩그러니 남아있다. 


기존의 우아한 발레와 현대의 모던함이 더해져 차갑고 정중한 느낌을 준다. 흔히 알고 있는 분홍색, 혹은 하얀색의 발레복이 아닌 검은색 재킷과 페도라를 착용한 채 행하여진 움직임은 부드러운 유연함과 강직한 직선이 공존한다. 쉽게 더해지지 않는 두 요소가 조화롭게 섞였을 때 관객들은 관심을 갖고, 그 묘한 분위기는 공기 중에 흩어져 있던 집중을 끌어모은다. 이들이 보여주고자 했던 한 신사의 품격, 그리고 그 위에서 통통 튀어가는 모더니즘은 예상할 수 없었던 조화로움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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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mb

Yoni Dance Company

안무 김연희 

출연 김윤미, 김초희, 권영주, 장세빈


느리지만 어느 순간엔 같은 뜻을 담은 언어를 전달한다. 상대에게 닿을 때까지 언어를 밀어 넣는다. 내부에서 끊임없이 뻗어 나오는 에너지는 주체하지 못하고 밖으로 뿜어져 나온다. 종잡을 수 없는 말을 혼자 독차지하고 있으니, 이것은 '나'와 '나'의 싸움이자 '나'와 '내가 생각하는 타인'의 싸움이다. 무술처럼 절제된 동작 같기도 하고, 아무런 계산 없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억압보다는 자유 속에서 얘기하고, 자유에 따라오는 해방을 거머쥔다. 서로의 구역을 넘나들며 마구잡이로 섞이기 시작한다. 혼란을 이은 대화가 야기한 건 내면의 폭주이다. 혼잣말을 끊임없이 내뱉는다. 자기혐오인지, 타인에 대한 비난인지 알 수 없는 말은 목적지를 잃고 헤맨다.


행위에 섞이고 싶지 않다, 사건에 가담하고 싶지 않다, 이런 생각을 하고서 가만히 있는 사람은 '방관자'가 된다. 방관자들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행동도 하지 않는 회피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관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자신의 생각을 표해야 그것으로 인해 사람들은 각자의 책임을 지니게 된다. 최소한의 책임만 지고 눈 앞의 현실을 직면할 것인가, 뒤돌아보니 눈덩이처럼 커져 있는 책임감을 그제야 다수의 사람을 찾아 나누려고 할 것인가. 'Bomb'은 이 선택에 대한 갈등을 터질듯한 격정으로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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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I.D_project

안무 김서현

출연 김서현, 김우빈, 김선주, 신정원


한복을 입고 등장한 무용수들, 훈민정음 소리에 맞춰 글자를 몸짓으로 표현한다. 직관적으로 표현하기보다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밝은 빛으로 이끌리듯 다가온 무용수들은 엎드려 있는 사람의 위로 쓰러진다. 아무것도 없는 허망한 하늘을 보다 고개를 떨어뜨리기를 반복한다. 이들이 발견하고자 하는 건 희망인데, 가혹한 하늘은 아무것도 들어주지 않는다. 서로를 잡는다. 살고자 하는, 살아가고자 하는 바람이 손끝을 타고 이동한다. 점점 멀어지는 임은 생전에 닿을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멀어진다. 머리 위로 가득 떨어진 꽃은 비이성적인 이 상황을 연극적으로 볼 수 있도록 설계가 된다. 정갈한 북소리에 맞춘 움직임은 호방하다. 느리게, 아주 느리게 생명이 자리한다. 봄이 도래할 때, 싹은 비로소 꽃으로 만개할 것이다. 


희생과 이별, 오늘날의 자유가 주어지기 이전에 사람들의 삶을 차지하고 있던 단어들이다. 희생은 당연한가, 이별은 당연시되어야 하는가. 우리가 읽고 쓰는 말들은 당연하지 않다. 그다지 멀지 않은 과거, 선조들이 노력했기에 우리의 목소리는 정확한 언어를 통해 상대에게 닿을 수 있다. 희생은 아픈 기억이라 하여 외면하면 행위는 잊히고 결과만 남아 '당연한 것'이 될 따름이다. 아픈 기억, 숨 막히는 슬픔이겠지만 희생으로 지켜낸 결과와 그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희생은 상기되어야 한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빼앗겼던 들에 하얀 꽃이 수두룩허니 봄이 들판을 물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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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하는 중입니다

소소프로젝트

안무 이서원

출연 이서원, 이주현, 이지율


호기심을 가장한 강제성은 반복적인 교육으로 시작한다. 대화는 주어를 잃은 채 진행된다. 호흡하며 시선을 여기저기로 옮긴다. 동작이 크고 상대방과의 거리는 한없이 가까웠다가, 한없이 멀어진다. 일정한 박자로 음악을 쪼개는데, 이 쪼개진 리듬 안에 움직임의 속도를 부여할 마법이 걸려있다. 빛을 갈망하다가도 금세 질려한다. 현실에 질린 사람들이 다시 찾은 곳은, 처음의 그 장소이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강제성이 없었다는 것, 사람들이 시야를 앞으로 돌릴 때 누구보다 먼저 공연을 마무리한 사람이 있다. '적응'에 성공한 셈이다. 


스스로 움직이기를 망설이면, 옆에서 타인이 끌어준다. 첫걸음을 내디딜 때, 도전 앞에서 망설일 때 반은 자의로 움직이고 반은 타의로 움직이는 것이 '처음'이다. 처음 이후에 따라오는 것은 적응이다. 걷는 행위에 대한 적응, 새로운 시도의 적응. 끊임없이 새로운 걸 익히고, 반복하여 적응에 이른다. 세상은 끊임없이 새로운 걸 개발하고, 그것에 따라가기 위해 많은 사람들은 끊임없이 도전한다. 적응에 이른다. 삶은 이것의 반복이다. 다만, 이들은 세상의 틀을 따라가지 않는다. 세상이 내놓은 것이 아닌, 아직 태어나지 않은 것들로 시선을 돌린다. 남들에게 의식하지 않은 채 자신의 의지로 세상을 파헤친다. 비로소 자신을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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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room

LNZ프로젝트

공동안무 이동욱, 남강우

출연 이동욱, 남강우


흔히들 그림에서 우산은 역경과 고난을 막아주는 물체로 표현된다. 그러나 이 무대에서 우산은 자아를 가지고, 자기 멋대로 움직인다. 지성을 가진 인간이 물체에 불과한 우산에 끌려간다. 밀어내려고 하지만 막상 밀어놓고 보니 평범한 우산에 지나지 않았다. 타인의 격려이자 폭력에 가까운 위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움직임이 무용수의 자아를 잠식한 듯, 무의식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식탁 밑으로 삐져나온 다리는 상체의 의지와 상관없이 혼자 움직인다. 어느 순간, 다리 위로 하나의 머리가 달렸다. 다리가 자아를 가졌다. 서로의 분신이자, 서로가 자기 자신인 사람들은 똑같은 동선과 움직임을 공유하며 '나'의 이야기를 세상에 꺼내놓는다. 죽을 듯이 싸우고, 터질 듯이 끌어안는다. 투박한 움직임은 그 안에서 섬세함을 찾을 수 있고 이렇게 드러난 것들은 이내 이 무대에 적용된다. 


방 한편에서 시작된 고찰은 온 방 안을 가득 채운다. 이젠, 아무 생각 없이, 잘 쉴 수 있겠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하는 고민은 이들의 손에서 이야기가 되어 탄생한다. 목적어 없이 던져진 혼잣말은 대상을 만들고 만들어진 대상은 자기 자신이다. '나'는 지칠 대로 지친 나의 모습이 아닌 폭력적이면서도 불행의 탈을 뒤집어썼다. 말 한마디에 탄생한 분열된 자아는 비틀어진 거울을 보는 것 같다. '나'를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위로할 수 있는 것도, 안아줄 수 있는 것도 '나'라면 나의 불행으로 탄생한 자아를 온전히 끌어안을 수 있을까. 불이 꺼지고, 고찰은 한 층 더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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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e - The Eight

Motion Creative Company

안무 이지연

출연 이지연, 유아름, 김민하, 태근영, 임주향, 최지희, 김원준, 정현승 


암전되어 어두운 극장 안에서 작은 손전등이 켜진다. 위협적으로 운전하는 뱃사공의 옆으로 그가 향하던 틀이 하나하나 해체되기 시작한다. 해체된 틀은 노가 되고, 노를 쥔 사람들이 더 많이 늘었다. 위협적인 움직임 안에서 독단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한 생명은 생존을 위해 돌진한다. 넓게 펼쳐진 동선은 모였다가 다시 펼쳐지며 물결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 손전등의 빛은 그저 광원에 불과하기도 하지만, 무기가 되었다가 미끼로 분하기도 한다. 이들이 살아가고자 하는 세상은 각자에게 위협적이고 폭력으로 가득 차 있다. 막대는 위협을 주는 노로 쓰였다가, 바닥에 탁- 소리가 나게 내려놓으면서 폭력적인 소리를 낸다. 덫에 걸려든 순간, 갇힌 사람은 그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욕망은 사람의 시야를 가린다. 가려진 현실 대신 볼 수 있는 건 욕망이 그득하게 들이찬 허상이다. 각기 다른 시선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허상으로부터 탈출할 구실을 찾는다. 계속해서 발목을 붙잡는 덫은 어둠 속에서 자유를 얻는다. 이 극에서 빛은 형체가 없어 시선을 와해하면서도 물체에 물리적 타격을 입힌다. 부딪힐 수 없는 것들끼리의 충돌은 새로운 파장을 일으킨다. 덫은 자아가 없다. 이 덫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공간이 뒤바뀌고 다시 허상의 입구로 돌아간다. 그러나 허무, 세상은 처음에서 이들을 맞이한다. 절망에 뒤틀린 몸짓이 어두운 시야 안에서 흐려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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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skin

EK Dance Project

안무 권은기

출연 권은기, 조예진


두 사람의 몸이지만, 하나의 상체에 다른 이의 다리가 합쳐져 마치 하나의 몸처럼 보인다. 한 명의 사람으로 보일 수 있음에도 조각난 신체가 시각을 자극해 오는 이질감은 곧 상체와 하체가 계속해서 뒤바뀌어 혼란으로 뒤바뀐다. 퍼즐 조각처럼 꼭 맞춰진 서로의 몸은 빈틈없이 꽉 채워졌다. 다리는 천천히 계속 움직인다. 맞물린 신체는 유연하게 움직이면서도 서로를 물고 놔주지 않는다. 하나로 존재하고자 하는 욕망이 강해져 구속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강하면서도 약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우직하다. 인간에게 양면성이 존재하는 것처럼 움직임이 서로 연결되며 상반되는 느낌을 자아낸다. 온전하지 못하게 두 개로 나뉘었던 자아는, 하나의 자아가 다른 자아를 흡수하며 온전하게 하나가 되려는 노력으로 비친다.


또 다른 나. 나를 에워싸고 있던 페르소나가 떨어져나와 똑같은 내가 된다면 이것은 '나'라고 부를 수 있는가. 껍데기는 같지만 지어 보이는 미소, 말투, 주장하는 생각까지 나와 다르다면, 이것은 내 자아일까 완전한 타인일까. 사람들은 솔직하게 살려고 노력한다. 그것이 스토리가 되면 진정성이 실리고, '나'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액정과 인간관계를 벗어던진 나의 모습은 어떤가. 자신이 꿈꾸던 그 모습 그대로인가. 온전한 나라고 부를 수 있는가. 떨어져 나간 페르소나를 힘주어 끌어안는다. 다른 곳을 바라보지만, 같은 얼굴이 되어간다. 다시 페르소나가 나를 에워싼다. 이것은 내가 보는 '나'이자, 타인이 보는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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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경연에서 영예의 대상은 'EK Dance project - 안무 권은기(New skin)' 차지했다. 이어 금상은 'LNZ프로젝트 - 안무 이동욱, 남강우(In the room)'가, '모션크리에이티브컴퍼니 - 안무 이지연(Hole - the eight)', '요니댄스컴퍼니 - 안무 김연희(Bomb)', '오댄스프로젝트 - 안무 박주영, 신채영(Mr.)'가 은상으로 뒤를 이었다. 동상으로는 'I.D_project - 안무 김서현(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소스프로젝트 - 안무 이서원(적응하는 중입니다)'이 수상했다. 

 

작품부문에서는 최우수작품상 'EK Dance project - 안무 권은기(New skin)', 우수작품상 'LNZ프로젝트 - 안무 이동욱, 남강우(In the room)', 특별상 '오댄스프로젝트 - 안무 박주영, 신채영(Mr.)'을 명예를 거머쥐었다.

 

무용수 부문에서는 'EK Dance project'의 권은기가 최우수무용수상을 거머쥐었고, 'LNZ프로젝트'의 이동욱, '요니댄스컴퍼니'에 김윤미, '모션크리에이티브컴퍼니'의 유아름, '오댄스프로젝트'의 신채원이 우수무용수상으로 뒤를 이음으로써 제1회 대한민국 창작안무대전의 막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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