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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사진=무록

틀에 박힌 사회에 대항하는 몸짓 ‘달스타창작춤MZ'

 

제41회 달스타2030예술극장

DMZ - 달스타창작춤MZ

2024년 7월 7일 (일) 오후 6시 / 달성예술극장

 

- 글 : 최윤정

- 진행/사진 : 대구문화창작소 이재봉

 

 

 지난 7월 7일, 달성예술극장에서는 젊은 청춘들이 각자의 열정을 뽐냈다. 사회에서 이미 고정되어 당연하다고 말하는 것을 이들은 당연하지 않다고 말한다. 부당한 것을 아니라고 말할 줄 아는 것, 대다수의 집단에 반발해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것, 그렇기에 더 거칠 것 없고 부딪히며 살아가는 현재를 표현하는 공연이 상연되었다. 고착화된 세상에서 새로운 도전을, 틀을 비트는 공연이 막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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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을 파고드는 언어 '만흘 : 무심하고 소홀함'

안무 배진아 / 출연 배진아, 김민국


 정적, 표현되고 있는 움직임의 언어는 아주 느리다. 무용수의 몸은 언어를 내뿜고 있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상대의 대화를 듣지 않은 채 얘기를 하고, 상대가 나와 엉켜 들면 그제야 대화가 시작된다. 자의식이 다른 두 개의 손은 같은 방향을 가리키지만, 전달하는 의미는 다른 방향성을 지닌다. 자기 내면을 바깥으로 표출하고자 하는 욕망은 직선보다 곡선을 이루는 움직임으로 표현된다.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 표정, 말과 속마음은 각기 다른 의미를 내포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 볼 수 있기에 자기 눈에 담긴 것만으로 상대를 판단한다. 그렇게 쌓인 관계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바람직하지 못한 관계로 치닫는다. 괜찮아 보이기를 바라는 마음, 동시에 진짜 괜찮기를 바라는 것은 타인이 해결해 줄 수 없다. 안녕을 말하고, 안부를 물으며, 호의를 베푸는 행위는 역할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이다. 상호작용이 일방적인 관계가 되는 순간 상대와의 믿음은 사라지고 그 안에서 고립을 느낀다. 그러나 이것이 나의 문제로 느껴지지 않게끔 가리는 것, 현대의 보편적인 가면이 되었다. 이 가면을 쓰는 사회가 건강하다고 할 수 있을까. ‘만흘’은 이런 사회현상을 꼬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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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를 넘어서는 순간 덮쳐오는 자유 'Limit'

안무/출연 김소연, 신유진


 일정하지 않은 템포 속에 엉켜있는 이들은 반복적으로 서로를 덮친다. 서로의 몸으로 짓누르는 것이 한계인 양 그 무게에서 헤어 나오려 몸부림친다. 몸을 겹치고 누워 천천히 회전하는 모양새는 나침반 혹은 계기판을 연상시킨다. ‘한계’를 정상으로 정해두고 앞으로 달리기만 하는 세상을 이들은 거꾸로 바라본다. 시선이 뒤집히고, 땅과 하늘이 뒤바뀐 세상이 보인다. 의미심장한 음악과 느릿하면서 절도 있는 움직임은 이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뜻을 느리게, 그러나 뚜렷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한다.  


 계기판은 분명한 한계를 정해둔 채 화살표로 현재의 수치를 표한다. 계기판이 명시된 기계들은 그 한계를 넘어가면 고장 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사람들의 신체에는 숫자로 명시된 것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각자의 한계는 개인의 심리 안에서 숫자를 만들어내고 화살표로 명시한다. ‘한계를 뛰어넘어’, ‘보이지 않는 한계’ 등, 이 계기판을 꾸며주는 수식어들은 개인의 잠재성을 이 단어 하나로 묶어버린다. 나를 들여다보고 어느새 마음속에 자리 잡은 숫자를 손으로 문질러본다. 흐려진 숫자들을 뒤로 한 채 뛰어보라. 분명 형체를 잃은 숫자를 등 뒤에 둔 채 앞서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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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으로 향하는 의지, 그리고 안식 'Home'

안무/출연 이제형


 베개는 통상적으로 편안함과 안전한 장소인 집을 나타낸다. 그러나 이 무대 위에서 베개는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수단으로 표현된다.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고 통제할 수도 없지만, 풍파에 흔들리는 ‘나’를 지켜주는 건 이 솜뭉치가 유일하다. 작은 휘파람 소리에도 위협을 느끼고 안전한 세상을 벗어나 베개의 바깥으로 튕겨 나간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마주한 완전한 바깥은 온통 거꾸로 서 있다. 다시금 베개 위에 누워 잠을 청한다. 다시, 안식으로 돌아가 있을 것만 같다. 


 사람은 같은 사람의 품에서 성장한다. 그 품은 대개 아늑하여 바깥세상으로 나가고자 하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도록 한다. 다만 성장을 겪으며 키가 커지면 아늑했던 울타리의 밖이 눈에 들어온다. 비로소 내 의지로 한 발자국을 내디뎠을 때, 환희와 쾌감을 느낀다. 동시에 공포가 밀려온다. 아늑하고 익숙한 품에서 느끼지 못했던 공포는 새로운 감정으로 다가온다. 모든 감정의 파도를 발밑에 두고 경험을 거머쥔다. 보금자리를 떠나 이룬 성취의 기쁨을 가지고 다시 안식처로 돌아간다. 자신이 이룬 쾌거와 안식처에서 느끼는 편안함, 인간은 이 양 감정의 경계에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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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에 새겨진 글자들 '(  )대로 (  )하지 말 것'

안무/출연 진민아, 오탁진


 기이한 종소리와 함께 번민을 겪는다. 에너지가 몸의 내부로 뻗어나간다. 둘 사이에 무한한 단어의 공백이 나타난다. 의미심장한 멜로디가 공간을 채우고, 이들이 얘기하고자 하는 공백 또한 자신을 채워나가기 시작한다. 절정으로 치닫는 이들의 몸짓은 강렬하다가도 각자의 생각에 빠지게 한다. 의지가 된다는 건 무엇인가, 세상에 주어진 속박이라는 게 존재하는가, 그 틀에 갇혀 살아야 하는가. 담백한 움직임 안에서 그들은 공백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그들이 비워주는 공백 안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볼 수 있다. 종막에 다다라서야 격정을 야기한다. 


 이들이 제시하는 (  )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이 공백의 앞, 뒤로 주어지는 글자를 조합해 어떤 문장이든 만들어 낼 수 있다. 익숙한 것이 되기도 하고,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이 문장은 한 가지 생각에 틀어박히지 않는다. 정확한 답을 내놓지도 않는다. 다만 공백을 채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관찰하게 한다. 어째서 이런 단어를 생각했는지, 이 단어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것이 있는지, 공백을 채움으로써, 이 문장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게 되는지. 자기 자신에게로 쏟아지는 질문에 명확히 대답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생각은 한 걸음 더 확장된다. 그들이 제시했던 공백만큼, 우리가 떠올렸던 공백 안의 글자만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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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반복, 흔적이 남긴 불안 '흠'

안무/출연 박지현, 김주연


 망설임 가득한 손짓과 걱정 가득한 얼굴은 허공을 보고 있다. 아주 작은 흠은 시야에 들어와 의미가 부여되는 순간 몸집을 불려 흔적이 된다. 와락, 덮치는 손길과 업혀 오는 등에 무릎은 굽어지기만 한다. 바닥을 더듬는 손은 무언가를 갈망하지만, 이를 막아서는 감정들이 욕망을 가로막는다. 강렬하게 다가오는 음악과 격렬한 움직임은 위기를 느끼게 한다. 그들이 바라보는 곳에는 흠이었던 흔적과, 흔적이었던 경험이 존재한다. 한 사람의 시야를 가리고 그의 머리를 품속으로 끌어당긴다. 


 무엇을 가리고, 무엇을 보고자 하는가. 아무런 의미가 부여되지 않은 ‘흠’은 그저 작은 생채기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흠이 언제부터 생겼는지 생각하고, 메꾸기 위해 또 생각을 거듭하다 보면 내 눈엔 어느새 거대한 ‘흔적’으로 자리하고 만다. 흔적을 애써 없애려 하지 말고 지나치면 그 커다란 흔적은 점점 줄어들어 다시 흠이 된다. 다만, 이건 너무 이론상의 이야기일 뿐이다. 누구나 흠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각자의 흠은 다른 모양을 띠며 크기 또한 제각각이다. 이 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개인이 가진 경험의 씨앗이 발아한다. ‘흠’은 이 일련의 고뇌를 이성과 감성의 사이에서 내면의 갈등과 함께 풀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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