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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무용제, 제31회 전국무용제 출전권을 두고 역량 겨뤄

- 제31회 전국무용제 예선, 제32회 대구무용제

 

제31회 대구무용제

2022년 6월 5일 (일) 19:00 /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

 

- 주최 : (사)대한무용협회 대구광역시지회

- 글 : 김상우

- 사진 : 대구문화창작소 이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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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mhn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28899

 

 

6월 5일 제32회 대구무용제가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서 열렸다. 서류 심사를 거쳐 예선을 통과한 3팀이 오는 9월, 전남 목포에서 개최되는 제31회 전국무용제 출전권을 두고 역량을 맞부딪히는 자리였다.

변인숙 대한무용협회 대구광역시지회장은 팬데믹 위기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은 대구무용인들의 노력으로 대구무용제가 개최되어 기쁜 마음을 전했으며, 이창환 한국예총 대구광역시연합회장은 우수한 춤꾼들의 몸짓이 표출하는 에너지들이 관객의 삶 속에 스며들기 바란다며, 대구무용제가 활력 있는 삶의 계기가 되기를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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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회 대구무용제 - 댄스프로젝트 루덴스 ‘호모 루덴스’ 안무 임현준 ⓒ이재봉

 

 

1. HOMO LUDENS – 댄스프로젝트루덴스, 안무 임현준
서서히 밝아지는 무대 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거대한 정육면체의 구조물. 어린 시절, 학교 운동장에서 한 번쯤은 보았을 정글짐과 같은 형태의 구조물이었다. 그리고 그것에 붙어있는 무용수들의 모습이 보였다.

인상적인 모습이기는 해도 단순히 저 구조물 사이를 오가며 춤을 추는 것만으로는 금방 임팩트가 식지는 않을지 걱정했지만, 예상을 깨며 구조물이 무용수들을 짊어진 채로 움직였다.

주사위의 면을 바꾸듯 앞, 뒤, 옆으로 구조물을 굴리고, 정지하고를 반복했고, 그때마다 무용수들은 움직임에 맞춰 능숙하게 균형을 잡으며 자세를 바꾸었다. 아슬아슬하면서도 시선을 휘어잡는 공중전이었다.

공중전 다음은 지상에서의 군무. 구조물에서 내려온 무용수들이 일사불란하게 모여서 춤을 추다가, 다시 구조물을 사용하기를 반복하며 공중과 지상 모두를 장악했다. 구조물과 무용수들의 모습으로 시선이 분산되며 자칫하면 난잡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 구조물을 적재적소에 이용하며 오히려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모습이 감탄스러웠다.

본 무대의 모티브가 된 역사학자 요한 하위징아의 개념이자 저서, <호모 루덴스>는 놀이를 하는 인간을 뜻한다. 인간의 행동에는 의무감, 책임감 등의 강제력이 동반하는 행동과 자유의지에 의한 자발적인 행동이 있다.

놀이라는 것은 후자의 개념이다. 자유롭다고 열의가 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스스로가 원하는 행동이기에 좀 더 효율적인 체계를 원하고, 더 갈망하며 노력과 열정을 쏟아 부을 수 있다.

댄스프로젝트루덴스의 <호모 루덴스>는 이러한 놀이의 의미에 대한 고찰을 춤으로 표현하고자 했고, 무대 위에서 춤과 함께 양립하기 쉽지 않은 구조물을 이용하는 등 그간의 노력이 역력하게 보이는 무용수들의 모습에서 우리가 잊어버린 놀이의 의미를 느낄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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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회 대구무용제 - 케이와이댄스프로젝트 ‘Black Space’ 안무 김교열 ⓒ이재봉

 

 

2. Black Space – 케이와이댄스프로젝트, 안무 김교열

다양한 효과와 소품의 사용으로 영상미가 뛰어난 무대였다. 시작부터 강렬한 노을을 연상시키는 화면이 무대 위에 엎드린 무용수의 존재감을 키워주더니, 순식간에 밀려온 군무의 파도가 그 위를 뒤덮었다.

한참을 파도처럼 춤추며 무대를 점령하던 무용수들은 거센 불길이 사그라지듯 마무리 동작과 함께 일제히 바닥에 앉았고, 그 사이로 무대의 시작을 알린 남자가 등장했다. 그가 무용수들 사이를 거닐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무용수들. 남자의 뒤로는 검은색 망으로 이루어진 칸막이 몇 개를 무용수들이 밀고 들어왔다.

그들이 밀고 온 칸막이는 무대를 거닐던 남자를 가두었다가, 금세 멀어지며 각자 자리를 잡았고, 속박에서 벗어난 남자는 다시 퇴장했다. 대신 썰물이 되어 빠져나갔던 무용수들이 바퀴가 달린 판을 하나씩 가진 채 등장. 이내 드르륵 소리를 내며 판을 밀고 무대 위를 누볐다.

양옆으로 갈라졌던 무용수들은 일렬로 줄을 서서 움직이며 하나의 선이 되었다. 그리고 다시 등장해 판 사이를 밟으며 걸어가는 남자. 그제야 그 판이 레일임을 눈치 챌 수가 있었다. 남자의 걸음이 멈추게 둘 수 없다는 듯, 그가 지나온 자리의 레일들은 서둘러 자리를 옮겨 남자의 앞길을 이어주었다.


하지만 발길을 멈춘 남자는 레일에서 내려와 자신의 춤을 추었다. 정해진 레일이 아닌 드넓은 무대를 밟으며 원하는 만큼 에너지를 발산했다. 마치 지금껏 혼자서 방황하고, 어둠 속을 배회하며 끝없이 걸어온 것이 자유로운 몸짓을 마음껏 새겨 넣을 수 있는 순간을 찾기 위함인 것 같았다.

자유라는 것은 때로는 방황하는 것과 같다.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어느 길을 걸어야 할지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아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은 무한히 펼쳐진 어둠 속을 걷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도 그 안에서 자신이 원하는 빛을 찾아내고, 그 통로로 걸어가 자유를 잡아내는 것. 그게 우리가 가져야 할 인생이라고 주장하는 듯한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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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회 대구무용제 대상 – 그룹 아나키스트 ‘격동’ 안무 김학용 ⓒ이재봉

 

 

3. 격동 – 그룹아나키스트, 안무 김학용

무대의 가장자리에 놓인 얼룩덜룩한 간이 계단 하나. 그 위에 흰 저고리를 입은 여성이 춤을 추었다. 마치 우리의 독립을 목 놓아 외치던 열사의 모습처럼 아우성치는 듯한 몸짓으로 조용히 이목을 끌었다.

계단 아래로 내려온 여성은 다른 무용수들과 함께 춤추며 화려한 무대를 꾸려가는 듯했으나, 곧 제압당해 끌려가는 장면을 연출했다. 거센 외압에 저항할 수 없는 무기력함을 그대로 전하며 감성을 자극했다.

중반 이후부터는 귓가를 강렬하게 두드려대는 일렉 기타의 스트로크와 함께 좀 더 확장된 무대를 선보였다. 무용수들 뒤로 보이는 큰 천 위에 한 남자가 그라피티를 하듯 색을 입혔고, 그 앞에서는 네 명의 여성 무용수들을 중심으로 한 춤이 펼쳐졌다.

그리고 조명이 암전되면서 절정으로 치닫는 무대. 블랙 라이트가 무용수들을 비추면서 무대의 집중도를 높였고, 깜빡이는 무대 전체의 조명으로 극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시각적인 연출이 기타 사운드와 올바르게 맞물리면서 조화로운 무대를 만들어갔다.

전체적으로 일제강점기 시대의 차림과 현대적인 모습이 혼합된 무대. 이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독립투사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 현대의 이야기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각자의 공간에서 억압되기도 하고, 저항하기도 하는 모습들은 과거가 아닌 현재에도 알게 모르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었다. 순국선열들의 희생과 의지로 자유를 얻었지만, 우리는 지금도 보이지 않는 강제력에 얽혀있다.

현대사회의 강제력은 폭력만이 아닌 분위기, 여론 등의 이름을 달고 있다. 자신의 자유로 타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작품 속에서 논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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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회 대구무용제 대상 – 그룹 아나키스트 ‘격동’ 안무 김학용 ⓒ이재봉

 

 

많은 주제의식을 담고 있기도 했고, 현대 무용과 현대 미술, 그리고 현대 음악까지, 다양한 예술 표현을 한 곳에 집약한 무대였다.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할 만큼 치열했던 대구무용제가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서 마무리되었고, 뛰어난 무대를 보여준 3팀의 작품 중에서 그룹아나키스트의 <격동> (안무 김학용)이 대상을 받으며 전국무용제 진출권을 획득했다.

이날 공연에서는 세 팀의 경연 작품만이 아니라 축하 공연으로 한사모댄스컴퍼니 서성원 대표의 <살풀이춤>과 장유경무용단의 <선살풀이춤>이 무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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