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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끝에서 또 다른 시작과 끝을 받아들이는 반짝임, ‘반짝반짝 그 찬란한 날’

- 카이로스 '반짝반짝 그 찬란한 날'

 

2022년 4월 28일 (목) 19:30 / 대구학생문화센터 소극장

 

- 주최 : 대구학생문화센터

- 주관 : 카이로스

- 글 : 김상우

- 사진 : 대구문화창작소 이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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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mhn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26633

 

 

아직은 쌀쌀한 맛이 밤공기에 묻어있던 4월 28일의 밤. 4월 29일까지 2일간 진행되었던 카이로스의 무용극 <반짝반짝 그 찬란한 날>(안무 김영남)의 첫 공연을 대구학생문화센터 소극장에서 관람했다.

무용수들의 춤 위에 극 중 인물의 대사가 덧대어진 구성을 갖추고 있는 무용극 <반짝반짝 그 찬란한 날>은 빌리 슈에즈만의 소설, <잘 가라, 내 동생>을 각색해 인간의 죽음과 기억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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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그 찬란한 날(안무 김영남) ⓒ이재봉

 

 

배우들이 직접 연기하고, 노래하고, 춤추는 뮤지컬과는 달리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대사에 맞춰, 그 상황을 춤으로 표현하는 구성이 낯설지만 새로웠고, 신기했으며, 그리고 친절했다. 메인 타깃이 아이들이기 때문일까, 동화를 들려주듯 나긋하면서도 따뜻한 춤들이 무대 위를 누볐다.

어린 나이에 인생의 굴레를 벗어나 버린 벤야민. 슬퍼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지나 병원을 돌아다니던 아이의 영혼은 아무도 자신을 보지 못하는 그곳에서 유일하게 그를 똑바로 바라보는 할머니, 피에체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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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그 찬란한 날(안무 김영남) ⓒ이재봉

 


여기에서, 이 무대가 갖추고 있는 다양한 연출미 중 하나를 뽐낸다. 텐트의 얇은 막 너머로 비치는 두 무용수의 그림자만으로 벤야민과 피에체의 만남을 보여주었다. 좁은 공간에서 보이는 것은 오직 두 사람의 그림자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두 사람, 아니, 두 영혼의 만남에 신비감과 온기가 더해졌다.

피에체와 만난 벤야민은 그녀를 따라 자신과 같은 처지의 이들이 모여 있는 사후세계로 향한다. 그리고 벤야민을 반기듯이 몽롱한 빛깔로 가득 찬 무대가 관객의 시선을 홀리는 사이, 사후세계로의 입장을 환영하는 나팔소리가 관객의 뒤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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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그 찬란한 날(안무 김영남) ⓒ이재봉​

 


환상적인 조명이 무대가 아닌 객석 뒤편 벽을 비추는 순간, 그곳이 무대가 되었고, 라이브로 진행되는 트럼펫 연주의 분위기를 조금 더 몽환적으로 만들어주는 효과를 냈다. 그 순간만큼은 관객들도 벤야민과 함께 새로운 세계로 발을 들이고 있었다.

이어서 사후세계의 인물들을 보여주듯이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무대를 채웠다. 단정한 정장 차림의 무용수와 화려한 차림으로 폴댄스를 보여주는 무용수.

그리고 시간을 뛰어넘은 듯이 삿갓을 쓴 조선 시대 차림의 무용수. 다양한 시대, 다양한 차림의 이들이 한 공간에 모여 있는 모습에 마치 정말로 사후세계에 들어온 것처럼 느껴졌다.

관객과 함께 사후세계에 무사히 도착한 벤야민은 다양한 영혼을 만나고, 그곳에서 지내는 것에 익숙해져 간다. 그리고 점점 사라져가는 피에체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 작품 속 영혼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바래질수록 몸이 투명해져 가고, 완전히 잊혔을 때 사라져 버린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남겨두고 온 자식과 주변 인물들에게 조금씩 잊혀가고 있던 피에체의 몸은 옅어져 갔다.

이승을 떠난 시기가 벤야민과 얼마 차이가 나지 않았음에도 멀쩡한 벤야민과의 차이는 바로 나이. 이미 나이가 들대로 들었던 피에체의 죽음은 너무 받아들여지기 쉬웠던 탓은 아니었을까.

이윽고 피에체는 완전한 끝을 맞이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끝을 슬퍼하지 않았고, 밝은 웃음과 함께 벤야멘과 이별 인사를 나누었다. 벤야민도 언젠가 맞이하게 될 영혼의 끝을 맞이할 수 있도록.

죽음을 잊는다는 것은 상대를 잊어버리는 게 아니라, 극복한다는 것. 남겨진 사람들은 사별한 이에 대한 슬픔을 간직하고, 함께한 모든 것들에서 추억을 느끼며 떠올리고, 함께하지 못한 것들에서 아쉬움을 느끼며 떠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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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그 찬란한 날(안무 김영남) ⓒ이재봉

 


하지만 언제까지나 매여 있지는 않는다. 슬퍼하는 것도, 떠올리는 것도, 일상을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한 번씩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 항상 생각하지는 않아도 언제나 마음속 어딘가에 남아있는 것.

그 모든 것들이 소중한 이를 잊지 않되 극복하는 과정이라는 것. 그게 이 작품의 인물들, 그리고 무대가 말하고자 하는 죽음의 의미인 건 아닐까?

죽음에 대한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킨 <반짝반짝 그 찬란한 날>은 그렇게 받아들이는 법과 받아들여지는 법을 이야기하면서 막을 내렸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담았을 뿐만 아니라, 트럼펫, 그림자, 인형극 등 다양한 연출로 볼거리를 선사한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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