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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이란 이름으로 함께 하고픈 마음, 2023 대구전통춤문화제 '同舞(동무)'

 

2023 대구전통춤문화제 '동무'

2023년 11월 5일 / 봉산문화회관 가온홀

 

- 글 : 서경혜

- 사진/진행 : 대구문화창작소 이재봉

 

 

2023 대구전통춤문화제가 지난 11월 5일 대구 봉산문화회관에서 개최되었다. (사)한국전통춤협회 대구광역시지부가 주최한 금번 행사는, 대구지부가 2018년 창단공연을 한 이후 5년만에 갖은 두 번째 행사였기에 더욱 뜻깊은 자리였다.

 

옛것에 대해 점점 무뎌지고 소홀해져가는 오늘날, 코로나와 잇따른 전쟁과 같은 악재는 사람들로 하여금 '전통'을 돌아볼 여유를 더더욱 앗아간다. 그러한 와중에도 '우리의 것'을 소중히 여기고 그 정신과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전통춤꾼들이 있는 것은 정말 다행한 일이다. (사)한국전통춤협회 대구광역시지부가 그러한 마음을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고자 이번 행사에 '同舞(동무)'라는 주제를 내세웠다.

 

호남살풀이춤, 신향발무, 선살풀이춤, 태평무 등 특정 지역의 춤에 국한하지 않고 여러 지역의 춤, 그리고 현대적으로 재구성 또는 재탄생한 춤을 다양하게 구성하여, 우리 시대에 변화되고 간직되는 전통춤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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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류 호남살풀이

출연 홍순이

 

옅은 옥색 치마에 흰 저고리, 멋내지 않은 우아함을 입은 여인의 모습이 참으로 귀해 보인다. 나르는 학의 모습에 비유한 춤이더니, 척 한 번 치켜들고는 느리게 너울지는 팔사위에 커다란 날갯짓이 어리어 있다. 여인의 한(恨)일란 새하얀 수건에 담아 뿌리고 감고 어르니, 허공에서 꼬리를 그리는 수건의 춤에는 슬픔이 잔뜩 묻어난다.

 

이토록 고운 살풀이가 있었나 싶을 때에, 마침 처량한 구음이 귓가에 울려온다. 소리에 스민 사연과 "그래 그래" 이야기를 나누듯이 숙여진 고개 어깨가 수고로워 보인다. 야속하다. 슬픔마저도 덧없는 세월마냥 느리게 지나가나, 어깻죽지가 무심한듯 들썩 하고 한숨 짓는다.

 

높아지는 구음과 함께 뿌리는 팔 사위에 힘을 싣는다. 한이란 역시 신명으로 달래는 것. 짧은 그 속에 여한을 풀어내고 느리게 몸을 젖혀 허공을 바라본다. 인생이란 어쩔 수 없음에 순응하는 길이려니. 놓아버릴 수 없는 하얀 수건으로 그저 얼굴을 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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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이조류 신新향발무

출연 엄선민, 김윤서, 박채연, 박선영, 이효정

 

새 소리가 들린다. 깊은 산 속에서 울리는 갖은 새 소리에 영험한 기운이 깃들어 보이니, 족두리를 쓰고 뒷모습으로 나타난 여인의 모습이 사람인가 선녀인가 싶다. 양 팔을 들어 턱 휘저으니 한 마리 새로 둔갑하려는 퍼포먼스일지도 모를 모양이다. 동시에 양 손에서 날카롭게 "착" 하는 향발 소리가 눈과 귀를 자극한다.

 

본래 향발무는 향발이라는 바라 일종의 작은 무구(舞具)를 양 손에 마주 들고 치면서 추는 춤으로, 궁중의 연회를 위한 것이라 한다. 아니나 다를까, 색색의 고운 치마에 금박으로 수놓은 긴 댕기를 양 어깨에서부터 발밑까지 길게 드리운 차림이 참으로 화려하다. 다섯 선녀들이 춤을 추며 그려내는 구도가 맺고 풀리는 실타래처럼 분주한데, 이따금 "착" "착" 금속의 악기 소리가 더해지니 마치 그때마다 매듭이 풀리는 소리마냥 속이 시원스럽다.

 

전통무 하면 살풀이춤이나 승무가 먼저 떠오르는 짧은 식견에서는, 이토록 화려하고 신이 나는 전통춤과 음악이 있을까 싶을만큼 웅장한 스케일이 느껴지는 춤이다. 향발을 잡은 손이 무희에서 무희로 이어지며 "착 착 착" 조직적인 소리를 내는 모습이, 마치 하나가 날면 우루루 떼지어 나르는 새 무리의 지저귐처럼 참으로 멋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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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경류 선扇살풀이춤

출연 김순주, 편봉화, 서보근

 

긴 수건이 달린 부채를 활짝 펼쳐 들고 세 명의 춤꾼이 뒷모습으로 빠르게 돌아 들어온다. 푸른 조명 아래 온통 새하얀 차림새가 차가운 신비를 품어낸다. 돌아선 얼굴에도 하얗게 회칠이 되었다. 나지막이 두둥 울리는 타악기의 장단 위로 외로이 드높은 태평소 가락이 처량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선(扇)살풀이춤. 부채(扇, 선)에 수건이 달려있다. 바람을 가르는 부채살과 펄럭이는 수건의 흰 꼬리에 간곡한 염원이 묻어 흐른다. 1인무로 볼 때보다 3인무로 감상하는 선살풀이춤은 무속적 의식의 느낌이 짙어 보인다. 수건을 부채살 끝에 걷어채더니 돌돌 말아 쥐었다가 한껏 어르고는 다시 술술 풀어낸다. 앞선 호남살풀이 시간에 비하면 춤에 힘이 넘쳐나고 후련한 직선미가 있다.

 

피할 수 없는 살이려니 그저 맘 속에서 풀어내고자 하는 살풀이 방식보다, 날이 선 부챗살로 액을 멀리 물리쳐내려는 듯이 보다 적극적인 기운의 선살풀이춤이 볼수록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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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방류 호남검무

출연 김효주

 

목탁소리가 한적하다. 얼굴을 가리운 전립 아래서 너울거리는 연두 저고리의 움직임이, 무사한 사방을 살피고 경계하는 모습이다. 무예 동작이 살아있는 검무의 맨손춤을 볼 때면 우리 조상들이 얼마나 예술을 사랑하는 민족이었나 싶으다. 이 고즈넉한 기예가 내 마음에 타임머신을 태운다.

 

장단이 경쾌해지고 검을 쥔 손이 분주해진다. 검의 목이 꺾일 때마다 찰싹 찰싹 부딪히는 날카로운 소리가 마치 무인의 기합소리처럼 숨소리처럼 예술가의 호흡을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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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숙, 박재희류 태평무

출연 손혜영, 박정희, 장윤정, 이인애, 신지연, 김희은, 이서현

 

그간 태평무를 군무로 볼 기회가 없었기에, 이번 무대 7인의 태평무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왕비의 차림새부터 기품이 느껴지는 춤이, 흩어졌다 모였다 일렬로 펼쳐지고 2열 사선으로, 다시 직선으로, 어려운 장단 속에서도 여러 구도를 그리며 난무한듯 조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마치 새로운 춤을 보는 듯하다.

 

그러나 무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춤을 집중해 보면, 얼굴에 드리운 온화한 미소는 민중의 근심걱정을 누그러뜨리고, 섬세한 발디딤새로 흥을 돋운다. 연신 하늘을 향한 양 팔이 자식같은 백성들을 보듬어 안고 무사태평을 바라듯이, 역시 엄마품처럼 우아한 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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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류 우도설소고춤

출연 조연우, 김혜미, 윤민정, 강길령, 이은수, 권정현, 이명진, 이예림

 

흰 치마에 옥색 저고리 차림으로 소고를 쥔 춤꾼들이 왁자지껄한 반주와 함께 무대를 연다. 8인의 소고소리가 우렁차게 흥을 돋우는가 싶더니, 이내 반주가 잦아든다. 절반의 무원이 흰 치마를 펄럭이며 퇴장하는 모습이 나비떼가 사뿐 날아가는 듯 화사하다.

 

우도농악의 느린 장단과 함께, 손잡이 없이 쥐어진 둥그런 소고가, 그것을 놀리는 춤사위와 함께 춤꾼들의 손 안에서 자유자재로 돌아가며 소리를 낸다. 한바탕 질펀하게 놀아보는 농악대의 소리에, 소고춤의 미학을 한껏 입혀 칠한 세련된 춤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허리를 질끈 동여 맨 아낙네들의 땀방울이, 방울 방울 울리는 소고 가죽의 울림과 함께, 춤꾼들이 회전하는 사위에 맺혀 구수한 땀내음을 자아낸다. 8인의 연풍대에 이르면 숨이 멎을 듯한 절정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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