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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사진=무록

보이지 않기에 느껴야 하는 순간 '실패의 감각'

 

대구문화창작소 대구애서愛書 시리즈 9

표혜인, 정필균 '실패의 감각'

2023년 08월 12일(토) 오후 7시 / 퍼팩토리소극장

 

- 글 : 최윤정

- 진행/사진 : 대구문화창작소 이재봉

 

 

'실패'. 사전적 정의로는 '일을 잘못하여 뜻한 대로 되지 아니하거나 그르침.'을 뜻하는 단어이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 시도할 때 우리는 그 결과를 미리 알 수 없다. 실패 혹은 성공. 이 두 가지로 결과를 나누기에 우리의 삶은 너무나도 다채롭다. 그러나 8월 11일 퍼팩토리 소극장에서 공연된 '실패의 감각'에서는 온몸으로 '실패'라는 단어를 표현하고 있다. 자기의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내 의지인데도 나와 부딪혀 깨질 때 이들은 실패를 느낀다. 우리는 이들이 말하고자 하는 실패를 느끼며 다가갈 수 없었던 미지의 감각에 발을 들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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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도 위에서 춤추는 '실패의 감각

- 표혜인' (안무/출연 - 표혜인)


그녀의 '도전'은 좀처럼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헤드폰, 선글라스와 장구,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팝송 위에 얹어지는 투박한 장구의 소리. 장구 소리는 때로는 작아졌다가, 이내 천둥처럼 극장을 울린다. 장구는 그녀의 몸을 따라 움직인다. 두드려지고, 굴러가고, 이내 멈춘다. 그녀는 더 이상 장구채로 멈춘 장구를 치지 않는다.

 

장구채로 자신의 몸을 두드린다. 같은 리듬, 같은 박자로. 허공으로 뻗어지는 장구채는 나침반 같기도 하다. 내가 갈 길이 어디인지 알려주는 나침반이지만, 그렇기에 길을 잃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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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의지가 가리키는 방향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으므로. 하물며 장구채로 입을 쭉 찢는 행위는 어떤가. 나침반이 그녀에게 웃기를 요구했기에, 그녀는 그 명령에 따른다. 의지의 주인이 뒤바뀌었다. 

 

자신의 통제를 벗어난 '의지'를 내려둔 채 그녀는 새로운 형태의 '나'를 입는다. 그녀는 빛을 따라가며 유려하게 춤을 춘다. 뒤에서 밝은 빛이 그녀를 비추고 있기에 그녀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얼굴을 잃은 채로 춤을 추는 그녀의 표정은 어떠한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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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도전이 어떠했는지, 자신의 걱정을 관객에게 드러낸 이 순간 그녀가 웃고 있는지, 울고 있는지 관객석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빛을 갈구하며 추는 춤은 마치 그 빛을 숭배하는 것만 같다. 빛이 성공이라도 되는 것처럼 열렬히 바란다.

 

극장 안을 가득 채우는 음악에 빈틈없이 파고드는 춤이 더해져 극장 안의 공기는 빈틈없이 촘촘하게 메워진다. 잘 짜인 명주 같은 춤은 천이 빛을 받았을 때 부드럽게 빛을 여과하여 내보내듯, 그녀가 전해주는 '실패'라는 단어는 마냥 절벽 앞으로 몰아세우지 않는다. 몇 번이고 일어설 수 있고, 도전할 수 있는 실패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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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취의 순간부터 실패의 마지막까지 '실패의 감각

- 정필균' (안무/출연 - 정필균) 


극장에 자리한 스피커에서 그를 향한 박수가 쏟아져 나온다. 마치 콜로세움 경기장에서 전투를 벌이는 전사를 보듯, 치열한 그의 사투에 관중은 박수를 보낸다. 빠르고 격렬해질수록, 그에게 보내는 찬사는 커지고 그가 느끼는 환희 또한 커진다.

 

어느새 비트는 절정에 다다르고, 절정 그 뒤에는 적막만이 자리하고 있다. 공간은 강렬했던 비트 대신 가쁜 숨소리만이 가득하다. 손으로 풍선을, 자신의 욕망을 빚어내 보지만, 이미 지쳐 버린 그의 손이 풍선을 놓아버리면 쉽게 쪼그라들고 만다. 갈 곳을 잃은 풍선은 그의 손끝에 걸려있을 뿐, 아무것도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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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대신 그의 입에서 나는 의성어가 가득하다. 삐융- 푸슝- 같은 소리가 반복되다가 우렁차게 한 단어가 튀어나온다. '탄생'. 한 생명이 세상의 숨을 맛보았다. 그는 한참을 뒤척이다가 이내 몸을 휙 뒤집는다. '뒤집기'. 힘이 없는 팔다리를 바닥에 짚고는 자기 의지대로 조종하기 위해 애쓴다.

 

팔과 다리를 통제할 수 있게 되자 더욱 욕심을 내어 두 다리로 땅을 온전히 밟고 일어선다. 여러 번의 넘어짐 끝에 아기들의 첫 성취이자 성공인 '첫걸음마'를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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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계속 걷는 아이의 모습은 성장한다. 아이들의 장난감 로봇에서 나올법한 'Fire'이란 소리가 가득히 울려 퍼지고, 그의 손이, 팔이 불탄다. 팔이 꺾이고, 다리가 움츠러든다. 온전했던 몸에 이질감이 퍼지고 부자연스러움이 찾아온다.

 

자신의 제어를 벗어난 몸뚱이는 견디기 버겁다. 자신의 의지대로 이뤄졌던 성취 이후에 찾아오는 실패는 상실감이 가득하다. 그렇지만 이대로 그만두지는 않을 것이다. 여러 번의 실패를 거듭해야 하지만 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계속해서 통제를 시도하고, 도전을 반복하여 마침내 온몸으로 성취를 만끽하기 위해 그저 받아들이고, 다음의 성공을 위하여 묵묵히 걸어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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