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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을 향한 마음 하나로! '2023 모두의 춤, 하나의 꿈 - 한춤페스티벌'

 

제5회 한춤페스티벌

2023년 5월 6일 / 퍼팩토리소극장

 

- 글 : 서경혜

- 사진/진행 : 대구문화창작소 이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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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mhn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53230

 


'2023 모두의 춤, 하나의 꿈 한춤페스티벌'이 지난 5월 6일과 13일 양일에 걸쳐 대구 퍼팩토리소극장에서 개최되었다. 페스티벌은 한국무용을 사랑하는 젊은 춤꾼들에게 무대에서 연행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대구문화창작소와 아정무용단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전통춤의 축제로, 올해 5회를 맞이했다.


이 페스티벌은 더욱이 무용 전공인뿐만 아니라 비전공인들에게도 열려있어, 그야말로 춤을 향한 마음과 춤에 대한 열정들이 모여 이루어지는 행사다. 축제는 전공인들을 위한 무대와 비전공인들을 위한 무대로 나뉘어 이틀에 걸쳐 개최되었다.


이번 행사에서는, 대구경북지역에서는 비교적 감상의 기회가 적었던 유파의 춤들이 무대에 올려졌고, 특히 한영숙류와 강선영류, 두 유파의 태평무를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본 내용은 무용을 전공하고 각지에서 활동 중이거나 아직 학업 중인, 20대에서 35세의 젊은 춤꾼들로 꾸며진 첫째날 공연에 대한 단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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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 이매방류 / 김지윤 ⓒ대구문화창작소 이재봉

 

승무 이매방류 / 김지윤


법고를 향해 장삼자락을 길게 늘어뜨린채 엎드린 이가 있다. 금번 무대에서 최연소 출연자라는 사회자의 설명을 접한 직후다. 머리를 깊숙이 감싼 고깔과, 길고 넓게 과장된 소맷자락에 가리워진 작은 체구. '선조들의 삶'이라 할 승무에 담긴 애환을 과연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다.


무심코 흩뿌리는 듯한 팔사위에서 삶에의 초연함이 묻어나는 이매방류 승무.


언제나처럼 느리게 시작된 염불과장에서, 다소는 조심스럽게 던지는 뿌림사위가 어느 정도의 예상만큼 덜 익은 풋사과향을 흩날린다. 그렇듯 22세만큼의 인내와 절제가 묻어나는 춤사위는 깊은 생(生)의 무게를 담았다기보다 오히려 가볍고 담백하다. 장삼자락으로 그리고 휘감는 선이 연마 중인 자의 거치름으로 스스럼없이 대차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북채. 저희끼리 부딪치며 타닥타닥 소리를 내더니 본격적으로 법고를 휘갈긴다. 아뿔싸! 조심스럽던 풋사과는 어디로 갔나?! 북가죽에서 북테로, 북테에서 북가죽으로 교차되는 소리의 조화가 자연스럽고 경쾌하다. 올망졸망 싶었던 눈과 귀가 별안간 활짝 열린다. 신명을 실은 북놀이로 한(恨)을 풀어내는 정서가 무르익었다. 초장부터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다. 선조들로부터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우리'의 춤이 되었음을 이 젊은 무용수가 내게 속삭임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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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춤 국수호류 / 이예빈 ⓒ대구문화창작소 이재봉

 

입춤 국수호류 / 이예빈


분홍치마가 여인의 욕망을 가득 머금은 듯 화사하지만, 허리를 잘록이 묶고 단정히 쪽을 진 모습이 별로 꾸미지 않은 듯 차분한 뒷태다. 느리게 장단을 타며 돌아서는 이예빈의 얼굴은 애써 드러내지 않는 은은한 미소를 머금었다. 이따금씩은 스리슬쩍, 근심을 머금은 듯도 한 여인의 표정이 신비롭다.


그저 느리게 너울거리는 팔사위에는 삶을 짊어진 양팔이 숨어있고, 동시에 소매의 배래선과 손사위가 그려내는 풍요로운 예술미가 깃들어있다. 삶의 무게와 예술미, 어찌 보면 서로 상반되는 두 개의 느낌이 자연스레 조화를 이루고 있는 한국의 전통춤. 입춤은 우리 전통춤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춤이라 한다. 기본 기초. 가장 쉽게 느껴지는 어휘이지만, 정작 수건도 부채도 그 어떤 작은 악기도 하나 없이 오로지 맨손으로 서서 추는 입춤을 볼 때면, 언제나 가장 어려운 춤이 아닌가 한다.


발의 길이 만큼씩만 작게 내딛는 잔걸음에는 인생에 대한 미쁨이 어려있고, 장단의 완급을 타며 쉼 없이 허공을 가르는 팔사위 손사위에는 그 어떤 그림이나 글씨에 그려진 것보다 다채롭고 예술적인 곡선이 엿보인다. 곱다. 곱다. 자칫, 전통춤에서 팔이 그리는 모양이 다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을 가지기 쉽지마는, 국수호류 입춤을 보고 있자니, 내 팔에도 저런 곡선이 숨어있을까 한 번 쭉 펼쳐보게 되는 것이다.


춤에 대한 이해와 자신감이 절절이 묻어난 오늘 이예빈의 입춤은, 가장 기본적인 것이 가장 높고 심오한 것이라는 인생한줄 되뇌여지는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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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풀이춤 한영숙류 / 김건우 ⓒ대구문화창작소 이재봉

 

살풀이춤 한영숙류 / 김건우


풍만한 주름치마에 흰 수건을 들고 꼿꼿이 선 남무의 옆모습이 호젓하다. 뚜렷한 이목구비가 응시하는 살(煞)의 기운은 님일까 남일까 아리송한데, 하얀 치맛자락에서 살포시 고개를 내민 버선코의 움직임이 조심스레 그 살을 어르는 모양이다.


우리 전통춤의 백미라 할 살품이춤. 액을 쫓기 위한 춤이라 하지마는, 이 춤을 감상할 때면 저마다 살을 마주하는 자세에 흥이 녹아있어 차라리 그 살이란 기운이 정겹기까지 하다. 애잔한 살풀이가락을 덤덤하게 풀어내는 김건우의 춤도 '이 또한 지나갈 것임'을 아는 양, 수건자락에 애환을 실어 떨쳐내는 기운이 시원스럽다.


7분 남짓한 짧은 시간, 몸으로 써내려간 이 기도문이 내 마음 한편에 또 하나의 부적처럼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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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무 강선영류 / 김가람 ⓒ대구문화창작소 이재봉

 

태평무 강선영류 / 김가람


만개한 붉은 꽃과 나비가 화려하게 수놓인 원삼을 입고, 긴 색한삼을 바닥에 늘어뜨린 차림새가 예사롭지 않다. 한 발 한 발 옆으로 크게 반원을 그리며 내딛더니, 곧 성큼성큼 앞으로 발을 뻗어 무대 중앙으로 등장한다.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염원하며 왕과 왕비로 분한 무용수가 추어 온 춤 태평무(太平舞).


한영숙류와는 다르게 화려한 원삼과 색한삼을 이용하는 강선영류 태평무는 폭넓은 소맷자락과 긴 한삼의 펄럭임으로 초반부터 시선을 압도한다. 여기에, 높게 올린 가체의 떨잠이 흔들흔들 반짝반짝. 이 화려한 큰 머리 장식이 요즘식으로 말하자면 자체 발광하는 왕비의 얼굴에 위엄을 드리운다.


김가람의 온화한 미소는 인자함으로부터 나오는 왕비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상궁에게 원삼과 한삼을 벗어주고 나서는 본격적인 발디딤새가 시작된다. 변화무쌍한 장단을 타는 발사위가 능히 가볍고도 절도가 있다. 풍성한 치마폭이 그려내는 연풍대의 장관도 참으로 묘미다. 과연 태평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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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북춤 박병천류 / 이소정 ⓒ대구문화창작소 이재봉

 

진도북춤 박병천류 / 이소정


미소 띈 얼굴에 한가득 묻어난 자신감이, 흰 저고리에 붉은 치마 위로 북을 멘 몸에 잔뜩 힘을 주었다. 약간은 경직된 몸이 진도북춤의 신명을 어떻게 풀어낼까 보는 이에게 조바심이 생긴다. 북을 짊어진 채 한쪽으로 젖힌 몸, 북채와 함께 힘 있게 뻗어내는 양팔에 굵직한 흥이 갇혀있다.


장단이 빨라지자 객석의 박수를 끌어낸 춤은 비로소 안정감을 찾아가는 듯한 모습이다. 북을 칠 때조차 잠시도 가만히 서있지 않는 역동적인 춤, 박병천류 진도북춤. 역시 우리 전통춤의 흥이란 정서적 공감(共感) 위에서 존재하는 것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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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무 한영숙류 / 유경원 ⓒ대구문화창작소 이재봉

 

태평무 한영숙류 / 유경원


고즈넉이 현을 뜯는 가락에 맞추어 옥색 당의와 족두리를 쓴 왕비가 등장한다. 앞 시간에 비해 단아한 차림새다. 예쁘게 모양을 잡은 손가락의 잔잔한 떨림이, 야무지게 다문 입매무새에 살포시 감추어진다.


다소는 조심스러운 팔사위에 비해, 큼직한 발사위로 표현하는 하체의 움직임에는 망설임이 없다. 살짝 들어올린 푸른 치맛자락 아래 붉은 자락의 색대비가 화려한데, 그 아래서 분주히 움직이는 새하얀 버선발이 나라의 평안을 염원하는 민중의 바람을 간곡히 실은 모양이다.


시대가 이만큼이나 바뀌었어도, 태평무에 깃든 바람은 더욱 절실해지기만 하는 요즘. 우리가 이러한 춤으로 유의미한 뜻을 모을 수 있다면, 태평무가 더 활발히 연행되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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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춤 김묘선류 / 이지수 ⓒ대구문화창작소 이재봉

 

소고춤 김묘선류 / 이지수


연노랑 저고리에 보라색 치마, 삼색띠를 매고 소고를 치며 들어온다. 우측에서부터 좌측으로 천천히 객석을 돌아보며 관객들에게 흥겨울 준비를 시키는 여유로운 모습. 내면에서 솟아나는 흥을 절제된 몸짓으로 표현하는 사이사이에 과감하고 화려한 소고놀이 기교로 흥을 돋우는 춤, 김묘선류 소고춤이다.


시간이 멈춘듯 느리게 장단을 느끼던 몸짓이 순간적으로 번쩍 허공을 날았다 바닥에 앉았다, 느림과 빠름이 계속해서 교차되는 흐름 속에서 춤과 소고놀이의 이어짐이 상당히 유연하고 서늘하다. 소고와 소고채가 인력을 작용하듯 서로 끌어당기는 느낌. 소고를 치는지, 허공을 치는지, 누구네 마음속을 두드리는지, 채 끝에서 치맛자락으로 휘날리는 흥이 '2023 한춤페스티벌'의 대미를 장식한다.


소고를 쳐내는 사위에 반동하는 몸짓으로 훨훨 뛰어 나는 듯하는 소고춤. 환심의 눈짓에 이어 어깨에 소고를 걸치고 찬찬히 몸을 돌려 모습을 감추는 깜짝 춤사위가 더없이 교태롭다. 소고춤을 감상할 때면 대체로 농악이 연상되고 신명으로 승화되는 선조들의 땀내음이 스치는 듯했는데, 오늘 이지수의 소고춤을 보니 한 폭의 춤추는 담채화가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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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한춤페스티벌 출연자, 스태프 기념촬영 ⓒ대구문화창작소 이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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