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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사진=무록

젊은 춤, 지난한 삶 응어리 풀고 희망 엮었다
- 독창성 빛난 2022 달서 현대춤페스티벌

 

2022 달서현대춤페스티벌

2022년 12월 2일 / 달서아트센터 청룡홀

 

- 글 : 김리윤
- 사진/진행 : 대구문화창작소 이재봉

 

 

현대 무용은 고정된 틀을 벗어나 한없는 독창성을 추구한다. 그동안 수많은 무용가의 땀으로 점철되면서 환갑을 앞둔 현재 괄목한 성장을 이루었다. 여기에 젊고 유망한 청년 예술가들의 수혈이 더해지면서 창작의 미래는 더욱 밝을 전망이다. 


지난 12월 2일 저녁 7시 30분 달서아트센터 청룡홀 무대에 오른 ‘2022 달서 현대춤페스티벌’도 그랬다. 내로라하는 젊은 무용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는데, 과연 눈길을 끌었다. 


“청년의 시선으로 바라본 사회 현실을 무용이라는 예술 장르를 통해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가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며 예고한 이성욱 (재)달서문화재단 달서아트센터 관장의 기대가 틀리지 않았다. “잠재된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제공받는 것이 지역에서는 힘들지만 안전하게 자립할 수 있기를 바라기에 진정성 있는 작품으로 채워질 것.”을 확신한 변인숙 (사)대한무용협회 대구광역시지회장의 믿음에도 가까웠다.   


이날 펼쳐진 5팀의 작품은 청춘이 그려낸 몸짓임에도 지루하고 고된 삶의 응어리를 풀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성숙함을 보였다. 시간과 공간 속에 묶여 살 수밖에 없는 공허한 현실을 잠시나마 내려놓고 원래 거기에 얽매이지 않은 원초적인 그때로 돌아가게 하는 물음이 맴돌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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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MUV프로젝트 '이질적인 인(人)' / 안무 최연진 ⓒ대구문화창작소 이재봉

 

 

결코 다르지 않아! 따뜻한 균형이라면
진MUV 프로젝트 '이질적 인(人)' / 안무 최연진 부제

 

배경은 지극히 어둡다. 침침한 언저리에서 무용수가 기괴한 몸짓으로 기어 나온다. 꿈틀거리는 손끝부터 시작하여 차츰차츰 자신을 나타내며 Battle 이후의 남은 현재를 드러낸다. 더러는 비틀기도 하고 더러는 멈추기도 하면서 이질적인 것들이 어떠하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마치 누군가에게 다른 것에 대한 이해가 되지 않는 것처럼 대들며 따지는 듯하고 아예 포기에 가까운 체념을 하기도 하면서 즉흥적인 움직임을 계속한다.

 
물과 기름은 서로 성질이 다르다. 가만히 두면 섞이는 게 쉽지 않다. 이들이 어우러지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힘이 가해져야 한다. 마요네즈가 형성되는 과정과 같이 분명 어떠한 노력이 필요하다. 무용수는 이질적인 것이 하나가 될 때의 완전한 일체감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작은 인형들을 등장시킨다.

 

꿈을 대변하는 무지개 조명을 배경으로 인형들을 앞에 두고 쪼그리고 앉아 이질이 동질이고 동질이 이질이 될 수 있음을 온몸으로 설명한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이질에 대한 이해와 수용으로 따뜻한 균형을 바라볼 수 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으면서. 그리하여 마지막에는 2개의 인형을 춤을 추게 하면서 이질과 동질이 조화를 이루는 서로 같은 존재임을 각인시키고 홀연히 사라진다.


무용수는 어우러지는 아름다움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것도 성질이 다른 것끼리. 한 덩어리, 한판을 만드는데 물론 어렵지만 서로 도와서 함께 존재하기 위해 시도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시시각각 달라지는 표현에 감정을 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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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D '다음 [칸]' / 안무 김도연 ⓒ대구문화창작소 이재봉

 


우리에겐 다음 칸인 내일이 있다
KD.D '다음 [칸]' / 안무 김도연 부제

 

검은색을 입고 무장한 5명의 무용수가 길을 형상화한 조명과 함께 나타난다. 우선 하나의 길에서 도전의 이름으로 기억되는 춤을 현란하게 춘다. 새로운 변화에는 두려움이 깔린다. 꼭 드러내지 않아도 저변에 도사리기 마련이다. 자신은 물론 주변도 모르게 처연하게 자리 잡을 수도 있다.

 

도전하는 그 순간은 어둠에 머물지라도, 이어지는 과정은 고통스러울지라도 무용수들은 두려움을 뒤로 하고 학인양 나아간다. 다툼과 부대낌, 방해들이 도처에 설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용맹으로 전진한다. 무용수들은 밟고 밟히기도 하면서도 도전하지 않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을 거부한다. 


길은 평평하기도 하고, 울퉁불퉁하기도 하다. 난데없는 웅덩이를 숨기기도 하고 숨찬 계단이 되기도 한다. 길 위를 걷다가 언저리에 핀 꽃을 보기도 하고 풀숲 가까이라면 혹여 혀를 날름거리는 뱀을 만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시작하지 않으면 변화는 없다는 일심으로 무용수들은 한 걸음 두 걸음 도전의 걸음을 채워나간다.


결실은 두 번째 조명이 켜지면서 비춰진 선명한 길로 맺어진다. 원래 있었지만 두려움으로 모르는, 없었지만 도전으로 생길 수 있는 길 위에서 무용수들은 욕망을 힘껏 쏟아낸다. 미래의 두려움을 현재의 도전으로 부수려.


이로써 Keep dreaming. Dancing팀의 ‘용기가 없고 두려워 포기하고 싶은 오늘이 절망적인 하루라 하더라도 멈추지 말자. 앞이 보이지 않는 계단일지라도 내닫고 나아가보자 우리에겐 다음 칸인 내일이 있다.’는 의도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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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네스발레단 '회상回想, 회상回翔' / 안무 전지연 ⓒ대구문화창작소 이재봉

 

 

너와 나의 회상이 다르면 어떠하리
쥬네스 발레단 '회상回想 회상回翔' / 안무 전지연

 

3명의 발레리나와 2명의 발레리노가 ‘회상’이라는 단어의 서로 다른 의미를 그려낸다. 동음이의어로 지난 일을 돌이켜 생각하는 회상과 새가 되어 날아서 돌아오는 회상이다. 


처음으로 등장하는 무용수들의 발끝이 가볍지 않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지난 일 때문인지 동작마다 무거움이 묻어난다. 괴로운 기억을 어깨에 짊어져 몹시 고통스러운 듯한 한 쌍의 움직임은 우아한 겉모습과 달리 쉬지 않고 발을 젓는 백조와 흡사하다.

 

책을 읽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화들짝 놀란 무용수가 책을 떨어뜨리며 보여주는 동작에서부터 가벼움은 벗어난다. 아다지오로 조용하고 느리게 움직이는 가운데에서도 강렬한 서정이 깔려있다. 


누구든 회상할 재료 하나 이상은 갖고 있다. 희로애락과 연관된 대상이나 사건이 크다면 깊이 저장된다. 지우려야 지울 수 없는 기억은 저편에 있으면서도 계기가 되면 가끔 또는 자주 찾아든다. 드물게는 사로잡혀 병증을 유발한다. 


같은 동작이라도 저마다의 회상에 따라 무게는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앞서 언급한 무용수의 동작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구는 무거운 시선이지만 누구는 가볍게 해석될 수도 있다. 우리가 지난 3년 겪었던, 여전히 진행 중인 코로나19에 대한 회상을 그린다면 결코 가벼이 여기지 못하리라. 


다음으로 등장하는 무용수들은 새의 비상을 표현한 것 같다. 발레리나는 의상 색깔부터 화려하다. 붉은색으로 치장하고 열정적인 몸짓을 보여준다. 날개가 있으면 원하는 곳에 닿을 가능성이 크다. 날개가 없는 인간에게 날개는 꿈과 희망, 더 나은 미래다. 젊은 예술가들은 발레를 통해 우리에게 비상하는 내일로 가도록 등을 슬며시 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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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스크루 '뿌리 뽑힌 뿔' / 안무 장민주 ⓒ대구문화창작소 이재봉

 


인간의 탐욕아 제발 멈춰라
루카스 크루 '뿌리 뽑힌 뿔' / 안무 장민주

 

지독하고 악랄한 인간의 탐욕으로 수난을 겪는 코끼리의 아픔을 표현한 작품이다. 자연을 위협하는 중대한 현상을 춤으로 표현해 의미가 남다르다. 


상아 밀렵 폭증은 코끼리의 퇴보적 진화를 부르고 있다. 상아 없는 암컷 코끼리가 빠르게 증가하고 설사 상아가 있더라도 짧게 자란다는 것이다. 상아는 먹이를 얻거나 방어, 의사소통 수단으로 활용된다. 이들의 슬픈 진화는 생존을 위태롭게 하고 멸종 위기를 초래한다. 


루카스 크루의 ‘뿌리 뽑힌 뿔’은 이 같은 거대한 담론을 담아내 이목을 모은다. 무용수는 머리에 망사를 뒤집어쓴 채 무대에 오른다. 이미 뽑힌 뿔의 아픔이 더는 생기지 않도록 뿔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보인다. 원초적인 본능을 드러낸 반복된 움직임은 계속된다. 세상을 향한 지루하지만 반드시 이루고야 말 변화의 외침으로 들린다.


경각심을 일으키는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행해지는 몰입적인 형상화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언젠가 지구상에서 살아있는 코끼리를 못 볼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으로 전해진다. 


복잡한 패턴을 만들어내던 무용수는 과감하게 망을 벗어 던진다. 그리고는 온몸을 끌며 희망한다. 어리석은 인간의 헛된 탐욕에서 벗어난 빛나는 코끼리의 상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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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시케피지컬시어터 '전염' / 공동안무 ⓒ대구문화창작소 이재봉

 


생명력 온몸으로 전염시키다
프시케 피지컬 시어터 '傳染 전염' / 공동안무 프시케 피지컬 시어터

 

21명의 무용수가 병의 전염으로부터 벗어나 생명력을 전염시키는 전사로 나선다. 프시케 피지컬 시어터는 암울했던 코로나19라는 전염의 시대를 지나 새로운 세계로 건너가기 위해 질펀한 춤판을 벌인다. 거기에는 기도나 다름없는 간절함이 담긴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방황한 2020년 2월부터 지금까지 어둠의 시기를 넘어 새로운 전염을 맞아야 한다고 토로한다.


2인 1조로 업고 끌며 가지 않겠다고 꼬장부리는 병을, 그 진원을 말끔히 쓸어버리겠다는 무용수들의 의지가 몸통과 사지를 통해 전달된다. 쓰러지고 일으키면서 일으키고 쓰러지면서 경계의 아픔을 온전히 경험하게 한다.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의 결심처럼 인간은 지금 당장 어떻게 되어도 절망하지 않는다는 것을 무용수들은 보여준다. 발랄하고 경쾌한 움직임을 통해 생존력이 무한함을 대변한다.

 

기쁨의 포옹을 나누고 자유로운 몸짓을 하면서 생명력이 봄의 새순처럼 돋아남을 전한다. 어떠한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나아가는 건강한 생명의 힘을 서로와 서로에게 전염시키고 끝내 희망의 꽃을 놓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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